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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만 가능? 노조 참석 반대한 KBS 이사들의 억지

KBS 이사회, '양대 노조위원장 이사회 참석 요청'안 다수결로 부결시켜 구보라 기자l승인2017.07.13 17: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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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경영진의 퇴진과 공영방송 바로 서기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KBS 이사회(이사장 이인호)가 ‘KBS 양대 노동조합 위원장 이사회 참석 발언 제공 요청’ 안건을 부결시켰다.  

KBS 이사회는 12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6층 대회의실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KBS 양대 노동조합 위원장 이사회 참석 발언 제공 요청’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해당 안건은 반대 6표, 찬성 4표로 부결됐다. 현재 KBS 이사회는 전 여권 추천 이사 7명(다수 이사, 이인호, 김경민, 변석찬, 조우석, 이원일, 차기환, 강규형), 전 야권 추천 이사 4명(소수 이사, 권태선, 김서중, 장주영, 전영일)으로 구성돼 있다.

소수 이사 4인은 '양대 노조 위원장 이사회 참석 발언 제공 요청'안에 대해 “KBS 구성원들이 개혁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사회로서 마땅히 노조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있다”며 찬성의 뜻을 보였다.

다수 이사 6명 중 조우석, 차기환, 강규형 이사는 “노조가 이사회에 발언하는 걸 허용했다간 이사회가 자칫 흔들릴 수 있다”, "이사회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면전에서 들어야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전례도 없고, 전례로 남길 수도 없다”며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혔고 이사회 자리가 아닌 간담회에서의 논의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사회 회의와는 달리, 간담회에서의 발언은 속기록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전 여권 추천 이사인 김경민 이사는 이날 참석하지 않았다.

▲ 여의도 KBS 본관. ⓒKBS

이인호 이사장은 “아시다시피 사내에서 사장, 이사장 거취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성명서 같은 것이 나왔고 그래서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대충은 이사들이 다 알 거라 생각한다”며 “노조 위원장들이 직접 이사회에 참여해 자신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할 기회를 달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이사회에 그 사람들을 전달해서 들을 필요가 있는지 결정했으면 한다”고 안건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KBS 양대 노동조합(KBS노동조합, 언론노조KBS본부)와 10개 직능협회로 구성된 ‘KBS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6월 21일 정기이사회가 열리기 전 KBS 본관 2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사장 사퇴와 이사회 해체를 주장했다. 이현진 KBS 노동조합 위원장과 성재호 KBS본부 위원장은 전 야권 추천 이사들에게 ‘노조 위원장 이사회 참석’을 요구했다.

다수 이사들은 ‘오늘 갑작스럽게 결정하는 건 적절치 않으니 다음에 공식적으로 논의하자’는 의견을 밝혔다. 양대 노조는 이사회 참석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관련 기사 'KBS 구성원들, 이인호 이사장 사퇴 요구')

다수 이사들 "전례 있나", "노조와의 대화 건설적이지 않을 것',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 퇴진 요구는 KBS 총의로 보기 힘들어"... "이사회말고 간담회에서 진행하자" 주장 

소수 이사들 "이사회로서 노조의 의견도 들을 수 있어야", "공식적인 자리에서 정정당당하게 논의해보자" 

일부 다수 이사들은 이인호 이사장의 안건 제안 설명 후 이사회 사무국에 전례 조사를 요구했다.  

먼저 조우석 이사(전 여권 추천)는 해당 안건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조 이사는 “노조가 KBS 공사 내에 책임있는 기관이라는 걸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정한다”고 운을 뗀 다음 “노조가 이사회에 참석해서 발언한다는 게 잦은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사회에서 하려는 말이 건설적이고 정상적인 대화의 과정이라면 환영할 수 있다"라면서 "그러나 두 노조가 보내온 공문을 유심히 보면 아시겠지만 정상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라는 판단이 굳이 들지 않아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 이사는 “노조는 ‘독선적인 경영과 인사 등으로 사원들의 불만이 참을 수 없을만큼 커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노조 나름대로 여론조사 과정을 거친 것이겠으나 저는 이게 KBS 전체의 총의(전체의 뜻)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가 이사회에 발언하는 걸 허용했다간 이사회가 자칫 흔들리는 결과가 오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아주 없진 않다”며 “이사회가 왜 있나. KBS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다. 필요하다면 그 누구의 대화도 경청하고 열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조 이사는 "하지만 특정 길목에 모인 노조원들이 유쾌하지 않은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피케팅을 하는 과정을 지난 2개월 넘도록 이미 우리는 지켜보지 않았나. 그 과정의 연장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서중 이사는 “(노조 위원장들을 불렀을 때) 건설적인 안이 나오느냐 보다는, 그들의 발언을 이사회에서 듣는 게 적절한 지를 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사들도 현재 KBS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알고, 피케팅하는 것도 보는데 이를 모른척하고 넘어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조 위원장들이 여기와서 무력행위를 한다는 것도 아니고, 본인들의 의사를 이야기하겠다는데 못 들을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전영일 이사(전 야권 추천) 또한 “노조 위원장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도 전에 어떤 이야기일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조 이사는 사장과 이사장 퇴진하는 설문조사 결과가 KBS 총의가 아니라고 했는데 사장에 대한 거취 문제는 양대 노조와 직능협회가 같이 실시한 설문조사”라고 조 이사의 발언에 대해 반박했다.

