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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국민에게 도와 달라 요청한다.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

MBC 시사제작국 PD, 기자 3일부로 ‘제작중단’ 돌입 이혜승 기자l승인2017.08.03 15: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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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혜승 기자] 사상 초유의 PD·기자 합동 ‘제작중단’ 선언이다.

MBC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경제매거진M>, <생방송 오늘 아침>, <생방송 오늘 저녁> 등이 속한 시사제작국 PD·기자들이 3일부로 제작중단에 돌입한다. 이들은 불합리한 이유로 아이템이 불허돼 제작중단에 들어간 <PD수첩> PD들의 뜻에 동참한다고 밝히며, 김장겸 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3일 오전 서울 상암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왜 시사제작국 전체가 제작중단에 나섰는지를 밝혔다.

김현기 <PD수첩> PD는 “<PD수첩> PD 10명이 제작중단에 돌입한 지 오늘로 꼭 14일째”라며 “사측은 지금까지 별다른 움직임 없이 무대응으로 제작중단 사태에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화요일 <PD수첩> 이영백 PD가 대기발령이 났고, 그날 저녁 각 부서가 한자리에 모여 어떻게 할지 최초로 공유했다. 이후 <2580> 내부에서 세 차례 팀 회의가 있었고, 지난 화요일에 <2580> 기자들이 제작중단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경제매거진M>, <생방송 오늘 아침>, <생방송 오늘 저녁> 기자, PD들도 함께 동참하기로 결의했다”고 설명했다.

▲ 3일부로 제작중단에 돌입한 MBC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경제매거진M>, <생방송 오늘 아침>, <생방송 오늘 저녁> 등이 속한 시사제작국 PD·기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상암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장겸 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PD저널

노경진 <시사매거진 2580> 기자는 “신뢰도와 이미지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지만 그럼에도 맡은 프로그램에서 저희에게 허락된 언론의 역할을 해보자 싶었다. 비록 5~6%의 시청률이지만 끝까지 애정을 가지고 보는 시청자에 대한 예의, 제작인력에서 배제된 동료들의 대한 도리를 지키려고 했다”며 “하지만 무수히 많은 벽에 부딪혔다. 시시콜콜 사상 검열과 수정 지시가 내려왔다”고 밝혔다.

노 기자는 “지난 10년 간 취재기자들과 온갖 아이템을 고민하고, 보다 의미 있게 전달력 있게 제작하기 위해 함께 밤을 새고 머리를 맞댄, <2580> 기자들이 누구보다 믿고 의지한 데스크 선배도, 아무런 언질 없이 비제작부서로 발령 났다. 부장, 차장, 취재기자 12명 가운데 8명이 자리를 빼 엉뚱한 자리로 인사발령 났다. 이 모든 일이 아무도 모르게 군사작전처럼 이뤄졌다”며 “지난 5년간 이렇게 100명이 넘는 동료들이 쫓겨나는데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노 기자는 “더 이상 이런 무력감과 부조리함을 견딜 수 없다. 이 상황에서 방송해봤자 시청자에게 해악만 끼칠 뿐”이라며 “감히 국민에게 알리고 도와 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다시 한 번 저희에게 기회를 달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강연섭 <경제매거진M> 기자는 “지난 3년 동안 박근혜 정부에서 민감한 이슈였던 최저임금, 열정페이, 비정규직, 청년실업, 프랜차이즈 갑질 등의 아이템은 ‘프로그램 성격상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지 못했다”며 “제작거부에 들어간 가장 큰 이유는 MBC 시사프로그램 위상과 공정성이 나락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동희 <생방송 오늘 저녁> PD는 <생방송 오늘 아침>과 <생방송 오늘 저녁>이 생활정보 밀착형 프로그램임에도 PD 세 명이 제작중단에 참여한 이유는 두 가지라고 말했다.

김 PD는 “첫 번째는 우리 프로그램 역시 제작자율성 침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세 명 PD 모두 <PD수첩>을 거쳐 온 시사교양 PD로, 그간 <PD수첩>이 어떤 일을 겪어왔고, 이들이 정말 사랑하는 제작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가장 잘 알고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PD는 그동안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방송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하며 “꼭 밖에 계신 선배들에게 연락이 온다. 방송을 왜 이렇게 했느냐고. 자포자기한 방송을 끝까지 본 선배들이 계셨다. 어디까지 망가졌는지 알면서도 꼭 보고 코멘트를 해줬다. 그게 가슴이 참 아팠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이렇게 제작중단을 같이 하게 된 이유는, 조금은 눈감고 자포자기해버린 제 자신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고, 하나는 계속 이렇게 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제작자율성을 다시 찾고 MBC가 정상화되는 그 시점까지 제작중단을 선언하고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결의했다.

