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노조 “사측, 경영위기 없는데 직원 해고하려 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성학 회장, 노조 행사 물품 강제 철거+욕설 논란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지부장 유진영, 이하 OBS 지부)가 OBS 경인TV(이하 OBS)의 방송사유화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와 경영위기를 과장하는 한편 OBS 구성원들을 상대로 폐업 협박까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정리해고 중단과 경영진 사퇴도 요구했다.

OBS 지부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OBS 방송사유화 고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OBS의 대주주인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이 의도적으로 OBS에 경영위기가 있는 것처럼 조작해 대규모 정리해고를 강행하는 등 방송노동자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1600만 경인지역 시청자들의 시청주권을 말살시키려 한다”며 “당장 정리해고를 중단하고 김성재 부회장과 최동호 대표이사 등 경영진은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 1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 주최로 'OBS 방송사유화 고발 공동기자회견'이 열렸다.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 제공

조영수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유진영 지부장을 포함한 OBS 지부원들뿐만 아니라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개련) 대표(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 등 언론계 전문가들,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와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경률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임순혜 미디어기독연대 공동대표,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해 대주주의 방송사유화 실태 고발에 목소리를 보탰다. 특히 김경률 위원은 공인회계사로, 이날 기자회견에서 OBS의 재무제표와 OBS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2016년 제출한 재허가 신청서, 2016년 감사보고서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김경률 회계사는 “회사는 이달 초 전 직원에게 설명 자료를 배포해 ‘2016년 상반기 결산 시 누적적자가 28억 원이나 발생하는 등 최악의 경영위기를 맞아 혁신경영을 실시하겠다’고 하면서 정규직 30명, 비정규직 10명(OBS 지부 확인 결과, 후에 대주주로부터 온 공문에는 정규직 14명, 비정규직 3명을 정리 해고하는 것으로 명시)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며 “대주주는 ‘OBS 경영악화 때문에 대주주 이름(백 회장)을 대도 제2금융권에서조차 대출을 못 받는다’, ‘경영상 수지균형을 이뤄야 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다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지부장 유진영)가 18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OBS 방송사유화 고발 공동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자료.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 제공

김 회계사가 공개한 2016 회계연도의 요약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OBS는 2016년도에 5억 6천여 원의 영업손실과 8억 6800여만 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경영진이 주장하는 경영상 수지 불균형과 경영악화로 여겨질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김 회계사는 “그러나 OBS는 100% 자회사로서, OBS에서 발생한 영업이익을 회사의 영업손익에 반영하면 회사의 영업실적은 호전돼 나타난다”며 “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인 ㈜미디어오비에스에서 발생한 이익을 일컫는 ‘지분법이익’이 2015년에 2억 4000만 원, 2016년에 3억 2700만 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 회계사는 또 “OBS의 영업현금흐름으로 인한 유입액을 살펴보면 2014년 14억 8000만 원, 2015년 6억 5600만 원, 2016년 60억 8500만 원에 이른다”며 “회사는 돈을 못 번다고 하지만, 최근 영업년도에서 영업활동으로부터 충분한 자금 유입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이는 곧 방송활동에 종사하는 PD, 기자, 기술직 종사자, 기타 현업에 복무하고 있는 이들은 맡은 바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계사는 여기에 “오늘 아침에도 은행연합회 자료를 확인했더니 OBS에 부채는 없었다”는 발언도 덧붙였다.

김 회계사는 OBS 경영악화로 제2금융권에서조차 대출이 어렵다는 대주주 측 주장도 수치자료를 통해 반박했다.

그는 “2016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차입금(전환사채 포함) 관련해서는 45억 원을 조달하고 122억 원을 상환, 순액으로는 77억 원을 상환한 것을 알 수 있다. 회사는 ‘제2금융권에서조차 대출을 받을 수가 없다’고 했지만 77억을 갚았다는 건 77억을 빌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냐”며 “OBS는 절대 흔들리고 있지 않다. (경영진과 대주주는) 떼를 쓰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어 “OBS가 소지한 부천 OBS 사옥 부지에 대한 등기부등본도 떼 봤다”며 “백 회장이 100% 지분을 가진 영안상사주식회사가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데, 자일대우버스와 클라크 등 영안모자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들이 이 부지를 담보로 돈을 빌리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백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금융 자산가다. 이런 분이 지급보증을 하는데 돈을 안 빌려줄 수가 없다”는 주장도 내놨다. 

