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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그녀’, 품위 없는 자본 세상의 꼴불견

‘품위 있는 그녀’가 폭로하는 천민자본주의의 정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07.19 09: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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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위 있는 그녀>는 박복자의 입지전적 성장담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가 가진 ‘품위 없는 실체’를 드러내려는 것이고, 박복자 역시 그 추악함의 희생자가 된다는 걸 통해 누구나 그 시스템 안에서는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다. ⓒ JTBC

자본이 물신이 된 세상, 돈으로 둘러싸인 세계는 짐짓 품위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당장 먹고 살기 힘든 서민들이 품위를 지킨다는 건 실로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이른바 ‘품위 유지비’라는 돈의 명목이 따로 있듯이 이 물신화된 세상에서 품위는 돈과 무관하지 않다. JTBC 금토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가 그 제목에 ‘품위’를 달고 나온 건 그래서 흥미롭다. 도대체 그녀의 무엇이 진정한 품위를 만드는가.

<품위 있는 그녀>가 제일 먼저 보여준 건 그래서 자본이 만들어 준 ‘품위’라는 걸 갖고 있다고 스스로 착각하고 있는 강남의 브런치 모임이다. 티슈회사의 며느리인 우아진(김희선)은 그 모임에서 성형외과 남편을 둔 차기옥(유서진)과 레지던스 호텔을 소유한 남편을 둔 파워블로거 김효주(이희진), 프로골퍼 금수저 출신 남편을 둔 오경희(정다혜) 그리고 이들과는 살짝 결을 달리하는 학원장 백주경(오연아)과 어울린다. 물론 그녀는 이들의 삶이 그리 탐탁지 않다. 차기옥의 남편과 바람이 난 오경희나 자신의 레지던스 호텔에서 젊은 남자와 공공연히 바람을 피우는 김효주 그리고 가끔씩 요트를 빌려 젊은 남자들과 벌이는 파티도 그리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 역시 그리 다른 존재라고 보긴 어렵다. 젊은 작가를 발굴한다는 명목으로 화가들의 작품을 갤러리에 거는 그녀는 그 작품들이 투자상품이나 마찬가지다. 윤성희(이태임) 같은 신진 작가의 작품을 그녀는 발굴하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남편 안재석(정상훈)이 그녀와 바람이 나는 고통스런 상황을 맞이하고는 슬슬 자신의 삶의 실체를 알게 된다.

우아진의 세상 속으로 가진 거라곤 몸뚱어리 하나인 흙수저 박복자(김선아)가 회장님의 간병인으로 들어오게 된다는 상황은 그래서 자본의 힘으로 ‘품위’라는 걸 가장하며 살아가는 이들 세상에 던지는 일종의 화학실험이다. 박복자라는 이질적인 존재가 들어가자 이 세계는 그 추악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박복자에게 홀딱 마음을 빼앗긴 회장님으로 인해 며느리들의 지위와 권력은 점점 사라지고, 자식들의 유산과 재산에 대한 욕망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불륜이 발각된 안재석은 아버지도 똑같이 그랬다면서 아예 당당히 불륜을 피울 것이라 공언한다. 우아진의 품위 있어 보였던 세상은 무너져 내린다. 하루하루가 고통스런 그녀는 포기하듯 모든 지위를 박복자에게 건네고 자신은 가족과 함께 출가할 결심을 한다.

브런치 모임은 불륜이 드러나면서 파탄을 맞는다. 우아한 레스토랑에서의 브런치 모임은 순식간에 머리채를 잡는 드잡이 풍경으로 바뀐다. 차기옥과 오경희가 체면도 없이 뒤엉켜 주먹다짐을 하고 그들을 떼놓기 위해 모임원들도 그 난장판에 뒤엉킨다. 레스토랑 직원은 서둘러 문을 닫고 커튼을 내린다. 그들이 말하는 ‘품위’라는 것이 사라지고 대신 ‘천박한’ 실체를 드러낸다.

물론 <품위 있는 그녀>는 이미 시작점에서 이 세계를 파국으로 이끄는 박복자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박복자 역시 그 천민자본주의가 보여주는 화려한 겉모습에 이끌려 온몸을 던져 그 욕망을 손에 움켜쥐지만 결국 한 줌의 재로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그녀를 죽음으로 이끈 그 누군가는 법의 처벌을 받는 추락을 경험할 것이다. 이렇게 이 드라마가 시작점에 이미 박복자의 파국을 보여주고 있는 것에서 그 목적과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있다. <품위 있는 그녀>는 박복자의 입지전적 성장담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가 가진 ‘품위 없는 실체’를 드러내려는 것이고, 박복자 역시 그 추악함의 희생자가 된다는 걸 통해 누구나 그 시스템 안에서는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다.

<품위 있는 그녀>는 그래서 참 희한한 몰입을 경험하게 해준다. 즉 그 품위 없는 세계가 깨지는 통쾌함을 박복자를 통해 그려내면서도 동시에 그녀의 범죄와 그 몰락이 갖는 불편함과 쓸쓸함을 담는다. 또한 우아진의 세계가 깨지는 고통 속에서 그 실체가 드러나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이러한 양가감정에 대한 경험이 가능한 건 아마도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의 속성이 그러하기 때문일 게다. 가지고 싶은 욕망과 그로 인해 갖게 되는 본질에서 멀어지는 불편함. 우리가 이 세상에서 겪는 상반된 감정을 <품위 있는 그녀>는 날카롭게 해부해내 보여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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