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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경 “배현진 초점 아니야…블랙리스트 존재 확신”

양윤경 MBC 기자, 추가 입장 발표…“MBC 현실...” 이혜승 기자l승인2017.08.09 06: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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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댓말을 써가면서 나름 존중했다고 생각했는데, 배현진 씨가 많이 놀랐던지 <뉴스데스크>가 끝나고 울었다고 하더라. 목격한 분들의 입소문으로 들었는데, (배현진이) 눈물을 터트려서 권재홍 본부장(당시 <뉴스데스크> 앵커이자 보도본부장)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파악하게 되고, 이게 밑으로 내려오면서 당시 박용찬 취재센터장에게 들어가고, 박 센터장이 우리 부장에게 얘기하고, 부장이 나에게 얘기하는 계통을 밟은 걸로 알고 있다

이걸 밝힌 건, 화장실에서의 사건 이후 회사에서 계층을 밟아가며, 결재라인과 보고라인을 따라 위에서 내려와 기자에게 경위서를 받아서, 조직 차원에서 인사를 내는 수순을 밟았다는 거다. 그게 회사의 경영진이나 임원진이 마뜩지 않아 했던 직원을 대하는 일방적 방식이었다. 나만큼 황당한 방식은 드물었을지라도, 그렇게 90% 이상이 쫓겨났다. 나머지 지금 TV에 나오는 사람들은 내가 모르는 분들이다“

▲ 양윤경 MBC 기자 ⓒ미디어오늘 (양윤경 기자 제공)

[PD저널=이혜승 기자] 일명 ‘양치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양윤경 MBC 기자가 추가로 입장을 밝혔다. 양 기자는 지난 7일 오후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배현진 앵커와의 일화를 상세히 밝히며, 배현진이 초점이 아니라 ‘보도국 탄압’ 현실을 알리려 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앞서 양 기자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비제작부서로 전보 발령 받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배현진 앵커와 얽힌 일을 밝혀 논란이 일은 바 있다. 당시 양 기자는 배현진 앵커가 물을 틀어놓고 양치질을 하며 거울도 보고 화장도 고치고 있기에 '물을 잠그면 좋겠다'고 말했을 뿐인데 회사로부터 경위서 제출을 요구 받고, 임원진은 CCTV까지 확인해 갔으며, 이후 정기 인사 때 결국 타부서로 발령됐다고 밝혔다.

양 기자는 자신 뿐 아니라 다수의 기자들이 불합리한 이유로 경위서 제출을 요구받고 비제작부서로 발령 난 사례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례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져 배현진 앵커와의 일도 이렇게 크게 회자될 일인지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양 기자에 따르면 스트레이트 기사 단신을 가지고도 소위 ‘배현진과 같은 진영’, 저쪽 진영의 사람들과 말다툼이 있으면 그 기자는 비제작부서로 발령이 났고, '그쪽 진영'의 사람과 같이 밥 먹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위에 불려가 ‘깨졌다’. 양 기자는 일부 기자들이 ‘조직의 화합을 해친다’는 이유로 경위서 제출을 요구받았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존재 확신”

양윤경 기자는 사측이 일부러 갈등을 조장하지는 않았더라도, ‘장기 프로젝트’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양 기자는 “한꺼번에 인사를 내지는 않았으나 계기가 생기면 보도국에서 나가게 하겠다는 방향이 정해져있었다고 본다”며 “계기가 있으면 경위서를 쓴다든지, 평가를 낮게 한다든지 해서 인사를 낼 빌미를 마련하고, 그게 인사(전보 발령)로 이어지고...그걸 쭉 프로젝트식으로 진행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양 기자는 배현진 앵커와의 사건 이전부터 경영부문 지인으로부터 ‘블랙리스트’에 본인이 올라와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양 기자는 “지인 표현에 따르면 ‘임원진 중 누구누구 있는데, 너는 땡땡땡의 리스트에 있다고 하더라. 그 말을 해준 친구가 임원들과 같이 근무하는 친구이기 때문에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 기자는 “(나와 같이)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은 몇 번에 걸친 인사를 통해 반드시 (보도국 외부로) 쫓아낸 걸로 알고 있다”며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걸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양 기자와의 간담회 이후, 언론노조 MBC본부는 실제로 MBC 경영진이 카메라기자 65명을 대상으로 작성한 것으로 추측되는 ‘블랙리스트 문건’을 공개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9일 MBC 경영진을 검찰에 고소할 예정이다.(▷관련기사 ‘‘MBC판 블랙리스트’…“소고기 등급 나누듯 분류”’)

▲ 언론노조 MBC본부는 8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경영진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인물 성향’ 문서를 공개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노보

“너의 기자 인생, PD 인생, 아나운서 인생은 여기서 끝이다”

양윤경 기자는 MBC 경영진이 기자직으로 들어온 사람에게 기자를 시키지 않고, PD로 들어온 사람에게 PD를 시키지 않고, 아나운서로 들어온 사람에게 아나운서를 시키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고 고발했다.

양 기자는 “(경영진이) ‘너의 기자 인생, PD 인생, 아나운서 인생은 여기서 끝이다’라고 하는 걸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양 기자는 전보 발령된 곳에서는 전혀 일을 받지 못했다고 말하며,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신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경험해보고서야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양 기자는 “(전보 발령된) 아주 많은 인원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냥 앉아있는 거다. 그러면서 실적은 보고하게 한다. 매주 일과를 입력하지 않으면 나중에 성과를 최하로 줄 수 있고, 최하가 누적되면 교육을 받게 한다”며 “일을 주지 않으면서 9시부터 6시까지, 저의 경우 10시부터 7시까지 앉아있게 하고 성과를 입력하게 하니, 이건 악의를 가지지 않고서는 이런 시스템을 만들 수 없다”고 털어놨다.

보도국에서 쫓겨난 기자들은 이런 시스템을 거치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 일부 기자들은 실제로 정신과 진료를 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기자는 “한 선배는 웃으며 말을 하다가 갑자기 운다. 일을 너무 사랑했던 사람인데, 하루 종일 모니터만 보게 시킨 거다. 이게 참고 참다가 가끔 자기도 모르게 터져버린다”고 밝혔다.

양 기자는 매체 인터뷰에 응하기까지 주저하기도 하고, 고민했다고 밝히며 추후의 인사 조치가 겁이 나고 두렵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럼에도 인터뷰에 나선 이유에 대해 “이걸 계기로 시청자들이 MBC 안이 어디까지 가있는지, 현재 좌표를 조금이나마 느끼실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는 마음이었다”며 “여기도 사람이 있어요, 아직 살아있으니까, 문을 두드려서 ‘소리를 좀 들어주세요’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하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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