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방’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예능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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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방’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예능인 이유
[김교석의 티적티적] 긴 호흡을 버티기엔 부족한 스토리라인
  •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7.07.24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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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모방>은 세계 각국의 소규모 방송, 중소 케이블 채널이나 지역방송 프로그램을 조명하는 참신한 기획의도와 의의 그리고 따뜻함까지 갖춘 방송으로 좋은 평가 속에 전격 정규편성됐다. ⓒ MBC

MBC 일요예능 <세모방>이 <마리텔>의 전철을 빠른 속도로 밟고 있다. 아예 다음 주부터는 <마리텔>이 있던 토요일 밤 11시대로 자리를 옮긴다. 그러면서 박명수와 헨리를 제외한 출연진을 전부 정리하고 게스트 초청 방식에서 이경규, 주상욱, 이수경, 산다라박과 함께 고정멤버 체제로 전환한다. 킬링 포인트였던 송해를 필두로 한 올드스쿨 MC들의 스튜디오 토크쇼도 없앴다.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찾아온 변화다.

 

<세모방>은 세계 각국의 소규모 방송, 중소 케이블 채널이나 지역방송 프로그램을 조명하는 참신한 기획의도와 의의 그리고 따뜻함까지 갖춘 방송으로 좋은 평가 속에 전격 정규편성됐다. <마리텔>의 실험정신과 마이너 감성을 계승해 젊은 세대의 충성 시청자들을 확보고하고, <미운우리새끼>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중장년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송해, 임백천, 허참 등 선생님급 MC진의 스튜디오 토크쇼를 마련해 주말 저녁 보수적인 시청층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반응은 시원찮다. 양쪽 어디에도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탓이다. <세모방>의 존재를 널리 알렸던 꽝PD가 종횡무진한 리빙TV의 <형제꽝조사>가 이슈를 일으켰고, 실버아이티디 <스타쇼 리듬댄스>는 문화 충격과 큰 웃음을 불러왔지만 그 여파가 그 다음 주로 이어지지 않았다. 매주 전혀 다른 이야기와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지속적인 관심을 얻어내는 데 실패한 탓이다. 매번 새로운 이슈와 캐스팅(콘텐츠)을 마련하지 못하면 쳇바퀴가 멈추고 마는, 하루살이와 같았던 <마리텔>의 한계가 시작부터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기대했던 반응이 나왔음에도 궤도에 안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따라갈 만한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매주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출연자가 등장하고, 스튜디오 토크와 두세 가지 방송 현장을 보여주다 보니 어떤 프로그램인지, 누가 나오는 프로그램인지 혼란스러웠다. 익숙함과 관성이 중요한 주말 예능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매주 출연진과 주제가 바뀌는 구성은 그 다음 주는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혹은 어떤 식으로 성장할지에 대한 기대를 품기 어렵게 만들었다. <마리텔>만 해도 쿡방 백종원, 종이접기 김영만, 눕방의 이경규처럼 몇몇 히트작들은 연속 편성됐는데, <세모방>은 아무리 성공적인 방송이라도 일회성이 짙었다. 매주 홈런을 칠 수 없다. 신선함만으로는 매주 균일한 웃음을 보장하기 힘들 뿐 아니라 반복될수록 신선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관련해 스토리텔링 방식에 정돈이 필요하단 의견은 초반부터 나왔다. 세 가지 프로그램 촬영현장을 교차 편집해 보여주고, 이를 2주, 3주 편성으로 내보다보니 한 회 안에서는 지켜보는 호흡이 뚝뚝 끊어졌고, 스튜디오 토크쇼 분량도 섞여 들어가야 하니 어수선했다. 그래서 한 회에 선보이는 프로그램을 셋에서 둘로 그리고 최근에는 하나로 줄였다. 리액션을 담당하는 스튜디오 토크쇼 분량은 대폭 축소, 아니 덜어내는 식으로 변화를 줬다.

 

그리고 <마리텔>이 이은결 등의 흥행 보증 카드를 위급할 때마다 다시 불렀듯이 <세모방>은 방송 이후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꽝PD를 벌써 다시 한 번 불렀다. 조명이나 마이크 따위는 없이 구식 카메라 한 대로 베테랑 예능인 박명수를 휘어잡은 꽝PD는 넘치는 열정, 몰카 중독, 즉석에서 대사까지 다 짜는 엄격한 디테일, 의견교환을 허용하지 않는 카리스마로 투덜이 박명수와 기 싸움을 하며 우정을 쌓으며 <세모방>을 널리 알린 바가 있다.

▲ 신선함, 새로움만으로 공중파 예능의 긴 호흡을 버텨낼 수 없다. 과연 이번 고정 멤버들은 다음 주를 기다리게 하는 스토리라인을 형성할 수 있을까. ⓒ MBC

하지만, 꽝PD의 연출 스타일도 두 번 반복되니, 신선함은 익숙함으로 바뀌었다. 꽝PD가 기상천외한 연출로 박명수와 티격태격하며 휘어잡는 재미는 이미 한 번 겪어봤던 장면들이고, 낚시인이기도 한 이태곤을 꽝PD가 본인 스타일로 다루지 못하면서 그 수위도 대폭 경감했다. 최대 히트작도 이제 구세주가 되기 힘든 상황, 아무래도 급하게 당겨 쓴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세모방>은 <마리텔>처럼 인터넷 1인 방송처럼 문화를 끼고 있지 않기에 특정 팬덤을 형성하기도 힘든 조건이고, 예능 시청자들의 시청 경험이나 패턴에서 볼 때 ‘함께한다’는 정서를 안착시킬 여지가 부족해 보인다. <마리텔>의 단점이었던 마니악한 정서를 중화하려고 설정한 올드스쿨 MC진의 토크쇼는 리액션 이외의 볼거리를 마련하지 못하며 실패했다.

 

방송 두 달 만에 토요일 심야 시간으로 옮기고, 스튜디오 멤버를 전원 하차시킨 것은 타깃 시청자들을 위한 콘텐츠를 마련할 것인가, 아니면 더욱 다양한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장치에 초점을 둘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전자를 택한 결정으로 보인다. 신선함, 새로움만으로 공중파 예능의 긴 호흡을 버텨낼 수 없다. 과연 이번 고정 멤버들은 다음 주를 기다리게 하는 스토리라인을 형성할 수 있을까. 성장스토리, 시청자들과 함께하는 친밀감 없는 예능은 역시나 고달파진다는 것을 <세모방>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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