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종면 해직기자 "사장 하고 싶었던 것 아냐, 재응모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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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추위 문제없다고 판단하는 사측...비상식적이라고 생각해"

노종면 YTN 해직기자(현 <일파만파> 대표이사)가 사장을 하고 싶어서 후보 지원을 한 게 아니었으며, 재공모 절차에는 응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종면 기자는 27일 오후 <PD저널>과의 통화에서 “페이스북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밝혔듯이, YTN 사장 재공모가 실시되면 재응모하지 않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사장 공모에 응모는 안 하고 싶다”고 말했다.

YTN 사장추천위원회는 지난 26일 서류 심사를 통과한 4명의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에 앞서 대주주 추천 몫인 3명의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은 지난 25일 사장 공모 서류 심사에서 노 기자에게 최하점인 0점을 줘서 탈락시켰다는 담합 의혹이 일었다.

노 기자는 “일부에서는 제가 사장을 하고 싶어서 응모했다고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오해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원래 제가 사장으로 출마한 이유 자체가 사추위가 원래 취지와 달리 운영되는 걸 막아내는 것에 일정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응모 하길 바란다”, “촛불 시민들은 재도전을 원합니다. 힘내세요” 등 재응모를 원하는 의견에 대해서 “그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면서도, 제가 응모하지 않는 점에 대해 송구스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노 기자는 복직 문제에 대해 “현재 복직 협상을 진행 중이니 그 과정에 대해 무어라 말하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그 결과도 노조 집행부에 일임해놓은 상태다. 그렇기에 나오는대로 따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사추위를 진행하는 주체가 YTN 사측인데 그쪽에서 사추위에 대한 어떤 입장인지가 궁금하다”며 “사추위 실무를 총괄하는 기조실장은 사추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가 있지만 문제없다‘고 27일 회사 공식회의에서 발언했다. 이건 상식적인 인식에서 너무나도 벗어나있어서 이런 주체와 복직 협상을 해야하는 것인지에 대한 개인적인 회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복직 협상은 사장 선임과 별개라고들 하기에, 복직 협상은 그대로 진행은 되는 게 맞다는 의견들이 있고, 저도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사측에서 이처럼 비상식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는 점이 걸린다”고 말했다.

현재 YTN 안팎에서 공정한 사장 선임을 위해, 대주주 추천인 사장추천위원회 3인을 교체하라는 요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YTN은 사추위 구성과 향후 사장 선임 일정에 대해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 YTN지부 박진수 지부장은 "오늘 이사회가 열렸다"며 "사장 선임과 관련한 향후 일정이 곧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최성주 생명미디어센터 대표 외 언론연대 활동가들은 26일 오후 12시 30분부터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앞에서 YTN 사장후보추천위원회 불공정 심사 중단 및 원천무효 1인 시위를 진행했다. ⓒYTN 노동조합 

YTN 노사는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다 해직된 기자들이 28일 ‘해직 3218’일을 맞은 가운데, 해직자 복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을 7월부터 재개해 진행 중이다. 이제까지 세 차례 회의를 진행했으며, 27일 네 번째 회의가 진행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 YTN노동조합 조합원들은 면접이 열리는 26일 오전 9시 30분부터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정문과 로비, 임원실이 위치한 복도에서 사추위 규탄 집회를 열었다. ⓒYTN 노동조합 

28일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08년,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며 대통령 특보 출신의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다가 2008년 10월 6일,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며 출근 저지 투쟁하던 YTN 기자 6명(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조승호, 정유신, 현덕수)이 해고통보를 받은 지 3,218일이 되는 날이다.

해직 2,244일 만이었던 2014년, 대법원은 해고당한 6명의 기자 중 권석재, 우장균, 정유신 기자의 해고에 대해서는 ‘위법하다’고 판결했으나,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기자의 해고에 대해서는 ‘정당하다’고 판결해 아직 3명의 기자는 YTN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YTN 노동조합은 해직사태 3000일을 맞은 지난해 12월 22일, 3000일을 기록한 포토 에세이 <삼천일>을 발간했다. <삼천일>에는 2008년 해직사태부터, YTN 조합원들의 가면투쟁, 블랙투쟁, 피켓투쟁, 국토순례 등 투쟁 과정이 담겼다. 다음은 그 중 일부 내용이다. 