이어 전 이사는 “지난번(6월 21일 정기이사회 당시) 차기환 이사도 ‘다음번에 논의하자,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한 건 이인호 이사장이 (21일 이사회가 열리기 전) 노조 위원장들과 이미 면담도 했기에 다음번에 정식절차 밟자는 것이어서 저는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서 논쟁이 없을 줄 알았다”며 “노조 위원장들이 말하는 걸 듣는 것도 이사회에서 막는다면, 그건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이사는 “제가 KBS 노조위원장 할 때에도 이사회에 직접 들어온 적이 있었다. 단체협상 결렬이나 지금처럼 사장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논했다. 또 90년 4월, 이인호 이사장이 KBS 이사였던 때, 제가 노조위원장으로서 이사회에 참석해 발언했던 기억이 난다”며 “이 문제로 논쟁 하지말자”고 강조했다. 

▲ KBS 이사회 소수 이사 4인(전 야권 추천 이사) 전영일, 권태선, 김서중, 장주영 이사. ⓒKBS 이사회 홈페이지 화면캡처

조우석 이사는 조 이사는 “이사회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두 노조가 와서 대화를 나누는 방식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했다"며 "이사회가 아닌 간담회 방식으로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차기환 이사(전 여권 추천)도 “(이사회가) 노조와 대화를 한다면 이사회나 간담회냐, 양식 차이”라고 말했다.

공식적인 이사회 자리에서 나온 모든 발언은 속기록으로 기록된다. 하지만 이사들의 간담회는 기록되지 않는다. 

권태선 이사(전 야권 추천)는 “조 이사가 이사회는 KBS 최고의결기구라며 이사회의 권위에 대해서 말했는데, 그렇기에 더더욱 이사회에서 노조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는 더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서중 이사 또한 “간담회와 이사회를 따져보면 다른 것 아니냐. 공식적인 자리에서 책임있게 이야기하자”고 밝혔다. 

이어 조금씩 의견은 다르지만 조우석, 강규형, 차기환 이사 모두 이사회 자리에서 노조 위원장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대해선 반대했고, ‘간담회’에 대해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우석 이사는 간담회 제안에 이어 “공영노동조합에도 별도로 이사들과의 대화 자리를 주자. 물론 1,2노조와 조합원 수가 다르지만, 거기도 엄연히 노조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강규형 이사는 “이사회 형식이라면 1노조만, 간담회면 2노조만 들어오는 게 어떠냐”, 차기환 이사는 “그럼 회의를 두 번 해야하니까 이사회면 1노조, 간담회면 1노조와 2노조 다 들어오는 건 어떤가”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전영일 이사는 “공영노조는 이사회 참석 발언을 요청했나. 요청한 적도 없다“고 강하게 반박하며 ”상식적인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비판했다. 조우석 이사는 “어떻게 제가 한 말에 대해서 바로 ‘상식적이지 않다’고 재단을 바로 하나. 의아하기 짝이 없다”고 반박하며 “이는 동료 이사에 대해서 부적절한 워딩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전 이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후 이사회에서는 고성이 오갔고 회의가 잠시 중단됐다. 

다시 회의를 개회한 뒤, 이사회 사무국 측은 노조 위원장이 이사회에 참석했던 전례에 대해 발표했다. KBS 이사회는 “노조 위원장이 이사회에 참석한 건 2009년부터 두 건이 있었다. 2009년 11월 사장 선임 관련해서 사추위에 대해 논의하던 중 당시 노조위원장이었던 강동구 위원장이 이사회가 끝나고 참석해 발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0년 8월 당시 엄경철 언론노조KBS본부 위원장이 이사회에 참석해 조직개편안 관련한 발언하겠다고 요청해서, 간담회로 전환하고 발언 기회를 줬다. 이사회 속기록엔 없다”고 밝혔다.

전례를 발표한 뒤에도 이사들의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규형 이사는 “이사회에서 노조 위원장 말을 듣는 것도, 이사회에 두 노조(위원장)가 들어온 경우도 없었고, 간담회도 어떻게 보면 이사회 활동의 일부"라며 "간담회에서 두 노조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재차 요구했다. 그는 "단체교섭권이 없는 두 번째 노조(언론노조 KBS본부)에게 이런 권리를 주는 게 합당한가하는 의문은 들지만 (노조에서) 소통하자고 우기니까, 간담회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라고 덧붙였다. 

