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함만으로 판타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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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석의 티적티적] ‘시골경찰’, 흥미롭지만 새롭지 않은

▲ <시골경찰>은 실제로 진안경찰서에 특별 임용되어 진짜 경찰관으로 근무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이지만 범죄 현장에 투입되거나 범인 색출 등의 민감하거나 전문적인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 MBC에브리원

지난 17일 첫 방송된 MBC 에브리원 <시골경찰>은 흥미롭긴 하지만 새롭진 않다. <시골경찰>이란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익숙한 분위기가 있다. 신현준, 최민용, 오대환, 이주승 등 네 명의 배우가 진안 경찰서 관할 치안센터의 순경으로 근무하며 생활하는 잔잔한 시골살이는 스웨덴의 작고 평화로운 마을을 배경으로 만든 코미디 영화 <깝스>나, 소방관이나 군인으로 활약한 <심장이 뛴다> <진짜사나이>도 떠오르지만, 가장 오버랩되는 것은 나영석 사단이 꽃피운 생활예능들이다.

실제로 네 명의 배우는 함께 근무하는 동시에 시골집에서 사는 형제가 된다. 범죄와는 거리가 멀고 본서와도 거리가 30km나 떨어진 시골마을은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갔던 일상을 벗어난 한적함과 정이 있다. 동생들을 포용하고 시골밥상을 척척 차려내는 맏형 신현준, 로드킬 당한 고라니도 척척 치우고 경운기도 스무스하게 몰 줄 아는 둘째 최민용, 모든 상황을 시트콤으로 만드는 웃음 메이커 오대환과 당찬 모습과 엉뚱한 면모를 오가는 막내 이주승으로 이뤄진 동기 겸 형제들은 시골집 평상에서 도란도란 밥을 먹고, 사이좋게 출퇴근을 한다. 신현준의 말처럼 규칙적인 일과와 거리가 먼 배우들이 출퇴근을 맞춰서 하고 업무시간에 반복된 일과를 하는 경험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시청자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다. 별 다른 일 없이도 좋은 사람들끼리 함께 있을 때 나오는 따뜻한 감정과 여유에서 슬로라이프 계열 예능 특유의 정서가 느껴진다.

<시골경찰>은 실제로 진안경찰서에 특별 임용되어 진짜 경찰관으로 근무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이지만 범죄 현장에 투입되거나 범인 색출 등의 민감하거나 전문적인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업무의 절반 이상이 동네 어르신들의 차편을 대신 해드린다거나 방전된 노인 전동 스쿠터를 집에다 옮겨주는 등 주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것들이다. 인자한 어른이지만 훈시는 다소 길고 당황하면 눈을 껌뻑이는 일본 영화 속에서 걸어 나온듯한 이완재 센터장, FM 선임의 모습을 보이는 전동완 경사와 함께 이들은 또 하나의 가족을 이루고 유사 가족 커뮤니티를 꾸려나간다. 그래서 다른 생활예능들처럼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에 포커스를 맞추거나 슬로라이프식 미션이 등장하진 않지만 밥상의 훈훈함과 근무를 하면서 나누는 대화의 따뜻함은 <삼시세끼> 못지않다.

제작진은 예능 특유의 미션이나 설정 대신 리얼리티에 방점을 찍으며 차별화 전략을 편다. 어떤 스토리텔링을 꾸미거나 이벤트를 마련하기보다, 배우로 이뤄진 출연진의 감정선을 지키기 위해 근무에 몰두하고 경찰 임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출 상황을 배제한다. 그래서 대단위 촬영진이 포위하고 있는 촬영장의 모습이 없다. “마치 고향집에 온 것 같은 푸근하고 정감 가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한다”는 연출 의도를 시골 마을 어르신들의 지팡이가 되어주는 경찰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이다. 최대한 리얼하게 가겠다는 포부는 실제로 진안 경찰서 도착 이후 출연진들이 제작진과 카메라를 찾지 못하고 당황하며 안절부절못하게 만든 기술적 성취로 확인했다.

그런데 과거에도 특정 상황 속에 출연진을 데려다놓고 순도 100퍼센트의 리얼리티를 강조한 예능이 있었다. 2013년 SBS <심장이 뛴다>는 연예인들을 부산 해운대 소방안전센터에 신입 구조대원으로 발령내버렸다. 촬영은 곧 근무였고, 현직 119대원의 말처럼 119에 연습은 없었다. 촬영기간 동안 엄청난 사건이 벌어질 수도, 그림에 담을 만한 사건사고가 하나도 없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촬영에 돌입했다. 그러나 결국 기대했던 리얼에 기대었지만 곧 한계를 마주했다. 종반부에선 <체험 삶의 현장>이 아니라 일선 소방서 홍보 이벤트로 채워졌고, 방향도 ‘모세의 기적’과 같은 캠페인으로 틀어졌다.

▲ <시골경찰>은 <심장이 뛴다>의 발목을 잡은 리얼의 덫을 피해갈 수 있을까? 요즘 시대에 딱 맞는 잔잔하고도 따뜻한 감정은 있지만 자극적인 맛없이 이 험난한 예능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포인트와 이야기는 지난 3회 동안 한눈에 딱 들어오지 않았다. ⓒ MBC에브리원

<시골경찰>은 <심장이 뛴다>의 발목을 잡은 리얼의 덫을 피해갈 수 있을까? 요즘 시대에 딱 맞는 잔잔하고도 따뜻한 감정은 있지만 자극적인 맛없이 이 험난한 예능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포인트와 이야기는 지난 3회 동안 한눈에 딱 들어오지 않았다. <심장이 뛴다>와 달리 슬로라이프 정서를 덧입혔다고 하지만 <사남일녀><천하장사><섬총사>처럼 풀어가는 방법론에서 어려움을 겪은 사례는 여러 번 봤다. 시골 어르신들과 나누는 따뜻한 마음만으로, 지금까지 소일거리에 가까운 경찰 활동만으로 어떤 호기심을 마련할 수 있을지 아직 의문스럽긴 하다.

무엇보다 캐릭터가 만들어가는 스토리텔링의 부족이 아쉽다. 리얼 하나만 가지고 시골마을 경찰 이야기에 관심과 교감을 마련하긴 힘겨워 보인다. 네 배우의 임시 전업을 응원하면서도 뭔가 허전하면서 불안해 보이는 이유다. 과연 리얼이 판타지를 구현할 수 있을까. 고향 정서 가득한 <시골경찰>의 담백함에 호감을 느끼면서도 완벽한 몰입이 어렵다. 우리의 지난 경험상 아무래도 예능에서의 교감은 현실이 아니라 판타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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