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통’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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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한PD의 촌방촌설 村放寸說] 포항MBC '트로통'

▲ 이제 6개월의 반환점을 돌고 시즌2를 밀어붙이고 있는 <트로통>은 이런 다소 허황된 꿈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최근 MBC 일밤 <세모방>과의 공동 제작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는 따끈따끈한 신생 프로그램이다. ⓒ 포항MBC

[PD저널=김욱한 포항MBC PD] 될까...안될까?

우주에 단 하나뿐인 방송을 만들고 싶은 욕망은 모든 피디들의 로망이거나 목표 중 하나일 것이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은 이런 욕망의 자양분으로 작용했을 터이고.

지역방송에서 피디의 새로운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기획을 마음대로 하는 것은 그야말로 꿈같은 바람일 뿐이다. 빠듯하다 못해 팍팍하기까지 한 제작 여건 속에서 1시간짜리 프로그램 하나를 겨우 건사라도 하는 게 고마울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 그 불가능한 꿈을 위해 도전장을 던진 피디들이 있다. 낯 뜨겁지만 필자인 나를 포함한 포항MBC 피디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제 6개월의 반환점을 돌고 시즌2를 밀어붙이고 있는 <트로통>은 이런 다소 허황된 꿈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최근 MBC 일밤 <세모방>과의 공동 제작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는 따끈따끈한 신생 프로그램이다.

9개월 전으로 시간을 돌려본다. 2달에 걸친 개편회의와 그 후에 다시 이어진 1달의 기획회의 끝에 <트로통>은 수면위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막연히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트로트를 소재로 한 그야말로 재밌고 새롭고 발칙한 예능에 대한 구상이 조금씩 틀을 갖춰가고 있었다. 그러나 하늘을 찌를 듯 했던 포부가 근거 없는 자신감에 불과했음을 깨닫는 데는 단 하루의 촬영이면 족했다. 머릿속의 상상과 현실은 멀어도 한참 멀었다. 역시 꿈은 꿈일 때가 좋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걸로 위안을 삼기로 했음을 밝힌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정말 없었다. <세모방>에 출연했던 헨리가 방송에서 본능적으로 지적했던 <복면가왕>과 <듀엣가요제> 그리고 <히든싱어>의 흔적이 <트로통>안에 들어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기획이 아니라 기존의 요소들을 모아서 새로운 조합을 이룬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을 어찌 부정할 것인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방송을 지향한다고 자부했던 그 기획도 제삼자의 관점에서 보는 순간 중앙방송에서 유행하고 있는 예능의 포맷들을 골고루 모아 모아서 만들어진 모자이크였음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트로통>의 시즌1은 지나갔다.

▲ 지역방송이 가지는 한계는 분명히 있다. 공간적 제약과 주변 환경의 제약이 한계의 주된 이유로 소환되곤 한다. 그렇지만 어쩌면 우리 지역방송인들은 주어진 한계를 쉬운 변명거리로 삼아서 그 뒤에 숨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묻고 싶었다. ⓒ 포항MBC

복기와 재기

트로통! 이 타이틀에 모든 걸 담고자 했던 기억이 새롭다. 먼저 트로트의 부활을 기치로 내걸고 싶었다. 서울 혹은 중앙에서 외면 받는 하위 가요 장르로 인식되는 트로트는 실은 지역(혹은 시골)에서는 가장 핫한 가요 장르인 동시에, 민족과 국민의 정서를 대변하는 가장 오래된 노래이기도 했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했었다’는 사실이다. 말인즉 지금은 시청자들의 취향 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방송사들의 광고 영업 차원에서도 전혀 수지가 안 맞는 가요 장르로 인식될 뿐이기 때문이다. 트로트에게 새로운 영광의 시대를 선사하고 싶었다. 우리는...

또 하나 우리 제작진들의 마음속에 새겨진 목표는 지역 예능의 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경계석을 세우는 것이었음을 밝힌다. 밤하늘의 별처럼 다종다양한 지역방송들 중에서 가장 밝고 크지는 않지만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빛을 발하는 예능의 별이 되고 싶었다면 그 욕심은 과욕이었을까?

지역방송이 가지는 한계는 분명히 있다. 공간적 제약과 주변 환경의 제약이 한계의 주된 이유로 소환되곤 한다. 그렇지만 어쩌면 우리 지역방송인들은 주어진 한계를 쉬운 변명거리로 삼아서 그 뒤에 숨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묻고 싶었다. 지역 프로그램의 기획은 지역성이라는 큰 재료에 공익성을 육수로 넣고 그 위에 재미라는 예능의 양념을 적당히 추가해서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범벅과 같은 요리를 시청자들의 밥상위에 올리는 것이 전부라는 매너리즘을 벗어나고 싶었다. 다람쥐 쳇바퀴에서 벗어나고픈 위험한 일탈의 욕망이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었다. 그 위험한 욕망이 제작진들을 <트로통>이라는 프로그램에 이르게 한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른다. ‘신개념 본격 지역예능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도 이렇게 탄생했다.

남은 얘기

<촌방촌설>은 리뷰 혹은 비평의 형식을 빌어서 지역방송을 이야기하는 글인데 뜻하지 않게 제작후기가 되어버렸다. 한동안 미뤄뒀던 연재를 일상적이지 않은 글로 다시 시작하게 된 것도 송구스럽다. 하지만 이 역시 매너리즘에서 벗어나는 애교 섞인 일탈로 봐주시길 청한다.

아울러 이 프로그램의 반향과 성과는 스스로 논할 성질의 것이 아니어서 잠시 미뤄둔다. 시청자들과 세월이 이 모든 것들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삭히고 지우고 또 세울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도전하고 좌절할 것이며 또 채우고 비울 뿐이다. 기획의도와 편집의도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마을의 골짜기와 동해의 파도를 따라 흘러서 떠돌다가 언젠가는 지역 시청자들에게 전해지리라 믿는다. 제작진은 그저 오늘도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외칠 뿐이다. 트로~~통!

포항MBC PD인 필자는 술과 썸타면서 방송과 연애하고 또 책과 밀당 중이다. 최근엔 사업과 씨름하고 있다. '변방에서 낮게 나는 부엉이'라는 닉네임을 20여년째 스스로 즐겨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 부엉이로 부화하지도 못하고 날아보지도 못한 둥지 안의 알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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