김서중 이사는 간담회라는 형식에 대해 반대하며 “두 노조는 '이사회'에서 발언하겠다고 요청하고 있다. 간담회는 사실 이사회처럼 공식성을 지닌 자리는 아니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차기환 이사는 “노조는 이사장과 이사 사퇴를 요구하는데, 이사들이 그 요구를 듣는 건 소통이 아니라 투쟁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퇴 주장하는 일장연설을 이사회에서 이사가 면전에서 들어야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주영 이사, "다수 이사들, 피하지 말고 이사회 자리에서 노조의 요구에 대해 본인들의 생각 당당하게 이야기해라" vs 강규형 이사 "교섭권 없는 노조 위원장이 이사회에서 발언한 전례 없어", "간담회에서라도 의견 개진 가능한데 뭐가 문제인가"

장주영 이사(전 야권 추천)는 “현재 4,000명이 넘는 양대 노동조합 조합원이 개혁과 변화를 요구한다. KBS에 대해서 경영책임을 분담하는 이사회라면, 양대 노조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한다. 그리고 그들이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 이사는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한다면 이미 구성원들로부터 배척당하고 있는 소수의 경영진과 사장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존중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방송법에서 만든 마땅한 이사회의 기능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양대 노조 대표자들이 와서 사실 무슨 이야기할지는 예단해서 판단할 수는 없고, 설령 일부 이사들이 말한대로 퇴진을 요구하는 이야기를 한다하더라도, 만약 일부 이사들 기준에 맞춰 옳지 않다면 정정당당하게 옳지 않다고 말을 하면 된다. 그런데 간담회는 되고 이사회는 안된다?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고 다수 이사들의 의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만약 노조의 요구에 대해서 다수 이사들이 정정당당하다면, 퇴진 요구에 대해서 반박하면 된다. 왜 비겁하게 회피하려고 하냐. 간담회는 되고 이사회는 왜 안 되냐. 기록에 남기자. 다수 이사들은 이제까지 자신의 소신에 따라 의결해왔고 모든 게 다 정당하고 생각하는 거잖나. 그렇다면 노조의 요구가 왜 잘못됐다고 생각하는지도 이사회 자리에서 당당하게 이야기하라”고 밝혔다.

강규형 이사는 “법률해석상 판례라는 게 중요하다는 건 (변호사인) 장 이사가 저보다 더 많이 알텐데”라며 “교섭권 없는 노조위원장이 이사회에서 발언을 하는 전례가 없다. 전례를 들어보니 이사회가 끝나고 나서 의견 개진을 한 케이스는 있다”며 “이사회 끝나고 말하는 걸로 하자. 이건 크게 양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렇게라도 의견개진을 하고 토론을 하는 게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인호 이사장은 해당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투표는 KBS 이사회 방식에 따라 익명 투표로 진행됐다. 투표 결과 해당 안건은 반대 6, 찬성 4로 부결됐다.

이후 다수 이사들은 간담회 건에 대해서 표결을 붙이고자 했으나, 전영일 이사는 “간담회 여부는 오늘 여기서 논쟁해봐야 의미 없다”고 말하며 “그 논의에는 참석 안하겠다”고 퇴장했고, 이어 장주영, 김서중, 권태선 이사 모두 퇴장했다.

▲ KBS 이사회 다수 이사들. 이인호, 김경민, 벽석찬, 조우석, 이원일, 차기환, 강규형. ⓒKBS 이사회 홈페이지 화면캡처

이후 이인호 이사장은 “결국 속기록에 남기는 게 필요했던 것 아니냐”고 말하며 “노조들의 의도가 소통하자는 거고 우리는 이야기를 들을 용의는 있다. 마땅히 회사원 전체의 의견을 수렴해서 가장 좋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의무인 이상 이사회에 직접 참가하는 건 거절하더라도 간담회 형식으로 이야기를 듣겠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고 말했다.

▲ 지난 12일, KBS 임시이사회 참석을 위해 이인호 이사장이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고 있다.ⓒPD저널

그 자리에 참석한 조우석, 변석찬, 이원일, 차기환, 강규형 이사는 동의 의사를 밝혔으며, 간담회 관련 안건을 다음 이사회 소집 안건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날 이사회가 열리기 전, KBS 양대 노조 위원장과 조합원들은 KBS 본관 2층에서 이사장 사퇴와 이사회 해체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이사들이 지나갈 때 “이사장은 물러나라”, "이사회 해체", "KBS를 살릴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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