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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채널 많아져도 여전히 획일화 된 탈북민 이미지

한국PD연합회 특별심포지엄 ‘탈북민 3만 명 시대, 방송을 말한다’ 구보라 기자l승인2017.07.12 09: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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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을 통틀어 탈북민들이 출연하는 정규 프로그램이 현저히 적은 가운데, PD, 학자, 기자, 탈북민이 모여 TV에서 탈북민은 어떤 이미지로 나타나는지 분석하고 방송이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PD연합회(회장 오기현)는 지난 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특별 심포지엄 '탈북민 3만 명 시대, 방송을 말한다'를 열었다. 심포지엄에서 ‘TV에 표출되는 탈북민의 이미지’ 발제를 맡은 박현선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종합편성채널의 운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매체와 채널은 많아졌지만, 거기서 표현되는 탈북민의 이미지는 다양성보다는 획일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PD연합회(회장 오기현)는 지난 6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특별 심포지엄 '탈북민 3만 명 시대, 방송을 말한다'를 열었다. 

박 교수는 KBS, MBC, SBS, EBS, 채널A, TV조선, CBS TV에서 방영한 15개의 북한 관련 정규‧특집 프로그램 그리고 뉴스 모니터링을 통한 탈북민 이미지 분석 그리고 6명의 탈북민과의 심층 인터뷰를 소개하며 발표를 이어갔다. 

박 교수는 "탈북민 개인의 이미지가 집단의 이미지로 낙인되며, 집단의 이미지는 곧 북한 사회나 북한주민 이미지로 일반화 된다"며 "이는 통일관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TV는 탈북민에 대한 일상적 이미지를 ‘탈북여성은 젊고 예쁘고 어리석다’, ‘탈북민은 가난하면서도 사건사고를 일으킨다’는 식으로 단순화하고 있고, 허구적인 이미지를 재생산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TV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탈북민 ‘꽃미녀’ 이미지는 남한 노총각을 만나는 북한 어린 미녀 이미지 또는 만만한 상대 이미지가 주를 이뤘다. 그 예시로 박 교수는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모란봉클럽> 등에서 여성이 희화화되고 이질적 대상으로 타자화되는 경우, 2014년 10월 방송된 EBS <청춘 토크콘서트 통일드림>에서 끊임없이 탈북 여성의 성공적 정착 요인을 ‘예쁨’으로 강조하는 장면 등을 들었다.

이밖에도 탈북민 개인의 불법행위를 마치 집단의 불법행위처럼 보도하며, 탈북과 성범죄, 불법이 결합하여 더욱 더 자극적인 보도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방송에서는 탈북민에 대한 사실 검증 책임이 있다”며 “설사 방송에서 탈북민의 입을 통해 나갔더라도 사실 확인은 언론에 있다”고 방송제작자들이 공적 마인드를 지니길 당부했다.

▲ 박현선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가 한국PD연합회가 주최한 탈북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TV 속 탈북민 이미지' 발제문 중 일부. 박 교수가 조사한 프로그램 목록이다. ⓒ박현선
▲ 박현선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지상파 프로그램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박 교수는 “KBS나 MBC는 보수정권 하에서 탈북민들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만 보여준다. 예를 들어 <남북의 창>에서 추석이나 설 등 멸절에는 그들이 추석 지내는 모습을 보여준 다음 꼭 ‘평양과 일부 지역에서는 이렇게 보내지만, 대부분의 북한사람들은 추석을 못 쇤다’는 해석을 붙인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KBS 기자들에게 ‘왜 이렇게 북한에 대한 사실을 왜곡해서 보도하냐’고 물으면 ‘저희도 (KBS 뉴스) 안 봅니다’라는 답이 오더라”고 덧붙였다.

이어 박 교수는 “지상파는 종편보다는 특집형태로 일시적으로만 만든다. 방송사 자체예산보다는 정부기관으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을 때만 탈북민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다”며 “이에 대해서 반성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TV에 나타난 탈북민의 미래지향적 이미지로는 노력하는 보통사람, 봉사하는 시혜자 그리고 통일을 이끄는 동반자 이미지를 들었다. 이날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석한 최성국 웹툰작가가 ‘노력하는 보통 사람’이면서 그 이미지로 방송에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자기발전과 전문성 추구하는 젊은이의 이미지”와 “북한에서의 경력을 한국에서 펼친다는 점에서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보통 탈북민들의 이미지를 보여줬던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도 긍정적인 예로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대안으로 “방송에서 탈북민의 평범한 정착사례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EBS <통일 미리보기>에 출연한 탈북민이 종편의 프로그램에 가면 ‘거짓말쟁이’처럼 같은 사실에 대해 다르게 말한다”며 “결국 탈북민 이미지는 방송에서 어떻게 만드는 가에 따라 달라진다. 출연하는 사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이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며 제작자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통일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북한에 대한 거부감은 늘어나는 현시점에서 대중매체의 탈북민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질수록 반통일의식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성국 탈북민 출신 첫 웹툰 작가, 오현숙 CBS PD. ⓒ한국PD연합회

