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MCN 원년, 2017년은 MCN ‘커머스’ 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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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우캐스팅' 브랜디드 콘텐츠 필요…성과지표 부재, 시청자 피로감은 한계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채널 네트워크) 수익 방안 고민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뚜렷한 답은 없다.

다만 광고주들은 확실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는 “2015년부터 한국에서 MCN이 원년이었다면, 광고주의 발전과 진화는 이제 시작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MCN협회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CKL 기업지원센터에서 진행한 방송영상콘텐츠산업 현안세미나 ‘넥스트 콘텐츠, MCN에 길을 묻다’에서는 MCN과 결합한 커머스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오갔다.

발제에 나선 박성조 글랜스TV 대표는 이미 커머스가 MCN의 수익모델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커머스 콘텐츠를 잘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조언했다.

박 대표는 ‘내로우캐스팅’과 ‘옴니채널’을 강조했다. 내로우캐스팅이란 ‘브로드캐스팅’의 반대 개념으로 좀 더 세분화된 장르, 타깃이 특정한 콘텐츠를 의미한다.

▲ 한국콘텐츠진흥원과 MCN협회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CKL 기업지원센터에서 진행한 방송영상콘텐츠산업 현안세미나 ‘넥스트 콘텐츠, MCN에 길을 묻다’에서는 MCN과 결합한 커머스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오갔다. ⓒ박성조 글랜스TV 대표 발제문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이것을 커머스에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브랜드와 먼저 손을 잡고 기획을 한 후 거기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의 브랜드들은 ‘많이’ 보는 것보다, ‘잘’ 보여줘 브랜드 이미지를 원하는 방향으로 형성하기를 원한다. 대중에게 소구하기보다는 적합한 타깃층에게 소구하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 기업도 ‘옴니채널’에 주목해야 한다. 옴니채널이란 온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해, 소비자가 어떤 채널에서든 같은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한 쇼핑 환경을 의미한다. 브랜드들이 ‘가치’에 대한 고민을 하며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경험’하기를 원하게 됐다.

이제 브랜드들은 ICT기술 중심의 '옴니채널 1.0' 시대를 넘어 콘텐츠 중심의 '옴니채널 2.0' 시대로 가고 있다.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이 브랜드 경험을 즐기기를 바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미디어 사업자들은 여기에 대한 인사이트가 적은 게 현실”이라며 “이들(브랜드들)은 많이 파는 것보다 잘 파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일례로 ‘샤넬’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네이버 검색포털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했다. 가장 많은 이용자들이 몰리는 포털 사이트에서 빠진다는 것이 이해가 안갈 수 있지만, 샤넬은 자신의 브랜드 가치가 ‘네이버 쇼핑’ 구독자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 대표는 레거시 미디어가 아닌 MCN 사업자, ‘넥스트 미디어’ 사업자들은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 팬덤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오리지널 콘텐츠에도 PPL이 일상화된 현실 속에서 오리지널 콘텐츠와 커머스 콘텐츠, 브랜디드 콘텐츠의 의미가 불분명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tvN <윤식당>은 ‘윤식당 앞치마’ 브랜디드 콘텐츠로서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CJ E&M의 ‘올리브’ 채널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라이프스타일에 특화한 채널일 수 있지만, CJ 제일제당 관점에서는 그 자체가 커머스 채널이 된다.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 로열티를 형성하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박 대표는 종국적으로 콘텐츠 제작사들이 미디어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에서도 편성을 고민해야 하고, 파트너사를 정해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기획단계에서부터 협업해야 한다. 그는 “레거시 사업자 틈새를 공략하라”며 “그들은 몸이 무거워 할 수 없는 것을 크리에이터가 가진 신속성과 순발력을 발휘해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전했다.

▲ 한국콘텐츠진흥원과 MCN협회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CKL 기업지원센터에서 진행한 방송영상콘텐츠산업 현안세미나 ‘넥스트 콘텐츠, MCN에 길을 묻다’에서는 MCN과 결합한 커머스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오갔다. ⓒ박성조 글랜스TV 대표 발제문

광고효과 ‘지표’ 부재…생태계 '한계' 존재

MCN 사업자와 광고주의 협업은 여전히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우선 브랜디드 콘텐츠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콘텐츠를 활용해 물건을 파는 회사들이 부쩍 증가했기 때문이다.

광고주 중에서는 ‘조회수는 잘 나온다고 하는데 매출은 오르지 않는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아직 MCN 콘텐츠, 브랜디드 콘텐츠에 대한 불신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는 “이에 대해 혹자는 '어린애가 이제 이유식 뗐는데 스테이크 먹이는 것과 같다'는 말을 하더라”며 “콘텐츠 사업자들이 이제 막 이용자들과 커뮤니티를 만들고 소통의 기반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광고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없는 것은 분명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TV 등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시청률’이라는 하나의 지표가 있지만 MCN 콘텐츠에서는 조회수로 평가해야 하는지, ‘좋아요’, 댓글 수 등으로 평가해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지표들을 적정한 비율로 조정해 하나의 지표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기도 하다.

박성조 글랜스TV 대표는 “지표를 만드는 걸 콘텐츠 사업자가 고민할 영역은 아닌 거 같다. 룰을 정하는 건 집단적으로 고민할 문제”라고 밝혔다.

비디오빌리지에 소속돼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코리안브로스JK는 “불안한 건 어느 광고주도 알고리즘, 분석표를 보여 달란 말을 하지 않는다”며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쪽은 20대 타깃을 원하는 것 같은데 내가 분석해본 바로는 10대 남자가 많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분석을 보여주고 싶지 않기도 하다”며 “하지만 한편으로는 향후 양치기 소년처럼, 광고주가 크리에이터에 대한 신뢰가 없어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MCN 기업 입장에서 브랜디드 콘텐츠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기도 하다. 박 대표는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콘텐츠 제작사를) 시작했는데, 하기 싫은 걸 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며 “모든 넥스트 미디어 사업자들의 고민”이라고 밝혔다.

크리에이터 코리안브로스JK는 콘텐츠에 기업 자본이 들어오면서 콘텐츠 품질이 상향화되는 것에 대한 고민도 나타냈다.

그는 “기업들이 콘텐츠를 만드니 생태계가 깔끔해지기는 했다. 그런데 기업형이 늘어나다보니 시청자들도 점점 더 고퀄리티를 바란다. 크리에이터가 초기처럼 핸드폰으로 편하게 제작하는 건 한계치에 달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JK는 이어 “생태계가 너무 급하게 진행되는 것 아닌가. 크리에이터는 취미가 직업이 된 건데, 모든 광고가 더 자극적으로 변하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더더욱 증가하는 것 같다”며 “기업형이나, C급-D급도 아닌 저급한 콘텐츠나, 중간지점이 없어서 저처럼 깔끔한 크리에이터들은 외면받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현재 MCN 업계에서는 SMC미디어와 같이 크리에이터와 광고주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는 사업자도 생기고 있다. 안수현 SMC미디어 이사는 “우린 제일기획과 같은 역할을 한다”며 “크리에이터는 예술가의 언어를 쓴다면 광고주는 비즈니스 언어를 쓰는 느낌이다. 광고주들도 크리에이터의 특성을 알아야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콘텐츠를 연결할 수 있는데 그걸 잘 모르니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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