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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되찾아오기

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전 MBC PD)l승인2017.07.12 11: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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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조의 여왕>으로 잘 알려진 MBC 김민식PD가 사장 퇴진을 외쳤다는 이유로 해고 위기에 놓였다. 김PD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내일 오후 5시에 열리는데, 공영방송의 주인인 우리 모두의 관심이 요구된다. ⓒ 김민식 PD 페이스북 캡처

MBC란 방송사를 기억하시는가? 한때 ‘드라마왕국’으로 불렸고, <PD수첩> 황우석 편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했고, 손석희 앵커 등 뛰어난 방송인들을 키워낸 그 방송사 말이다. 지난 탄핵정국 때 친박세력의 환호 속에 시청률이 자유한국당 수준으로 떨어졌고, 최근 <무한도전>을 보던 사람들마저 아예 채널을 건너뛴다는 그 방송사 말이다. 한때 ‘마봉춘’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사랑받던 MBC가 이제는 존재감이 없다. 숱한 종편 채널과 인터넷 매체들이 있으니 그까짓 MBC 없어도 상관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과연 그래도 될까?

내일, 7월 13일 오후 5시, MBC에서 김민식 PD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가 열린다. 시트콤 <뉴 논스톱>과 드라마 <내조의 여왕>으로 주목받았지만 2012년 파업에 앞장선 뒤 프로그램을 빼앗긴 채 잊혀진 그 김민식PD 말이다. 그는 6월 2일 MBC 사옥 안에서 “김장겸은 퇴진하라”고 외치는 자신의 모습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했고 사측은 “업무 방해, 직장 질서 문란”을 이유로 그를 인사위에 회부했다. 만약 김PD가 해고된다면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의 ‘1호 해직 언론인’이 된다.

자칭 ‘딴따라’인 김PD는 2012년 김재철 퇴진요구 파업 때 노조 부위원장으로 집회를 이끌었다. 보도국에 공정보도를 촉구하려 갈 때는 “같은 기자들끼리 얼굴 붉히면 안 되니 ‘듣보잡’인 내가 가겠다”며 앞장서서 “왜곡보도 귀신 물러가라”고 외쳤다. MBC 노조원 300여명이 출연한 롱테이크 동영상 <MBC 프리덤>(영상 바로보기)을 직접 연출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유치장에서 영장심사를 기다리며 “법정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유치장을 답사할 좋은 기회”라며 웃기도 했다.

파업이 끝난 뒤 그는 ‘징계 3종 세트’(정직 6개월, 대기발령, 교육발령)를 받았고, TV주조정실로 ‘유배’됐다. 망가진 MBC가 방송하는 왜곡된 뉴스와 맥빠진 프로그램을 보는 건 가혹한 형벌이었다. 자괴감과 무력감에 시달리던 그는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김장겸 퇴진”을 혼자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부문, 모든 연차의 MBC 구성원들이 성명으로, 구호로 김PD와 함께 하기 시작했다. 지난 주 실시한 사내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95.4%의 MBC 구성원들이 ‘김장겸 사장 퇴진’에 동의했다. 따라서, 김PD를 징계한다면 MBC 대다수 구성원들을 징계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게 장악된 MBC는 해고 10명, 부당징계 71건, 부당전보 187명을 기록했다. 김PD를 비롯한 숱한 기자, PD, 아나운서들이 일을 빼앗기고 엉뚱한 곳으로 배치됐다. 뿔뿔이 흩어진 MBC 구성원들은 좌절과 분노 속에서 지쳐갔고, 그 결과는 공정방송의 죽음이었다. 법원은 그 동안 MBC에서 자행된 해고, 징계, 발령에 대해 모두 부당하다고 판결했고, “공정방송은 방송사 구성원들의 중요한 근로조건”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김장겸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은 이러한 법원의 취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똑같은 인사권 남용을 되풀이해 왔다. 이는 심각한 노동탄압이기도 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특별근로감독은 MBC 경영진의 노동탄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법적 절차였다. MBC 경영진은 특별근로감독을 받고 있는 기간에 김PD를 인사위에 회부함으로써 이 법적 절차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촛불을 폄훼하고 친박집회를 찬양한 MBC 경영진은 이제 ‘언론장악의 피해자’를 자처하며 “특별근로감독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MBC 뉴스를 사유화하여 자기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매체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했다면 국정농단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촛불 광장의 시민들은 입을 모았다. 이명박에게 ‘쪼인트 까인’ 김재철, 비선실세 정윤회와 모의하여 방송을 농단한 안광한에 이어 사장에 오른 김장겸은 보도책임자로서 국정농단을 방치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런 그가 아직도 임기 보장을 주장하며 MBC를 적폐세력의 마지막 보루로 삼으려 드는 게 과연 합리적인가? 

MBC는 '공영방송'(Public TV)이다. 온 국민이 숨쉬는 공기와 같아야 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MBC를 ‘관영방송’(Government-Owned TV)으로 전락시켰다. 박근혜 파면 이후 MBC는 김장겸 사장이 좌지우지하는 ‘사영방송’(Private-Owned TV)이 됐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다. 이제 ‘공영방송’ MBC를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자는 아우성이 MBC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MBC가 이대로 파멸하도록 방치하는 것보다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도록 시청자의 목소리를 더하는 게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까? MBC 노조는 김PD의 인사위를 앞두고 국민배심원단을 모집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페이스북에 댓글을 남기면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줄탁동시(啐啄同時),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려면 안과 밖에서 동시에 쪼아야만 한다.


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전 MBC PD)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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