#낙하산이 내려왔다

2008년 7월 17일 오전 9시. YTN은 주주총회를 열어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선거캠프에서 방송특보로 활동한 구본홍 씨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미 사흘 전 한 차례 주주총회를 저지한 YTN 노조는 또 한 번 주총을 무산시키려 했지만, 사측은 용역회사 직원 수백 명을 동원해 인의 장막을 친 뒤 30초 만에 사장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YTN 노조는 낙하산 사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구본홍 출근 저지투쟁을 이어갔다.

#작전명 “공정방송을 사수하라”

YTN 노조는 정권의 낙하산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파업을 비롯한 전방위적인 투쟁에 나섰다. 상복, 가면, 인간띠...... 전에 없던 독특한 방식들이 등장했다. 다른 언론사 기자 앵커들도 검정 옷을 입고 방송에 출연하는 ‘블랙투쟁’에 동참하면서 지지를 표시했다. 공정방송이 죽었음을 애도하는 의미였다. YTN은 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서 싸우는 최전선이 되었다.

#해직, 구속, 몰아치는 탄압

2008년 10월 6일 YTN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이유로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우장균, 권석재, 정유신 등 기자 6명을 해고하는 등 모두 33명을 중징계했다. 방송사의 기자 대량 해고 사태는 1992년 MBC 방송민주화운동 사태 이후 16년 만이다. 무더기 징계에도 낙하산 사장 반대와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투쟁은 계속됐다. 2009년 3월 22일 YTN 파업을 하루 앞둔 일요일 새벽 경찰은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임장혁 등 4명을 긴급체포했고, YTN 노조위원장이던 노종면 기자는 결국 구속됐다. 

#“노종면을 석방하라”

2009년 4월 1일 YTN 노조는 파업을 끝내고 회사 측과 모든 고소, 고발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다음 날 서울구치소에 수감돼있던 노종면 기자가 석방됐다.

#1심

2009년 11월 13일. 법원은 노종면 노조위원장 등 YTN 기자 6명에 대한 해고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YTN 노조의 낙하산 출근 저지와 사장실 점거 농성이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YTN은 방송사인만큼 정치적 중립이 회사의 존립에 있어서 필요불가결하다. 정당에 속했었고 대선 때 선거운동을 했던 인물이 사장이 되는 것에 대해 원고들이 취한 행동은 이유 있다” - 1심 재판부

#2심

2011년 4월 법원은 YTN 해직자 6명 전원 복직을 결정한 1심 판결을 뒤집고,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등 YTN 기자 3명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6명 전원 복직을 전제로 한 조정안을 노사 양측에 제시했지만, 사측이 거부하자 이같은 판결을 내놓았다. 

#함께 펜을 놓다

2012년 봄. 언론장악에 신음하던 3개 방송사가 떨쳐 일어났다. MBC, KBS에 이어 YTN이 깃발을 올렸다. 낙하산 사장 퇴출, 해직자 복직, 임단협 승리를 위해 3월 8일부터 9월 24일까지 10차례에 걸쳐 55일간 파업이 이어졌다.

총파업 기간 중, 정권의 YTN 사찰 문건이 폭로됐다. 배석규가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인다’며 사장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적시해 정권의 YTN 장악 시도가 사실로 확인됐다.

#대법원

‘3명 복직 3명 해고’를 선고한 2심 판결은 결국 뒤집히지 않았다. 항소심 이후 3년 반이나 시간을 끌던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하는 것으로 재판을 종결했다.

해직기자를 대표해 취재진 앞에 선 노종면은 한동안 입을 떼지 못했다. 재판은 끝났지만 싸움이 끝났다고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해직자가 돌아올 때까지 투쟁은 계속된다. 공정방송을 이룰 때까지 우리 싸움은 멈출 수 없다.

#복직

대법원 판결에 따라 우장균, 권석재, 정유신 3명은 YTN으로 돌아왔다. 2014년 12월 1일. 6년여 만의 출근길, 동료들은 사옥 앞에서 환영식을 열었다. 복직되지 못한 세 해직자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사측은 복직자들에게 정직 5개월의 ‘타임머신 징계’를 내렸고, 1년 반 동안 재판 끝에 재징계는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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