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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이상해’, 이 시대에 가족드라마는 가능한

[정덕현의 드라마 드라마] ‘아이해’가 보여주는 대안적 가족드라마의 방식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08.02 10: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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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가부장적 모습을 보이던 아버지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이제 아버지들은 타자들까지 보듬는 존재로서 대안적 가족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것은 또한 향후 가족드라마가 어떻게 그 명맥을 유지할 것인가의 단서이기도 하다. ⓒ KBS

사실 가족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진 현실에 가족드라마라는 장르가 과연 가능할까 싶은 건 당연한 마음이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수의 4분의 1을 넘긴 지 오래고, 혼자 사는 삶은 혼밥, 혼술 같은 문화적 저변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사는 우리들에게 대가족이 등장하는 가족드라마는 과연 여전히 리얼하게 다가올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가족드라마의 전형으로 일컬어지던 일일드라마가 어느 순간부터 가족의 틀을 버리고 복수극이나 치정극으로 변모하고 있는 건 그런 이유일 게다. 이런 상황에서 방영되고 있는 KBS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는 그래서 가족드라마가 이제 그 존폐 위기를 겪고 있는 현재, 마지막 안간힘 같은 느낌이 있다. 과거만큼은 아니어도 여전히 30%를 넘기는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그렇다. 이건 마치 사라져 가는 가족이라는 구성체의 가치를 여전히 지키고 싶은 힘겨운 저항처럼 보인다.

그래서일까. <아버지가 이상해>는 가족드라마라는 장르적 틀을 가져오긴 했지만 우리네 가족 내에서 겪고 있는 다양한 변화들을 수용했다. 변한수(김영철)의 맏딸 변혜영(이유리)과 차정환(류수영)을 통해서는 요즘 세대들의 달라진 결혼관을 담았다. 혼전동거를 전혀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고, 결혼을 꼭 하기보다는 살아보고 결혼하겠다는 ‘계약결혼’을 추구하기도하고, 결혼한 후에도 시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살려는 며느리들의 신풍속도를 담았다. 변한수의 맏아들인 변준영(민진웅)을 통해 취준생의 고단한 현실을 보여줬고, 그와 혼전 임신으로 결혼까지 하게 된 워킹우먼 김유주(이미도)가 결국은 일에 집착하다 아이를 잃게 되는 상황을 통해 임신으로 인해 워킹우먼들이 겪는 경력단절의 두려움을 그렸다. 변미영(정소민)과 김유주를 통해 왕따 같은 학내 문제를 다루는가 하면, 실력이 출중해도 돈이 없어 아이를 보낼 수 없는 나영식(이준혁)과 이보미(장소연)의 고충을 통해 특목고의 문제를 짚어내고, 차규택(강석우)과 오복녀(송옥숙)를 통해 졸혼이라는 새로운 노년의 풍경까지를 담았다.

이 정도면 <아버지가 이상해>는 가족드라마라는 틀을 가져와 가족의 달라진 양태를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그들 구성원들이 겪는 사회적인 문제들을 다양하게 건드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너무 광범위하게 다양한 현실들을 담다보니 깊이 있는 해결점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지만. 즉 <아버지가 이상해>가 이 정도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짚어내고 있다는 건 거꾸로 말하면 온전한 가족드라마의 틀(혼사장애, 신데렐라 등으로 대변되는)만으로는 이제 달라진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이상해>가 이런 다양한 우리네 현실의 문제들을 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족의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건 변한수의 친구 아들이지만 그의 아들이라 생각해 그 가족으로 들어온 안중희(이준)다. 물론 이건 가족드라마가 늘 소재로 가져오던 ‘출생의 비밀’을 ‘아버지의 비밀’이라는 코드로 변환해 보여준 것이지만, 그래도 여기에는 혈연만이 아닌 타자 역시 가족으로 엮어질 수 있는 새로운 가족 개념이 들어가 있다. 유전적으로는 남남이지만 변한수와 안중희는 그래도 친부모 자식 같은 절절한 가족애를 보여준다.

이 이상한 아버지 변한수는 그래서 지금의 달라진 가족 형태를 표징하는 인물처럼 그려진다. 과거의 가부장적 모습을 보이던 아버지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이제 아버지들은 타자들까지 보듬는 존재로서 대안적 가족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것은 또한 향후 가족드라마가 어떻게 그 명맥을 유지할 것인가의 단서이기도 하다. 어차피 달라진 결혼관과 가족 개념이 현실의 풍경으로 자리하고 있는 시점에, 가족드라마는 그 단단했던 혈족의 개념을 넘어서야 비로소 지속가능한 형태의 드라마가 되었다.

물론 가족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고 해도 가족드라마에 대한 판타지의 힘이 약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마치 디지털 시대 깊숙이 들어갈수록 오히려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커지듯이 말이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현재의 변화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있는 작품이 아닌 과거 가족드라마의 박제를 반복하게 될 테니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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