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파문' 확산…MBC 카메라기자, ‘제작거부’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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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MBC본부·MBC 영상기자회, 고소장 접수

[PD저널=이혜승 기자] MBC 카메라 기자들이 9일 정오부터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MBC 영상기자회는 9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법적조치들과 함께 즉각적인 단체행동에 나선다. 검찰 수사를 기다리며 블랙리스트 작성자와 경영진이 벌이는 몰염치한 대응들을 앉아서 지켜만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2012년 170일 파업이후, 보도영상부문이 공중분해 되었다. 발기발기 찢겨져 노예들처럼 살아온 MBC영상기자들은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카메라를 내려놓고, 블랙리스트의 진실을 스스로 밝히기 위해 제작중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 MBC 카메라 기자들이 9일 정오부터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권혁용 MBC 영상기자회장은 이날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영상기자회 차원에서 전면 제작거부에 들어간다. 주요 출입처에 있는 기자들은 내일부로, 휴가자들은 휴가가 끝난 후부터 동참한다”고 밝혔다.

권 회장에 따르면 MBC 영상기자회에는 57명의 MBC 카메라 기자들이 속해있다. 권 회장은 카메라 기자들이 떠난 자리를 2012년 파업 이후 들어온 영상취재PD 등이 채울 것으로 예상하며, “사측이 (영상취재PD 등) 10명을 오늘 추가로 채용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권 회장은 “카메라 기자들이 제작거부에 돌입하면 영상 품질에서 차질이 생기겠지만, 방송을 못한다거나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8일 ‘MBC판 블랙리스트’라며 MBC 내부자가 작성한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인물 성향’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MBC 카메라 기자 65명을 ✕(12명), △(28명), ○(19명), ☆☆(6명) 등급으로 나누고 세세한 평을 남겨둔 내용이 담겨있다.

이들 평에는 ‘(절대) 격리 필요’ ‘보도국 외로 방출 필요’ ‘주요 관찰 대상’ 등의 표현에서부터 ‘게으른 인물’ ‘영향력 제로’ ‘무능과 태만’ ‘존재감 없음’ 등의 인격모욕적 표현들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관련기사 ‘‘MBC판 블랙리스트’…“소고기 등급 나누듯 분류”’)

권혁용 MBC 영상기자회장은 지난 8일 해당 문건을 공개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재직하는 모든 카메라 기자가 이 안에 다 있다. 이분들 모두가 피해자다. 별 등급, 동그라미 등급을 받았다고 이분들이 피해자가 아닌 게 아니”라며 “블랙리스트는 인권의 문제다. 우리는 등급을 매기는 소고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 한 가정의 가장으로, 직업인으로, 충분히 누려야 할 인격권에 대한 침해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또한 권 회장은 2012년 파업 이후 영상기자 조직이 해체된 것에 대해 경영진이 ‘합리적 경영 수단’이라고 말했지만 결국은 '정치적 탄압'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MBC에서는 2012년 파업 직후인 8월, 카메라 기자들이 소속돼있던 영상취재1부 및 2부, 시사영상부, 스포츠영상부 등의 부서가 폐지됐다. 이후 카메라 기자 신입사원, 경력사원 채용도 이뤄지지 않았다. 경영진은 ‘영상취재PD’라는 명칭으로 대체 인력을 모집해왔다.

▲ MBC 카메라 기자들이 9일 정오부터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는 이날 MBC 영상기자회의 제작거부 선언에 지지를 보냈다. 이들은 “회사 측의 보복성 탄압으로 많은 카메라 기자들이 부당한 인사 조치로 방송현장을 떠나게 했다. 이로 인해 MBC뉴스는 영상의 질적 저하로 이어졌고,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총체적인 대외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는 “우리는 블랙리스트의 진상규명과 관련자의 처벌을 촉구한다. 우리는 보복성 탄압을 받은 영상취재부문의 원상회복을 촉구한다. 우리는 MBC 영상기자 블랙리스트 비상대책위원회를 적극 지지하며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한편 MBC 경영진은 “언론노조가 내세운 ‘카메라 기자 성향 분석표’는 회사의 경영진은 물론 보도본부 간부 그 누구도 본 적도 없는 문건”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문건을 작성한 사람으로 추정되는 카메라 기자가 지난 8일 개인 SNS에 적은 글을 첨부하며 “‘MBC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는 사실무근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해당 문건을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SNS에 “(2012년 파업 후) 언론노조 중에 특히 비겁한 행동을 보이는 이른바 '박쥐'들을 구분하고 싶었다”며 “(문서를) 만들어서 나와 함께 MBC노조에 참여한 친한 카메라기자 2명에게 보여줬다. 이게 전부다. 나는 대단한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심지어 차장도 아닌 평사원 신분이었다. 4년이 지난 지금 전혀 생각하지도 못하게 무슨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상황이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MBC 경영진은 또한 해당 문건에 대해 “구성원 내부의 화합을 해치고 직장 질서를 문란 시킨 중대한 행위”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영상기자회를 포함해 전사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하고 철저하게 조사하도록 하겠다. 회사는 관련자는 예외 없이 조사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관용 없이 엄중하게 조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와 MBC 영상기자회가 9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MBC, 김장겸 사장, 박용찬 논설위원실장, 문건 작성자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하지만 언론노조 MBC본부는 “‘블랙리스트’는 실제로 인사와 평가, 승진 등의 핵심 자료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최하위인 이른바 ✕등급으로 분류된 기자들은 대부분 보도국 외부로 쫓겨났거나, 보도국 내에서도 중요도가 낮은 부서 위주로 배치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은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누가 작성했고 어떤 목적으로 누가 지시했으며, 누가 보고했고 어떻게 추진됐는지 수사를 통해 확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와 MBC 영상기자회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MBC, 김장겸 사장, 박용찬 논설위원실장, 문건 작성자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해당 사건을 대리하는 신인수 변호사는 “헌법 제33조 1항 근로자의 노동3권을 침해하는 반헌법행위이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81조에서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이고, 영상카메라 기자가 가진 소명의식을 가지고 하는 행동을 방해했기 때문에 형법 314조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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