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11.13 화 12:30

박환성-김광일 독립PD 사망...추모 물결 속 모금 운동

추혜선 정의당 의원, 방송사-외주제작사간 제작비 문제 지적 구보라 기자l승인2017.07.20 12:54:04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다큐멘터리 촬영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박환성, 김광일 PD에 대한 추모와 모금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박환성 PD가 생전 방송사의 부당한 관행에 문제 제기를 해왔던 만큼, 동료 PD들의 안타까움도 더해지고 있다.    

박환성과 김광일 PD는 현지시각 지난 14일 오후 8시 45분(한국시각 15일 오전 3시 45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EBS <다큐프라임-야수의 방주> 제작 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한국독립PD협회는 지난 18일 비보를 듣고 송규학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고수습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사고수습대책위원회가 지난 19일 오후 영사관을 통해 파악한 경위에 따르면, 현지 코디네이터는 지난 15일 두 명의 PD가 숙소 체크아웃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이후 현지 경찰이 사고 소식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사관 관계자는 사고수습대책위원회에 '현지시각으로 14일 촬영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차량과 정면충돌하는 사고가 났다'며 '맞은편 차량을 뒤쫓아오던 차의 진술에 따르면 (맞은편 차량이) 좌우로 흔들흔들하면서 졸음운전인 것 같았다. 견인된 사고 차량을 봤는데 시신을 어떻게 꺼냈을까 했을 정도로 훼손이 심했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권용찬 한국독립PD협회 대외협력위원장은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사고가 난 장소는 가로등도 없는 도시와 도시 사이 국도였다"며 "구급차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 두 PD는 이미 사망한 상황이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독립PD협회에 따르면 EBS는 '두 PD가 EBS의 프로그램을 촬영하다가 사망했고, 현지 경찰과 병원, 영사관 등에 협조 요청을 구한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수습대책위원회는 20일 유가족과 만나 시신 수습 대책 관련한 회의를 진행하며, 오는 주말 현지로 갈 계획이다. 

한국독립PD협회는 19일부터 박환성 PD와 김광일 PD의 귀환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한국독립PD협회는 “두 PD를 한국으로 운구하려면 직계가족이 직접 가야만하는데 많은 비용이 든다”면서 “해외에서 순직한 PD들을 한국으로 귀환시킬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 계좌를 열게 되었다. 다큐멘터리를 위해 자신의 열정과 목숨까지 희생한 두 PD의 귀환을 위한 모금을 시작한다"라고 알렸다. 협회는 ”부디 두 PD가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하루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PD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계좌번호는 신한은행 140-009-158111 (예금주:사단법인한국독립피디협회)이다. 한국까지 고인의 시신을 운구하는 데에는 약 10일에서 14일가량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권용찬 대외협력위원장은 “모금이 시작하고 나서 독립PD뿐만 아니라 한국PD연합회 회원인 지상파 PD들, 방송 작가 그리고 일반 시민분들 등 수많은 분들께서 모금에 동참해주고 있다"라면서 "19일에는 추혜선 의원이 청문회에서 관련 이야기를 꺼내 전국적으로 생방송되기도 했다. SNS 상에서 추모의 물결이 번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PD연합회 소속 PD들은 협회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모금에 참여하고 있다.  

▲ 박환성 PD와 김광일 PD가 출국하기 이틀 전, 박환성 PD의 사무실에 독립PD 동료들이 모여있다. 사진 중앙 빨간색 옷을 입은 PD가 박환성 PD, 파란색 옷을 입은 PD가 김광일 PD. ⓒ한국독립PD협회

두 PD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SNS 상에서도 박환성 PD와 김광일 PD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이 이어졌다. 박정남 독립PD는 “박환성 PD는 갑질에 침묵하지 않고 지금도 싸우는 중이었다. 그의 뜻이 이어지길 바라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최승호 PD(<뉴스타파> PD, MBC 해직 PD)는 “그는 제가 아는 최고의 동물다큐멘터리 PD였다. 박환성PD. 독립PD로서 늘 해외의 가장 어려운 촬영 현장을 온 몸으로 견디며 진귀한 자연의 영상을 선사해오던 사람이었다”며 “한 번씩 제가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생각이 들면 그의 페북 계정으로 들어가 그의 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나오던 그런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최 PD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갑질을 견디기도 하고, 때로는 가장 앞자리에서 싸우면서도 프로그램에서는 늘 최고의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그와 동료 김광일 PD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운명은 참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밤 늦은 시간에 운전기사를 고용하지 못해 스스로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는 이야기는 더욱 가슴 아프다”며 독립PD협회의 모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최승호 PD와 함께 <자백>을 제작한 정재홍 작가는 “부디 평안히 잠드시게나. 자네가 간 그 세상은 갑들의 횡포가 없고, 제작비에 쪼들리지도 않는 그런 세상이길 바라네. 고이 잠드시게나 박환성 PD!”라고 글을 남겼다.

최한영 아리랑방송 PD는 “지난 14일(현지시각) 한국PD연합회 한국독립PD협회 소속 PD 두 분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촬영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셨다는 소식에 하루종일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본사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함께했던 분들은 아니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과 고민은 그간 독립PD분들의 모습에서 봐왔기에 충분히 짐작이 된다. 그런데 그런 열정에 대한 보상이 비참함을 넘어 참혹하다”며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함께, 삼가 고 박환성, 김광일PD의 명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나라의 독보적인 동물 다큐멘터리 연출자를 잃었다”며 “빠듯한 제작비 때문에 강행군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추 의원은 “고인이 된 PD는 남아공 촬영을 떠나기 전에 방송사 외주제작 불공정 거래 관행을 폭로한 바 있다”고 말하며 “제작사가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의 일정 비율을 방송사가 간접비 등의 명목으로 환수하거나, 정부 지원금으로 제작한 콘텐츠를 편성할 때 방송사가 송출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환성 PD는 EBS <다큐프라임-야수의 방주> 제작과 관련해 방송사의 부당한 간접비 요구 관행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 같은 잘못된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의원은 “방송사들은 계약과 관행에 따른 일로 치부하고 있다. 하지만, 판로가 제한적인 제작자들은 근본적으로 방송사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문체부와 미래부 등이 콘텐츠제작 지원사업을 진행하며 ‘1년 이내 편성되지 않으면 지원금을 환수하는’ 조건을 부여해 제작자가 불리한 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보자에게 “방통위가 주도적으로 방송콘텐츠산업 생태계 회복을 위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주신 조언, 많이 참고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EBS는 20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EBS는 두 PD의 죽음에 삼가 조의를 표하며, 고인들을 한국으로 모셔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면서 “이를 위해 독립PD협회, 유가족들과 함께 협의를 진행 중에 있으며, 외교부 및 현지 대사관에 협조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보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여백
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8-715] 서울 양천구 목동 923-5번지 한국방송회관 10층l대표전화 : 02-3219-5613~5619l구독문의 : 02-3219-5618l팩스 : 02-2643-6416
등록번호: 서울, 아00331l등록일: 2007년 3월 5일l발행인: 류지열l편집인: 이은미l청소년보호책임자: 류지열
PD저널 편집국 : 02-3219-5613l광고 문의(PD연합회 사무국 · 광고국) : 02-3219-5611~2l사업제등록번호 : 117-82-60995l대표자 : 류지열
Copyright © 2018 피디저널(PD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pd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