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몰락 주범 향한 해직PD 거침없는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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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몰락 주범 향한 해직PD 거침없는 카메라
'공범자들' 기록이자 10년 동안 처절하게 싸워온 '저항자들' 기록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7.08.11 0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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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구보라 기자] “잘들 산다, 잘들 살아”. 영화 <공범자들> 인트로 장면에서 최승호 감독은 공영방송을 몰락시킨 ‘공범자들’을 보고난 뒤 이렇게 탄식을 내뱉는다. <공범자들>을 연출한 최승호 감독의 말대로 그들은 책도 펴내고, 출판 기념회도 열고, 기념회에 참석해 축하 인사도 건네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양복 주머니에 꽃을 달고 연신 웃음 짓는다. 공영방송을 무너뜨리고, 수많은 언론인들을 탄압했던 그들은 잘 살아왔고, 여전히 잘 살고 있었다.

<공범자들>을 연출한 최승호 감독(MBC 해직 PD)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공영방송을 몰락시킨 주범인 이들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과 목소리 그리고 이름을 하나하나 모두 보여준다.

최 감독은 김재철‧안광한 전 MBC 사장, 김장겸 MBC 사장, 백종문 MBC 부사장, 길환영 KBS 사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 등 ‘공범자들’에게 “KBS 사장을 왜 내쫓았냐”, “MBC를 망친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당신이 공영방송 망가뜨린 주범인 걸 아느냐”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거리낌없이 던진다. 그 한 마디 질문을 던지기 위해 최승호 PD는 그들이 ‘출몰’하는 곳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지만, 최승호 감독을 마주친 공범자들의 태도는 영 우습고 실망스럽기만 하다

▲ 공범자들 공식 포스터
▲ 위에서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안광한 전 MBC 사장 ⓒ<공범자들> 공식 홈페이지

최승호 감독은 지난 9일 오후 2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공범자들>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작년 10월 <자백>을 개봉할때만 해도 이 영화를 꼭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못 했다. 개봉하고 열흘 뒤에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탄핵 국면에 들어가지 않았나. 저도 토요일이면 많은 시민들을 만나 대열에 합류해 촛불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게 되면,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겪을텐데, 아무리 바뀌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공영방송이 거의 유일하게 ‘동토의 왕국’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겠구나, 라고 생각했다”며 “방송 장악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국민의 방송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시민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영화라는 수단을 쓰는 것이 가장 호소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많지 않아 고민했지만, 도전했다”고 밝혔다.

MBC에서 <PD수첩>을 연출하던 최승호 감독은 각종 부정부패, 비리를 낱낱이 파헤쳤던 PD다. 그랬던 그는 2012년 MBC에서 ‘공범자들’에 의해 부당해고를 당했다. 그렇게 떠난 최 감독은 KBS와 MBC 출신 언론인들이 만든 탐사보도전문매체 <뉴스타파>에서 성역 없는 취재 활동을 펼쳤으며 언론을 장악한 이들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을 만들었다.

<공범자들>은 점령-반격-기레기를 통해 순차적으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9년을 보여준다. 지난 10년 동안 공영방송이 어떻게 점령됐고, 방송인들이 어떻게 반격했으며, 결국 패배한 뒤 어떻게 기레기로 전락해갔는지를 상세하게 보여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을 해임시키기 위해 감사원, 검찰, 국세청이 총 동원되는 등 KBS가 권력에 의해 무너져갔다. 이후 정권은 MBC까지 장악하고, 공영방송은 더 이상 국민의 방송이 아닌 권력의 방송으로 전락해갔다. 공영방송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 KBS 한국방송”은 로고송으로만 존재하게 된다. 최승호 감독은 “그러나 아직 포기하지 않고 싸움을 하고 있으며 이 싸움에 이겨야 한다는 것을 기승전결의 구성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공범자들의 끝판왕은 이명박”이라고 말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결국 2008년 집권을 하면서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플랜을 옮겨서 결국 전체적인 언론 장악 구도를 완성했고 이것을 박 대통령에게 물려줌으로써 더욱더 악화가 되었기 때문에 결국은 국정농담 사태와 그야말로 탄핵을 할 수밖에 없는 사태가 일어났지 않나. 그렇기에 그가 최고의 공범자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에도 나오지만 제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언론인들에게 질문을 못하게 해서 나라가 망가졌다‘, ‘책임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고 하자 그는 너무나도 가볍게 ‘나한테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피해나갔다”고 비판했다.

