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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사랑한다’의 사랑타령 왜 민초로 나가지 못할까

[정덕현의 드라마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퓨전 로맨스 사극의 한계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08.16 09: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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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은 사랑한다>의 관전 포인트가 바로 그 충선왕이 되는 왕원(임시완)과 그가 사랑하는 은산(윤아) 그리고 왕원의 친구이자 신하이며 은산을 짝사랑하는 왕린(홍종현)의 엇갈린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 MBC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KBS <성균관 스캔들>은 독특한 퓨전사극의 틀을 만들었다. 기존 사극들이 퓨전사극이라고 해도 역사의 한 자락에서 소재를 가져오던 것에서 과감히 탈피해 사극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사극이라고 해도 현대적인 어떤 것을 떠올리게 하는 패러디적인 사극으로도 읽혀졌다. 청춘남녀가 성균관이라는 기숙학교에서 기묘한 사랑에 빠지는 그런 이야기가 지극히 현재적인 멜로의 느낌으로 그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성균관 스캔들>이 그저 그런 순정만화 같은 느낌의 로맨스 사극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거기에는 흥미롭게도 기존 체계 아래서 질식할 듯 힘겨워 했던 청춘들의 안간힘이 동시에 그려졌고 그것은 다름 아닌 지금의 청춘들의 현실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런 퓨전사극의 흐름을 이어 받아 괜찮은 성과를 얻어낸 작품이 작년에 방영됐던 KBS <구르미 그린 달빛>이다. 이 작품 역시 비정한 어른들의 세계와 싸우는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로 재미는 물론이고 그 주제의식에 있어서도 현재와 공명했다.

이러한 퓨전 로맨스 사극의 계보 아래서 지금 현재 방영되고 있는 MBC <왕은 사랑한다> 같은 작품을 비교대상으로 거론하기는 어렵다. <왕은 사랑한다>는 최소한 실제 있었던 고려왕 충선왕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나라 공주와 충렬왕 사이에 태어난 최초의 혼혈왕으로서 비운의 운명을 겪은 왕. 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이 사극의 비교점으로서 <구르미 그린 달빛> 같은 로맨스 사극을 거론한다. <왕은 사랑한다>의 관전 포인트가 바로 그 충선왕이 되는 왕원(임시완)과 그가 사랑하는 은산(윤아) 그리고 왕원의 친구이자 신하이며 은산을 짝사랑하는 왕린(홍종현)의 엇갈린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왕은 사랑한다>의 사랑은 왕원과 왕린 그리고 은산의 삼각 멜로 안에서 머문 채 좀체 확장되려는 기미가 없다. 이야기는 그래서 대부분 이들의 거처나 궁궐 안에서 벌어지고, 저 민초들이 살아가는 저잣거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 MBC

왕세자라는 신분을 숨긴 왕원과 고려 최고의 부자인 은영백(이기영)의 딸이라는 걸 숨긴 은산 그리고 왕원의 친구로만 정체를 드러낸 왕린은 그렇게 우정과 사랑이 교차하는 관계를 맺지만 차츰 그 신분이 드러나면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사랑의 감정으로 마음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최근의 멜로들이 대부분 로맨틱 코미디로서 경쾌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이 작품은 조금은 옛 멜로를 보는 듯한 운명적이고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는 조금 너무 과잉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제아무리 당대에는 절절한 운명적 사랑이었을지 몰라도 그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어딘지 감정 과잉처럼 다가오는 것.

<왕은 사랑한다>는 그 제목에서 빠져있는 목적어 때문에 왕이 사랑하는 대상이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을 줬던 것이 사실이다. 즉 그 겉 이야기는 왕의 사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후에는 민초에 대한 공적인 사랑까지를 포함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그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왕은 사랑한다>의 사랑은 왕원과 왕린 그리고 은산의 삼각 멜로 안에서 머문 채 좀체 확장되려는 기미가 없다. 이야기는 그래서 대부분 이들의 거처나 궁궐 안에서 벌어지고, 저 민초들이 살아가는 저잣거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역사가 과거를 통해 현재를 다시금 보는 일이고, 사극 역시 과거의 소재를 다루지만 현재의 정서를 담아내는 그릇이라면 <왕은 사랑한다>는 그런 점에서는 너무나 포인트가 어긋난 느낌을 준다. 요즘처럼 대중들의 의식이 깨어나고 있는 시기에 (민초도 아닌) 왕의 (공적인 사랑도 아닌) 사적인 사랑에 몰입할 수 있을까. 과거 <모래시계>를 썼던 송지나 작가의 작품이라는 데서 가졌던 기대감은 이처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기획의 부실함으로 인해 실망감으로 변모한다.

물론 <왕은 사랑한다>에서 인물들의 심리묘사나 그래서 엇갈리는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가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뛰어난 완성도를 갖고 있어도 시청자들이 마음을 열지 못하는 저들의 이야기가 가진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사랑타령만으로 지금의 달라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는 어렵다. 그 사랑이 민초를 향해 확장되어가지 않는 한.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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