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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학교’, 아이돌 잔혹사

[방송 따져보기] 아이돌 육성 예능, 성 상품화 논란에 대하여 방연주 객원기자l승인2017.07.18 09: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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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희 교수가 저서 <우리시대 대중문화와 소녀의 계보학>에서 “한국의 10대 소녀 대부분은 순진열렬한 소녀의 표상들로 바라보며 그 영향 하에 가부장적 권력과 질서가 제시하는 대로 진정한 소녀의 복종적인 주체를 형성하도록 훈육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처럼 <아이돌 학교>는 ’성장‘과 ’육성‘이라는 키워드 역시 획일화된 성 역할과 몰개성화된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 Mnet

Mnet <아이돌 학교>가 지난 13일 첫 방송을 했다. <아이돌 학교>는 ‘걸그룹’이 되고 싶은 ‘열정이 예쁜 소녀’들을 아이돌 맞춤형 교육을 통해 가장 예쁘고 실력 있는 걸그룹으로 데뷔시킨다는 성장형 아이돌 육성 학원물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41명의 참가자들은 11주간의 교육 과정을 거치고, 살아남은 최종 성적 우수자 9명은 프로그램 종료와 동시에 걸그룹으로 데뷔하게 된다. <아이돌 학교>는 방송되자마자 흥행의 조짐을 보였다. 첫 방송 시청률은 1.5%(닐슨코리아 전국기준), tvN과 Mnet을 합산해서 2.3%. Mnet <프로듀스 101> 시즌1 첫 회 시청률이 1%보다 높은 수치이다. 포털 사이트에서도 실시간 검색어에 프로그램명과 참가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화제성을 입증했다.

<아이돌 학교>는 화제를 일으켰지만 논란에도 휘말렸다. ‘성장’과 ‘육성’이라는 기치 아래 교묘하게 ‘성(性) 상품화’를 추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쁨’이라는 상징 언어에 더해 참가자들의 외모, 헤어스타일, 의상, 장신구, 배경이 되는 숙소, 색감, 소품들 모두 유희성 코드를 강조한 기표로 극대화하고 있다. 예컨대 참가자들은 일본식 세일러 교복이나 부르마(하의가 짧은 일본식 체육복)를 입고 몸매를 드러낸다. 카메라는 ‘폐활량 훈련’을 명목으로 부르마를 입은 참가자들이 수영장에서 맨몸을 그대로 드러낸 모습을 담아낸다. 또한 짧은 교복 치마를 입은 참가자들이 무대 위기 대처의 일환으로 비를 맞으면서 춤을 추거나, 농구공을 안은 채 일렬로 누워 발성과 호흡을 연습하는 모습이 카메라 앵글에 잡힌다.

<아이돌 학교>는 방영 전부터 ‘성 상품화’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출연자인 김희철은 제작발표회에서 “‘성 상품화 이야기가 오가는 것은 취향의 차이”라며 논란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참가자의 실력과 역량을 키우는 데 활용하는 장치와 소품들은 오히려 관음증을 자극하거나 여성을 눈요기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강조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지희 교수가 저서 <우리시대 대중문화와 소녀의 계보학>에서 “한국의 10대 소녀 대부분은 순진열렬한 소녀의 표상들로 바라보며 그 영향 하에 가부장적 권력과 질서가 제시하는 대로 진정한 소녀의 복종적인 주체를 형성하도록 훈육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처럼 <아이돌 학교>는 ’성장‘과 ’육성‘이라는 키워드 역시 획일화된 성 역할과 몰개성화된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이돌 학교>뿐 아니라 Mnet<식스틴>, <프로듀스 101>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걸그룹 상품화‘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돌 데뷔가 여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길거리 캐스팅만으로도 연예계 데뷔가 가능했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본격화되면서 장기간 연습생도 데뷔를 장담할 순 없다. 한 해에 100팀 가량 데뷔하는 등 아이돌 시장 포화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설사 데뷔하더라도 살아남기도 어렵다. 이렇게 아이돌 시장이 치열해질수록 <아이돌 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은 더욱 입지를 넓힌다. 살아남으면 ’100% 데뷔‘한다는 데서 참가자의 절실함이, ’보기 좋게‘ 상품화하면 팔린다는 상업성이, 그들의 분투를 통해 대리만족하는 시청자의 욕망이 맞물리는 지점이다.

따라서 ‘성장의 기회’를 준다는 명목만으로 아이돌 프로그램을 마냥 반길 순 없다. <아이돌 학교> 첫 방송에서 한 참가자가 자진 퇴교했다. “잘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다. 다들 쉬는 시간에 연습해도 못 따라갈 정도”라고 이유를 밝혔다. ‘육성 회원’으로 불리는 시청자들이 실시간 문자 투표 진행하고, 참가자의 반응을 보여주며 대중의 시선을 붙잡았지만, 막상 한 참가자의 ‘퇴교’는 하나의 에피소드로 흘려보냈다. 최종 우승하면 정말 ‘아이돌’로 성장할 수 있는 걸까. 데뷔 이후에도 ‘시한부 걸그룹’, ‘단발성 유닛’으로 활동하는 경우를 보면 아이돌을 대중의 욕망을 투영한 소비재로서 소모하는 주기가 과거보다 짧아졌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방연주 객원기자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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