▲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지부장 유진영)가 18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OBS 방송사유화 고발 공동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자료. 2016년 6월 OBS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출한 지상파방송사업자 재허가 신청서 자료다.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 제공

나아가 김 회계사는 재무활동에서 77억 원을 유출시킨 이 부분은 방통위가 주목해서 회사에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회사가 2016년 방통위에 제출한 지상파방송사업자 재허가 신청서 272쪽을 보면, 회사는 재무활동으로 10억을 증자할 것이라고 했다. 이건 외부로 돈을 유출하지는 않겠다는 뜻인데, 오히려 부채를 갚는다고 재무활동을 통해 77억을 유출했다”며 “이건 대단히 심각한 위반 행위다. 불가항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측면이 있는 영업활동에 비해 재무활동은 경영진이 유동적이고 의도적으로 개입과 조작이 가능한 부분이라 이 부분에 대해 회사가 ‘어쩔 수 없었다’든가 ‘의도치 않았다’ 이럴 수가 없다. 방통위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OBS 노조인 OBS 지부는 김 회계사의 주장과 같은 맥락에서 최근 몇 달간 있었던 대규모 정리해고는 합당한 이유가 없는 부당 정리해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상태이며, 오는 21일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심문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오동식 OBS 지부 사무국장은 “이 결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지부장 유진영)가 18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OBS 방송사유화 고발 공동기자회견'에서 공개한 OBS 조직도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 제공

OBS 노조 “대주주, OBS 보도 계열사 홍보에 이용…‘숭의초’ 문제도 대주주 일가 재단 관련이라 외면” 주장

대주주 백성학 회장, OBS 지부원에 ‘새끼’ 욕설…노조‧시민단체 “OBS가 대주주 것이냐” 비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회사가 주장하는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반박 외에도 ‘현 대주주와 경영진이 방송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과 그에 대한 증명 자료 공개도 있었다. 

유진영 지부장은 “백성학 회장은 회장-부회장-대표이사 직제를 통한 ‘옥상옥 수렴청정’과 의도적 경영위기 조장, 사장공모 추천제 폐기를 통해 책임경영을 무력화시키는 한편, ‘회장표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하거나 회장 월례회의 주재를 통해 방송 전반에 관여하는 등의 보도 개입과 사장공모 추천제 폐기, 상시 구조조정 협박을 통한 편성‧보도 자율성 침해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유 지부장은 특히 편성‧보도 부문 제작 자율성 침해가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재 OBS에는 자체제작 프로그램이 <전기현의 씨네뮤직>과 <유인촌의 명불허전> 단 2개뿐인데 모두 회장 지시 프로그램”이라며 “특히 <유인촌의 명불허전>은 0.01%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폐지 결정이 안 된다. 지역 시청자들이 바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데…(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법 제4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돼 있는데 (백 회장은)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심각하게 위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유 지부장은 대주주가 대주주 계열사 홍보를 위해 OBS 보도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그는 “OBS 사측은 OBS 대주주 ‘영안모자’의 계열사인 ‘자일대우버스’가 신차를 발표할 때마다 보도를 하게 하는 데 반해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숭의초등학교 관련 기사는 의도적으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숭의재단’은 백 회장 일가가 소유한 재단이다. 