최 감독은 마주쳐도 자신의 질문에 답변 한번 안 하는 기자 출신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던지며 “기본이 안 된 사람들이 방송사의 꼭대기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범자들>에서 나오는 것처럼 MBC 김장겸 사장은 제 질문에 말 한 마디 안 한다. 제가 늘 이야기하는 건 ‘아니 기잔데…….’ 질문에 대해 고위공직자들이 답변을 안 하는 건 이해할 구석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런데 김장겸 사장은 그래도 저널리스트 출신이고 질문을 던져왔던 사람 아닌가. 물론 훌륭한 언론인은 아니었지만(관객들 웃음) 자신이 질문을 받을 때에 답변을 회피하고 (안광한 전 MBC 사장은) 심지어는 비상구에서 도망까지 간다. 이런 모습들이야말로 기본인 안 된 사람들이 방송사의 꼭대기에 있는 적나라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위에서부터 김장겸 현 MBC 사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김재철 전 MBC 사장 ⓒ<공범자들> 공식 홈페이지.

영화가 끝난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시간에 카메라 뒤에서 취재를 하고 드라마를 만들던 KBS, MBC 언론인들이 카메라 앞에 섰다. <공범자들>을 연출한 최승호 감독과 김민식 MBC PD,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기자),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기자)이다. 그들은 정권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방송사 내부에서 현재진행형인 언론 장악에 대해 이야기했다.

성재호 위원장은 “오늘 <공범자들>을 세 번째 봤다. 오늘 유독 더 슬프게 다가왔다. 영화를 보면서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9년 동안 KBS MBC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계셨겠지만 정말 힘들게 싸워왔던 부분들을 보여주시는 것 같아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지난 9년 동안 모든 부분이 망가졌잖나. 언론도 그 중의 하나고. 이번에 겪은 언론 해직 사태는 퇴행이라는 말이 있잖나. 제대로 못한 것 같다. 영화 속에서는 공범자들을 보여주는데, 공범자들이 그들뿐만이 아니라 사실은 전체가 공범자가 아니었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라고 소회를 밝혔다.

김민식 MBC 드라마 PD는 “영화에는 공범자들과 저항자가 있다. 영화를 보며 생각했다. ‘내가 과연 저항자일까’. 저도 공범자 중 한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PD는 “2012년 170일 파업을 하고나서 마지막에 노동조합 집행부 안에서 격한 논쟁이 붙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 상황에서 올라가자(파업을 그만하자)’는 쪽과 ‘해직자들이 나와있고 버려두고 돌아갈 수 없다. 계속 싸워야한다’는 쪽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민식 PD는 “처음 밝히지만 그 때에 저는 온건파로서 회군파였다. 올라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저는 예능PD로서 10년 드라마PD로서 10년을 지내며 노조 부위원장으로 들어갈 때에 예능PD와 드라마PD의 입장을 대변하고자 했다. 그 당시 <무한도전>이 6개월간 결방했다. 그 당시 예능, 드라마 PD들은 그 상황이 더 이어지면 예능과 드라마 경쟁력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이용마 기자(MBC 해직기자)가 조합 집행부 중에서 가장 먼저 해고됐다. 왜냐하면 강경파였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제가 다시 싸우게 된 이유는...”이라며 눈물을 보이고서는 잠시 말을 잇지 못 해 자리에 함께한 많은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어 김민식 PD는 “이용마 기자가 아프다고 전화가 왔을 때에 너무 미안했다. 저는 파업이 끝나고 다시 팀으로 돌아가서 야외연출(B팀 연출)로 일하며 현장을 지켰지만 용마는 지난 5년간 보도국 기자들이 무슨 일 당하는지 봐왔다. 어제 보도된 MBC 내 블랙리스트 상황을 계속 봐온거다. 그래서 170일 파업을 그대로 멈추면, 김재철 당시 MBC 사장을 치우지 못하면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온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결국 파업이 끝나고 강경파였던 용마가 가장 먼저 해고됐다”고 말했다.

