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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와 결합한 관찰형 예능의 진로

[김교석의 티적티적] 예능의 진화, 다큐에서 드라마로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07.10 11: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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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연자와 시청자간의 내밀한 관계를 추구하는 대신 출연진의 수를 배로 늘려 소재와 접점을 다양화하고, 토크쇼를 통해 관찰형 예능의 단조로움을 상쇄한다. 가장 쇼프로그램다운 이런 설정은 시청자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려는 걸음을 멈춘, 이른바 거리 두기다. ⓒ MBC

MBC <세모방>, SBS <싱글와이프>, <동상이몽2>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등 새롭게 등장한 관찰형 예능은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스튜디오 토크쇼를 마련해 일종의 쌍발엔진을 가동한다. 일상성의 위기를 극복하고 TV친화적인 중년시청자들을 확보해 대성공을 거둔 <미운우리새끼>가 가져온 변화다. 이후, 이 동네의 원조 격인 <나 혼자 산다>도 추임새를 넣는 차원을 넘어서 스튜디오 토크쇼를 출연자들 간의 커뮤니티로 판을 키웠다. 그 결과 잘 알다시피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관찰형 예능은 연예인의 일상 속으로 카메라를 갖고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스튜디오를 떠나 거리로, 시청자들의 곁으로, 우리네 현실 속으로 들어간 리얼버라이어티보다 시청자와 출연진의 정서적 거리를 한 걸음 더 좁히면서 일상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는 대단한 광고거리였던 ‘민낯 최초 공개’ 따위는 당연한 장면이 되고, 연예인의 캐릭터가 아니라 삶 자체까지 볼거리의 영역이 되었다.

 

대략 2014년 즈음 시작된 이 흐름은 지난 10여 년간의 치세를 누리던 리얼버라이어티를 밀어내고 예능의 새 패러다임으로 등극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만큼이나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기까지 걸린 시간도 금방이었다. 일상성의 추구는 지속가능한 볼거리를 마련해야 하는 예능 방송 입장에서 꽤나 어려운 과제였다. 상황에 따라 콘셉트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 리얼버라이어티와 달리 고정된 환경에 놓인 관찰형 예능은 사계절을 다 겪기도 전에 금세 호흡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교감과 공감은 새로운 예능 시대를 연 신기술이었지만 지속적인 유입을 가능하게 만드는 ‘재미’까지 대체할 연료는 아니었다. 그러다 찾은 임시방패 차원의 출구전략이 잦은 출연진 교체 정도였다.

 

그런데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다. 카메라와 시청자 사이를 벌리고, 중간에 스튜디오 토크를 집어넣는다. 출연자와 시청자간의 내밀한 관계를 추구하는 대신 출연진의 수를 배로 늘려 소재와 접점을 다양화하고, 토크쇼를 통해 관찰형 예능의 단조로움을 상쇄한다. 가장 쇼프로그램다운 이런 설정은 시청자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려는 걸음을 멈춘, 이른바 거리 두기다.

 

사실,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액자식 구성은 ‘함께 VCR을 보시죠’라는 친숙한 멘트만큼이나 굉장히 고전적이고 보편적인 쇼프로그램 제작방식이다. <아침마당>부터 <동물농장>, <우리 결혼했어요>, <자기야-백년손님>를 비롯해 <속 보이는 TV 인사이드>, <맨 인 블랙박스> 같은 다큐와 결합한 예능까지 과거부터 지금까지 다양하게 널리 쓰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관찰형 예능이 이런 전형적인 방송 구성과 결합한 이유다. 그동안 보다 더 완벽한 일상을 보여주기 위해서 카메라의 존재를 지워내려고 애썼는데, 정작 많은 시청자들이 끌린 지점은 리얼한 일상이 아니었다. 연예인이 우리와 별다르지 않게 산다는 모습을 확인하는 재미보다는 어느 정도 꾸며진 것일지라도 역시나 구경할 거리가 있는 삶과 집을 엿보길 선호했다. 토크의 강화는 이런 욕구에 부합하는 장치였다. 그대로 일상을 지켜본다기보다 시청자들에게 꾸며서 보여주는 화장술에 가까웠다.

▲ TV예능이 몇 년간 일상성을 추구하며 만들어낸 실험은 한 사이클 돌면서 환상을 전시하던 본래의 TV콘텐츠와 비슷해지고 있다. 이 모든 걸 한 줄로 정리하면 예능은 이제 다큐를 경유해 드라마로 향하는 중이다. ⓒ SBS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관찰형 예능’ 콘셉트로 살아남은 <나 혼자 산다>는 한때 옥탑, 빌라, 원룸, 반지하 등지에 사는 연예인들의 리얼한 모습을 포착해 1인 가구 청춘들과 공감대를 맺는 방향을 잡은 적 있다. 그러다가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년 남성들이 등장하는 <미운우리새끼>에게 단박에 역전 당했다. 이런 사례는 육아예능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결국 관찰형 예능에서 ‘팔리는 일상’이란 나영석 사단의 <윤식당>이나 JTBC <효리네 민박>처럼 짧은 호흡의 드라마 속에서 색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거나 스토리텔링을 대신 스튜디오 패널들의 토크쇼를 통해 기획된 정서를 가이드해주는 일상이었다. 다루는 주제 또한 일상생활보다는 여행, 일탈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때 스타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희로애락과 삶의 무게, 현실 고민이 있다는 사실을 찾는 공감대에 주목했다. 같은 맥락에서 1인 가구, 혼밥 등의 사회상도 예능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살아남은 로망은 오늘의 연대가 아니라 내일의 바람, 희망과 연동된 것이었다. TV예능이 몇 년간 일상성을 추구하며 만들어낸 실험은 한 사이클 돌면서 환상을 전시하던 본래의 TV콘텐츠와 비슷해지고 있다. 이 모든 걸 한 줄로 정리하면 예능은 이제 다큐를 경유해 드라마로 향하는 중이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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