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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이 사는 세상, ‘통쾌하거나 피로하거나’

[방송 따져보기] 사회 부조리 꼬집는 이야기 봇물 방연주 객원기자l승인2017.07.12 10: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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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을 파헤칠 수 있는 만큼 덮을 수도 있다는 권력의 양면성을 지닌 드라마 속 검사의 모습은 현실 속 검찰의 모습과 맞물리며 사회 부조리를 극명하게 비춘다. ⓒ MBC

요즘 드라마에서 각광받는 직업을 꼽는다면 단연코 ‘검사’이다. 장르물의 공통 분모인양 검사를 비롯한 검찰 권력이 드라마의 흥행코드로 부상했다. ‘검사’를 다루는 방식도 ‘전문직 드라마’처럼 직업을 사실적이고 세부적으로 묘사하기보다 대립구도의 핵심으로 다루며 시청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검찰 권력 내부와 외부를 둘러싼 주인공-적대자, 세력과 세력, 나아가 선과 악의 구도까지 다양한 갈등의 축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유독 드라마에서 ‘검사’를 자주 접하게 된 배경은 고위 공직자의 비리 의혹과 권력형 비리가 연일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탓으로 보인다. 또한 ‘권력’이 집중된 공간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함축적으로 드러낼 수 있어 드라마 소재로도 제격이다.

올 상반기 흥행했던 SBS<피고인>‧<귓속말>, KBS<김과장>부터 현재 방영 중인 MBC <파수꾼>, OCN<듀얼>, tvN<비밀의 숲>, 로맨틱코미디물인 SBS<수상한 파트너>까지 검사들이 주요인물로 등장한다. ‘사형수가 된 전직 검사’, ‘부정부패 검사’, ‘정의구현 검사’, 심지어 ‘공감능력을 잃은 검사’까지 캐릭터도 각양각색이다. 검사의 등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는 24일 방영 예정인 SBS <조작>에서도 사회 부조리에 대한 현실을 파헤치는 기자들과 함께 입신양명을 우선시하다가 진실을 좇는 검사가 나온다. 또한 배우 박중훈은 OCN <나쁜 녀석들> 시즌2에서 정의롭지만 수사방법이 과격해 검찰 내부의 ‘트러블 메이커’로 찍힌 검사 우제문 역할로 분해 23년 만에 TV에 출연할 예정이다.

드라마에서 ‘검사’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효과적으로 갈등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내외부의 장애와 제약이 무엇이냐에 따라 갈등을 증폭시킬 수도, 서사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가진 게 쥐뿔도 없는’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며 사건을 해결해나갈 때, 반드시 ‘가진 게 많은’ 적대자는 필수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권력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검찰 권력의 소환은 안성맞춤이다. 과거에 권력의 부패를 정면으로 꼬집었던 박경수 작가의 SBS<펀치>에서 이태준 검찰총장(조재현 분)과 다시 떨어뜨리는 박정환 검사(김래원)는 팽팽한 대립각을 세워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현재 방영 중인 <비밀의 숲>의 황시목(조승우 분) 검사는 검찰 조직에서 소외된 것 같아보여도 그가 권력의 민낯을 파고드는 과정은 검찰 사회의 특권의식을 보여주는 프리즘 역할을 한다.

▲ ‘검사 드라마’는 장르물의 한 축을 세웠다고 할 정도로 시청자의 기대심리를 충족시키고 있지만, ‘소재 쏠림 현상’으로 인한 피로감을 더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 SBS

이어 드라마 속 검찰 권력의 모습이 현실과 조응하면서 더욱 시청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검찰 조직의 개혁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은 기득권을 확대‧재생산하는 등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거나 ‘조직 보신주의’에 빠져 외압을 물리치지 못하고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드라마에서도 검사, 검사장을 비롯해 검찰 권력은 거대 권력과 결탁하거나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비리를 덮는 등 악역으로 등장한다. 즉, 사건을 파헤칠 수 있는 만큼 덮을 수도 있다는 권력의 양면성을 지닌 드라마 속 검사의 모습은 현실 속 검찰의 모습과 맞물리며 사회 부조리를 극명하게 비춘다.

드라마의 내적 요소 외에 외적으로는 장르물의 급부상이 ‘검사 드라마’의 발판을 다졌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미드’와 ‘영드’ 열풍을 타고 케이블 채널 중심으로 장르물이 속속 등장했다. 장르물의 특성상 시청자 중간 유입이 쉽지 않은 탓에 방송사 내 편성을 받기 어려웠지만 다매체 시대에 취향 따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흐름이 두드러지면서 케이블‧종합편성채널은 물론 지상파 방송까지 장르물에 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장르물은 범죄, 추리, 스릴러 요소와 결합해 사건을 해결하거나, 음모를 확장시키는 스토리가 주요한 만큼 ‘검찰’ 소재에 관한 선호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검사 드라마’는 장르물의 한 축을 세웠다고 할 정도로 시청자의 기대심리를 충족시키고 있지만, ‘소재 쏠림 현상’으로 인한 피로감을 더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방연주 객원기자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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