김 PD는 “그렇게 5년 동안 용마는 속이 썩어갔고, 저는 그냥 잘 살았다. 드라마 연출하면서. 정말 부끄럽다. 내가 과연 저항자일까 생각했다. '그 때 내가 용마 말대로 싸웠으면 이렇게까지 우리가 망가졌을까’라고 항상 그 생각을 한다.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죄를 갚는 심정으로 했다. 개인적으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그 기회를 준 MBC 노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2012년 앞장서서 MBC 170일 파업을 이끌었던 이용마 기자는 해직 이후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쳤다. 지난 9월 암 판정을 받고, 현재 투병 중이다.

이에 김연국 위원장은 “김민식 PD가 자신도 공범자들일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김민식 PD는 지난 5년간 MBC 경영진들에게 블랙리스트 1등급이었다. 그 와중에도 용기 잃지 않고 동료들을 끊임없이 북돋았다. ‘그래도 우리 다시 일어서지 않겠냐’고. 이 분위기를 만들어준 분”이라고 말했다.

김민식 PD는 지난 지난 6월 2일 상암 MBC 사옥 안에서 “김장겸은 퇴진하라”고 외치는 자신의 모습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했다. 이에 MBC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인들도 김민식 PD와 함께 페이스북 라이브로 김장겸 퇴진을 외쳤다. MBC 사측은 “업무 방해, 직장 질서 문란”을 이유로 그를 인사위에 회부했다. 오늘 오전 김민식 PD의 세 번째 인사위가 열린다.

▲ ⓒ<공범자들> 메인예고편

최승호 감독도 편집 과정에서의 힘겨움과 안타까웠던 심정을 토로했다. 최 감독은 “편집하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힘들었다. 9년 동안의 겪었던 일들을 트라우마처럼 갖고 있던 일들을 되새겨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또 하나의 더해지는 고통은 자료화면속 사람들은 죽어라 싸우고 있다. 그걸 바라보는 나는 그 싸움의 결말을 알고 있지않나. 그 심정이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에 170일을 파업을 했는데, 그 한겨울에 시작하는 파업을 한여름에 끝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 영화에서도 파업을 종료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했는데, 그 싸움의 과정에서 앞을 보지 못 하면서도 자신을 지키려고 싸우는 그 모습들 그 모습들이...제가 할 수만 있다면 뭔가 위로를 하고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시사회 진행을 맡은 박혜진 아나운서는 본인의 심정을 묻는 질문에 “(시사회 진행을 맡는) 저에게 질문이 올 지 몰랐다”고 운을 떼며 “최 감독님의 액션 저널리즘이 빛나는 <공범자들>에서 안광한 전 MBC 사장을 비상구 구석으로 쫓는 장면은 실소를 금치 못 하지만 사실 저도 파업의 현장에 있었고 그 현장에서 보내왔던 내부구성원이었기 때문에 그 웃음의 끝이 쓰고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그 힘든 시간 동안 지나오면서 무기력함을 느꼈었고 아나운서로서 방송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부정당하는 상황을 겪었을 때에 어려운 시간을 느꼈던 것 같다. 저는 MBC를 자의로 퇴사해서 지금은 프리랜서 활동을 하고 있다. 버티지 못 하고 탈출한 일인 일지도 모른다. 그 이후 많은 시간 동안도 여전히 저의 친정을 비롯해서 사회 공기로서 역할을 해야하는 공영방송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제 선후배 동료들의 아픔을 겪고 있다. 저는 비록 MBC를 나와 있지만 여전히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공범자들>에서 보여지는 지난 9년간의 싸움은 영화가 개봉을 앞둔 지금 이 시점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박 전 대통령과 그 비선실세들은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들이 임명했던 공영방송사 사장과 경영진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혹은 더 높은 자리에서 방송을 장악하고 있다. 올해 초에 사장이 된 김장겸 MBC 사장의 임기는 2020년 2월까지다. 고대영 KBS 사장은 2018년 11월까지다.