발제가 끝난 후 심포지엄에 토론자들의 의견도 이어졌다. 2011년 3월부터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최성국 웹툰작가는 “앞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니 여전히 북한과 탈북민에 대한 편견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성국 작가는 웹툰 <로동심문>을 연재했으며, 현재는 <고발>을 연재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EBS <다큐-시선> ‘제 고향은 북한입니다’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만들어내는 탈북민 관련 방송을 보면 정말 기가막힌다. 평양에서 살지 않았던 사람이 방송에서는 마치 평양을 아는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로서는 ‘이건 뭐지’라고 생각하며 본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그러면서도 ‘이 방송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왜냐면 이런 프로그램을 북한에서도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 사람들은 탈북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해한다”며 “사실상 언론에 노출된 탈북민은 100명 안팎인데, 방송에서 평범한 탈북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경산 하나원 주무관은 “우리 사회에 탈북민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게 재생산되는지 구조를 이해하고, 공공의 역할을 지닌 방송이 앞으로 미래 통일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만갑>과 같은 프로그램에도 수요가 있다. 사람들이 많이 보더라. 심지어 국정감사에서 모 국회의원은 ‘왜 탈북민들에게 <이만갑> 안 보여주냐’고까지 했다”며 “그런데 정작 하나원에 온 탈북민들에게 그 프로그램을 보여주면 저 프로그램을 왜 보냐고들 한다. 그처럼 왜곡된 부분이 많은데도, 수요가 많은거다”라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하지만 탈북민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건 일부 방송사 몇 군데 뿐”이라고 짚으며 “방송사에서는 탈북민을 희화화한다. 그보다는 보다 긍정적인 사례를 더 많이 발굴해서 탈북민에 대한 이미지 재고가 필요하다. 그러면 수요에 맞게끔 공급자들도 점차 바뀔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지상파 중 북한 관련 정규 프로그램은 KBS1 <남북의 창>, 통일 이슈를 다루는 EBS <통일 미리보기>가 유일하다. 이밖에 종합편성채널에서는 2011년부터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2015년부터 TV조선 <모란봉 클럽> 정규 편성 프로그램으로. TV조선 <애정통일 남남북녀>는 지난 4월 시즌2가 종료했으며, 채널A <잘 살아보세>도 지난 3월 종영했다.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하 ‘이만갑)의 시청률은 3%가 넘는다.

▲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 교수, 김경산 하나원 주무관 ⓒ한국PD연합회

2013년, CBS 다큐멘터리 <정전60년, 남북공존의 길을 찾아서> 연출한 오현숙 CBS PD는 “그동안 CBS에서도 라디오와 TV를 통해 통일, 탈북민 관련 프로그램들을 제작했다. 김대중 정부 때에 모든 방송과 언론들이 가장 활발하게 취재했던 것 같다. 정권이 바뀌자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통일 관련 프로그램을 정규프로그램화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지녀왔다. 앞으로 방송하는 사람들이 탈북민들의 삶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환경을 만들어야할 것 같다,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탈북민을 취재하면서 만났던 탈북민들의 고민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며 “‘어떻게 하면 여유롭게 인간답게 살 수 있을지’, ‘자녀들은 어떻게 키워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특별한 북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이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오 PD는 “앞으로 우리 아이들, 청년들이 살아갈 남북 화합의 시대는 지금과는 다를 거다. 방송제작자들은 다가오는 시대에 맞는 환경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방송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는 “종합편성채널뿐만 아니라 지상파에서도 TV를 통해 탈북민들을 대상화시켜낸다”고 지적하며 “외설화시키거나 애국보수 주체로 보여준다. 이는 정말 폭력적이고,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어느것도 원래 탈북민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 자리에서 대안으로 ‘TV에서 탈북민의 일상을 더 보여주자’는 의견도 나왔는데, 저는 일상을 보여주는 것조차도 ‘열심히 살고 있다’라거나, ‘(열심히 하는 게) 삶이지’라는 식으로만 보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규찬 대표는 “오히려 저는 탈북민들을 더욱 더 타자로 밀어내야한다고 본다. 너무 당겨졌기 때문이다”라면서 “떨어져서 이해하고, 개별적으로 그들이 지닌 이질성들을 제대로 봐야한다. 이를 통해 우리를 돌아보는 대화적 파트너로 가져가야한다. 촛불 이후의 국면에서 탈북민 문제를 좀 더 책임감 있게 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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