▲ 3일부로 제작중단에 돌입한 MBC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경제매거진M>, <생방송 오늘 아침>, <생방송 오늘 저녁> 등이 속한 시사제작국 PD·기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상암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장겸 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PD저널

기자회견 자리에 함께한 왕종명 MBC 기자협회장은 “비록 오늘 규모가 30명 안팎으로 보이지만 이 장면은 현 김장겸 체제 내에서의 시사보도프로그램이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MBC 정통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에 몸담은 기자, PD들의 제작중단 선언은 김장겸 체제 내 보도시사 프로그램 사망선고와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왕 회장은 “이러한 공감대는 MBC 구성원들이 같이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현재 MBC 기자, PD 조직에는 중단할 제작 프로그램이 없는 구성원들이 너무 많다”며, 상당수의 기자, PD들이 비제작부서로 쫓겨나 제작중단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송일준 MBC PD협회장은 “시대가 바뀌었다. 그런데도 구체제 적폐 세력은 전혀 반성과 성찰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악랄하게 프로그램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제는 이 불의한 체제를 끝내겠다는 결심이 섰기 때문에 PD와 기자들이 일어섰다. 아나운서들이 일어설 것이고 엔지니어들이 일어설 것이다. 모든 MBC 구성원들이 또 같이 일어설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PD수첩> 작가 12명도 지난 2일 이들 제작중단을 적극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지난달 <PD수첩> PD들이 제작중단에 돌입한 후 <PD수첩>은 2주 연속 결방됐다. <PD수첩> 이영백, 조윤미 PD는 언론노조 MBC본부와 함께 ‘PD들은 노조 조합원이기 때문에 이해당사자’라는 이유로 노동 아이템을 불허한 경영진을 ‘노조법 위반’과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 3일부로 제작중단에 돌입한 MBC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경제매거진M>, <생방송 오늘 아침>, <생방송 오늘 저녁> 등이 속한 시사제작국 PD·기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상암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장겸 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PD저널

한편 MBC 경영진은 이날 ‘문제의 <PD수첩 기획안>을 전문을 공개한다’며 이영백, 조윤미 PD가 제출했던 기획안을 공개했다.

MBC 경영진은 “‘한상균은 왜 감옥에 있는가?’ 기획안에는 ‘주장’과 ‘시선’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 새로 발굴된 ‘사실 관계’의 제시는 없다. ‘팩트’가 아닌 한쪽으로 치우친 ‘주장’만을 나열하면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지향하는 PD수첩이 결코 밟아서는 안 되는 길이다. 따라서 이번 PD수첩 제작거부 사태의 본질은 ‘제작 자율성’의 침해가 아니라, 공정성 위반 소지를 방지하려는 회사의 ‘정당한 데스킹’과 제작 가이드라인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앞서 이영백 PD는 제작중단에 돌입했던 날부터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을 보는 시각이 우리 사회가 노동을 어떻게 보느냐의 척도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며 “한 위원장이 지난 5월 징역 3년 실형을 받은 것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했으니 실형이 당연하다는 말을 하고, 한쪽에서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말을 하는 것을, 불법일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구속하고 감옥에 있는 것이 맞느냐고 말하기도 한다”고 기획 취지를 밝혀왔다.

이 PD는 “2015년 민중총궐기 실제 상황을 찾아보고, 고 백남기 농민 살수차 사건을 통해 경찰의 과잉 진압도 문제가 있진 않았는지, 한상균 위원장만을 폭력 시위의 오롯한 주도자로 보는 게 맞는지, 그런 문제를 찾아보고 싶었다. 이것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단초일 뿐이고, 나아가 우리 사회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 등 전반적 노동 이야기를 풀어 나가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이러한 취지를 경영진에게도 충분히 전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 MBC 경영진은 3일 ‘문제의 〈PD수첩 기획안〉 전문을 공개한다’며 이영백, 조윤미 PD가 제출했던 기획안을 공개했다. ⓒMBC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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