두 사장의 해임 권한을 지닌 곳은 방송문화진흥회(MBC), KBS 이사회다. 현재 이사회의 구조는 다수가 전 여권 추천 이사들이기에 해임을 기대하기 어렵다.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회의 이사진은 1년 후에 임기가 끝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공영방송지배구조개선법(일명 언론장악방지법)이 통과된다면 세 달 뒤 새로운 이사들을 뽑을 수 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언론장악방지법 통과를 결사 반대하고 있다.

한편, MBC와 김장겸 사장, 김재철‧안광한 전 MBC 사장 등 전‧현직 임원 5명은 “<공범자들>은 MBC 전현직 임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초상권과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31일 영화 <공범자들>에 대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11일 오후 3시 동관 358호에서 심리를 열어 <공범자들>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의 기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공범자들>은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이 기각되는 경우, 예정대로 다음 주 목요일인 17일 개봉한다.

다음은 시사회에서의 질문 내용을 정리한 부분이다. (일부 생략)

-기자와 PD지만 <공범자들>의 역대급 주연이다. 그래서 영화에 출연한 소감도 듣고 싶다.

김민식 MBC PD 드라마를 연출할 땐 보통 제작발표회에서 감독으로 이런 자리에 온다. 오늘은 감독님 옆에 제가 앉게 되어서 영광이다. 더 크게 역할 맡은. 백종문 등등 있잖나.(일동 웃음) 출연진으로서 함께 못 온다는 게 그분들의 분량이 더 큰데도. 단역 주제에 주연들이 바빠서 못 와서 감히 낀 것 같아서 부끄럽다.

김연국 위원장 저는 싸우고 기사 쓰는 사람이지 이렇게 많은 카메라 플래시 앞에 앉아있는 건 처음이다. 저는 반대쪽에 항상 앉아있었다. 영화를 보며 최승호 선배가 2005년 MBC <PD수첩>에서 하신 말이 가장 많이 생각났다. “우리가 능력이 부족해서 고발하지 못한 적은 있어도 외압 때문에 고발하지 못한 적은 없었다”라는 말. 저는 이 영화가 헌법 가치인 언론의 자유, 방송의 공공성을 회복시키는 데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믿는다. MBC 내부 종사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국민의 자산인 MBC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기 위해 마지막 전쟁을 준비하겠다.

성재호 위원장 지난달 부천에서 <공범자들>을 처음 봤다. 영화 첫머리에 등장하는 'KBS 경찰 난입 사태'..... 그 때가 2008년 8월 8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일이었다. 그리고 어제는 꼭 9년이 되는 날이었다. KBS새노조 조합원들과 함께 봤다. 오늘은 세 번째였는데, 볼 때마다 정말 다르다. 세 번쯤 보시면 여러 생각이 드니까 많이 봐주시길 바란다.

- 영화가 너무 스펙타클하다. 제작하면서 어떤 부분에 가장 집중했는지 궁금하다.

최승호 감독 영화가 스펙타클하다고 하는데, 사실 지난 9년이 스펙타클했다. 하루하루가 살을 에는 눈 보라 속을 훑고 지나가야하는 날들이었다. 경찰력이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이 짓밟는 사태부터 시작한 거니까. 이명박, 박근헤 두 정권이 만들어낸 스펙타클함이 영화를 이렇게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다.

굉장히 많은 자료화면들을 편집하는 게 지난한 과정이었다. 제가 저는 사실 당사자였고 그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었기에 제가 제 판단을 믿기 힘든 상황도 있었다. 저희 윤석민 편집자가(<자백> 편집자이기도 하다) 굉장히 많은 도움을 줬다. 맨 첫장면과 마지막 장면도, 저는 넣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윤석민 편집자가 발견해냈다. 편집자가 이 영화의 저의 공동 창작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 공범자들 메인 예고편

- 최근 YTN 기자들이 복직하는 기쁜 소식도 있었지만. 여전히 다른 방송사에서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방법. 제도적인 장치는 어떤 게 있나.