유 지부장은 “OBS는 (전신인 iTV가 정파된 이후) 새로운 공익적 민영방송을 만들고자 했던 시청자와 iTV 구성원들의 열망을 담아 3년 동안의 풍찬노숙 끝에 만들어진 방송인데 누구 하나를 위한 방송이 돼선 안 된다”며 “어떤 희생을 각오해서라도 이런 부분을 밝히고자 했다. 방송 노동자들이 희생당하고,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이 훼손되고 있음을 이 자리에서 강력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OBS 지부는 기자회견에서 백 회장의 모습을 담은 영상 2개도 함께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지난 4월6일 오후 12시20분께 백 회장이 ‘정리해고 철회와 OBS 방송정상화를 위한 투쟁 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던 현장에 찾아와 노조 조합원들의 행사 물품을 강제로 철거하고, 이를 말리는 조합원들에게 욕설을 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지난 6월 25일 오전 9시께 월례 회의 참석차 OBS에 들른 백 회장이 전 지부장이었던 OBS 지부원과 나눈 대화에서 ‘10~12월 쯤 (OBS를) 폐업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규찬 언개련 대표는 “최근에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자신의 직원에게 ‘새끼’라는 욕설을 해서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키고 매장 수준으로 욕을 먹었다. 백 회장도 종근당 회장처럼 사회의 정확한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멀쩡히 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신임 방통위원장에게 요구한다. 청문회를 통과하면 제일 먼저 OBS로 달려가라. 이명박‧박근혜 두 정권 동안 무너져버린 지역방송을 챙기고 시청자 주권을 회복하고 고용의 불공정성을 해소하고, 방통위가 스스로 현장에 가서 분명히 책임질 거라고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임순혜 미디어기독연대 공동대표는 “OBS의 주인은 경인지역 시청자와 OBS 지부다. iTV가 정파된 이후 방송위원회(방통위 전신)는 새로운 경인지역 방송을 만들지 않으려고 했지만, 경인지역새방송창사준비위원회가 경인지역 시청자들과 함께 ‘경인지역 새 방송, 공익적 민영방송을 꼭 우리 손으로 만들겠다’며 7억 원을 모금했다. 그렇게 해서 방송위원회를 움직였다”며 “7억을 모았지만 방송사를 만들려면 투자액이 거의 3천억 원 가까이 필요해서 백 회장과 영안모자가 방송사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4년 동안 노력했다. 그 생생한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백 회장은 OBS 주인 아니다. 밖에서 들어온 그가 OBS의 주인을 내 쫓으려 하는데, 이제 경인지역 시청자들과 OBS 지부원들과 함께 백 회장을 물러나게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는 “가장 좋은 길은 노사가 잘 협력해서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다. OBS가 올곧게 제 역할을 해야 편중된 방송 지형에서 다양성을 구현할 좋은 지렛대가 될 수 있고, 동시에 OBS 현업 언론인들의 고용도 보장된다”며 “백 회장이 지금처럼 좋은 길, 올바른 길, 정상적인 길을 포기하려 한다면 결국 대주주를 퇴출시키고 새 경영진이 들어오는 수밖에 없다. 가장 최악은 연말에 (OBS에 대한) 방통위 허가가 취소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백 회장이 투자했던 돈도 다 날리고, 현업 언론인이 대거 일자리를 잃게 된다. 최악의 상황이 와선 안 된다. 백 회장은 어서 노조와 협의해 상생의 길을 가라”고 요구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노조는 OBS의 정리해고 명단이 발표됐을 때 정리해고 중단, 김성재 부회장‧최동호 대표이사 퇴진, 제대로 된 경영을 할 수 있는 새 경영진 영입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이것이 노사 간 대화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결조건이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제 OBS에 시간이 많지 않다. (12월 방통위 재심사까지) 재허가 조건 이행하기에도 빠듯하다. 당장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책임경영 할 수 있는 사람을 경영진으로 선임하라. 이 제안마저 거부한다면 방통위가 OBS 재허가를 거부하거나 백 회장이 폐업을 하기 전에 먼저 (대주주‧경영진) 퇴출운동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자회견에서 노조가 공개한 2개의 동영상에 관해 OBS 관계자는 “(욕설이 나온 첫 번째 동영상에 관해) 당시 상황을 아는 경영국장이 퇴사해서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노조가 임차하지 않은 땅에서 노조활동을 하지 말란 요청이 있었는데도 거기서 행사를 하고 있어서 (백 회장이) ‘왜 개인 땅에 이런 걸 설치하냐’고 말하다 과도하게 반응하신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그 일이 있은 후 임차한 공간으로 옮겨서 행사는 다 진행했다. 그런데 노조가 이런 동영상을 공개해 회장을 공격하고 초상권을 침해하는 건 과도한 반응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백 회장이 ‘폐업’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백 회장이 몇 월에 폐업하겠다는 주장을 하시는 게 아니”라며 “‘회사가 작년 대비 30~40억 정도 광고가 줄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급여는 계속 환원되고 적자도 누적되고 해서 현금이 부족하다. 그래서 11월에 현금이 다 떨어지면 돈이 없어 회사 운영을 못 하니 폐업해야 된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노사가 잘 협의해서 임금이나 비용을 줄이고 그런 상황을 피하자’는 의미에서 하신 얘기인데 ‘대주주로 자격이 없다’, ‘방통위는 대주주를 교체하라’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