김연국 위원장 지난 9년 동안 우리가 얻은 게 있다면 우리 사회가 만들어놓은 최소한의 합의가 권력의 성격에 따라서 너무나도 손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 방송 독립성을 위해 근본적인 토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로 언론을 망친 이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두 번째로 법 제도 개선을 통해서 당장의 제도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 이사회 구조는 사실 대통령의 의지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본적인 의문은 ‘제도만으로 가능할까’다. 우리는 대통령이 잘못할 때에 임기 중단시키고 탄핵했다. 국회가 그냥 탄핵한 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무서워서 국회가 법적으로 정치적 중립 제작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게 하려면,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감히 호소드린다.

- KBS 내부 상황은 어떤가?

성재호 위원장 지금 KBS 구성원들이 출근길에 7주째 로비에서 아침마다 말은 저지인데 사장 한번 봐야겠다 싶어서 피케팅을 7주째 하는데 사장 얼굴 들어가면 조종할 수가 없다. 제가 타면 멈추더라. 이상하게.(관객들 웃음) 그런 식으로 요새화돼있다. 하루는 퇴근하는 날 몰래 숨어서 기다렸다. 그랬더니 운전 기사가 차에 타길래, 계속 기다렸다. 그런데 고대영 사장이 화물엘리베이터로 도망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볼 수가 없다. 조만간 좀 더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해 KBS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김민식 PD 저는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하지 스포츠 관람을 하지 않는다. 확률은 반반. 영화를 보면 무조건 끝에 가면 허구속 악당 무찌른다. 근데 그것보다는 현실 속 악당을 함께 무찔러야 한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자기 효능감’을 안길 거다. 내가 이 영화를 보러와서 이 영화의 관객수를 늘림으로서, 이 영화의 엔딩을 바꾸는, ‘악당들을 물리치는’ 결과를 끌어낼수있다는 것. 김장겸 사장이 언제 나갈 것 같냐는 질문들을 저에게 한다.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이 영화가 100만이 넘고 200만이 넘으면 분명 그 시기는 한 달, 두 달 빨라질 거다. 만약 300만이 넘었는데도 김장겸 사장이 자리에 있으면 병원으로 가야한다. (웃음)

김연국 위원장 MBC에서는 제작 거부 사태가 확대되고 있다. 100명이 넘는 기자와 PD들이 제작거부 사태에 들어갔고 더 합류할 것 같다. 제작 거부를 참여하고 있는 많은 기자와 PD들이 이 영화의 마지막에 크레딧에 올라갔던 분들이다. 패배했지만 용기 잃지 않고 제대로 싸우기 위해서 많이 봐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것이 우리가 방송사 종사자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싸움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성재호 위원장 <공범자들>에서 이용마 기자가 “적어도 우리는 그 기간에 침묵하지 않았다”, "우리의 싸움의 의미가 기록으로 남는 것’ 그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를 했듯이 이번 공범자들이라는 이 영화는 어떻게 방송의 정권 장악 맞서싸웠고 어떤 사람들이 부역행위를 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서론과 같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영화를 시작으로 MBC와 KBS가 정상화 되면 속편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KBS의 내부자의 입장에서도 보면 공범들이 너무 많다. 꼭 정상화가 되어서 KBS에서도 <공범자들>과 같은 영화를 만들어볼 수 있도록 하겠다. KBS는 사장을 2014년 세월호 사태 때에 사장 한번 쫓아내 봤다. 그런데 그 뒤에 청와대는 역시 또 낙하산 사장인 현 고대영 사장을 보냈다. "조만간 저희도 집단적으로 뭔가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MBC 제작 거부 상황이 커지고 있는데 비슷한 시기 저희도 결심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고대영 사장도 빨리 쫓아내고 KBS도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야한다고 생각한다.

박혜진 아나운서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공영 방송의 현실에 관심을 가져주고 공감해준 기자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을 드린다.

▲ <공범자들> 한눈에 보는 공영방송 잔혹史 KBS 인포그래픽 ⓒ엣나인필름
▲ <공범자들> 한눈에 보는 공영방송 잔혹史 MBC 인포그래픽 ⓒ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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