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집 다큐 무산 속 드러난 'MBC 경영진 말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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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특집 다큐 무산 속 드러난 'MBC 경영진 말 바꾸기'
[기자수첩] ‘절차 중시’ 김도인 본부장, 기획안 보지도 않은 국장 책임 물을 수 있을까
  • 이혜승 기자
  • 승인 2017.08.16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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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혜승 기자] MBC에서 광복절 특집 다큐는 찾아볼 수 없었다.

MBC <시사매거진 2580>이 지난 13일 약 14분 동안 ‘나는 원폭피해자입니다’를, <생방송 오늘아침>이 15일 약 2분 30초 동안 ‘시내버스에 오른 소녀상’을 다뤘을 뿐이다.

앞서 MBC PD들은 지난 9일 특집 다큐를 기획해 섭외까지 마쳤지만 윗선에서 기획안도 확인하지 않고 가로막았다고 폭로했다.

이중각 MBC 콘텐츠제작국 PD는 지난 5월 초부터 당시 다큐멘터리부서 데스크급이었던 조준묵 프로듀서의 승인 하에 광복절 특집 다큐를 준비했다. 당시 이 PD는 광복절과 관련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던 '한일 위안부 협상'을 되짚어 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 PD는 일본 코디네이터와 변호사, 국회 관계자를 섭외하고, 일본에서 바라보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시각 등을 종합 취재해 5월 말 최종 기획안을 작성했다.

하지만 홍상운 콘텐츠제작국장은 기획안을 확인하지도 않고 아이템을 ‘킬’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계기성 특집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통상 방송사에서는 광복절, 6월 항쟁, 5월 ‘가정의 달’ 등 특별한 시기를 대비해 계기성 특집을 미리부터 준비한다. 그러나 홍 국장은 지난 3월 국장으로 부임 후 본인 임기 동안 ‘계기성 특집은 없다’고 못 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PD에 따르면, 이 PD가 이 같은 지시에 반발하자 홍 국장은 “8·15 특집은 작년에 했으니 올해는 안 해도 된다”, “<생방송 오늘아침> 같은 프로그램에서 한 꼭지 다루면 된다”며 아이템을 불허했다.

당시 8·15 아이템을 지시했던 조준묵 프로듀서는 16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홍상운 국장의 그런 태도가) 공영방송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는 문제가 있다”며 “8·15 특집 같은 경우는 우리가 해야 하는 다큐들이다. 그걸 별다른 논의도 없이, 아무리 국장이라지만, 자신의 다큐관이 이렇다는 이유로 특집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프로듀서에 따르면 홍 국장은 지난 3월 김장겸 신임 사장 체제 하에서 국장으로 선임되던 당시, 일부 프로듀서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계기성 특집은 올드패션, 옛날 것”이라며 “아주 특별하지 않은 이상 안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당시 홍 국장은 ‘계기성 특집은 옛날 방식’이라는 사유 외에는 별다른 사유를 덧붙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 MBC <생방송 오늘아침> 8월 15일 방송에서 약 2분 30초 동안 '시내버스에 오른 소녀상' 사연이 방송됐다. ⓒMBC 화면캡처

‘탄핵다큐’ 불방 당시엔 “기획안 중요”…광복절 특집은 “기획안 안 봐”

문제는 홍 국장이 기획안을 확인조차 하지 않고 ‘계기성 특집’이라는 이유로 아이템을 불허한 것이 기존 경영진이 취해왔던 입장과는 달라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MBC 콘텐츠제작국 다큐멘터리 부서는 올해 초 ‘탄핵 다큐’와 ‘6월항쟁 30주년’ 다큐가 불방되면서 파문이 일었던 적이 있다.

당시 김도인 본부장은 지난 4월 6일 진행됐던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해 이 사태에 대해 소명하며 “절차상 문제가 있어” 불방처리 했다고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탄핵다큐 불방’ 억지 해명…“절차 문제, 방송 보지도 않아”')

김 본부장은 당시 80% 이상 제작이 진행됐던 탄핵 다큐와 6월항쟁 다큐가 불방 된 이유에 대해 ‘국장에서 본부장까지 기획안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다른 이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오로지 ‘기획안이 올라오지 않을 정도면’ 프로그램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고 밝히며, 절차상의 문제를 확실하게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김 본부장은 아이템을 승인하고 불허하기 위해서는 ‘공식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컨펌은 제작가이드라인 상 공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부장과 국장의 프로그램 승인 여부에 있어 “(일선 PD들이) ‘다큐를 만들고 싶습니다’ 하면 이게 공정성이라든지, 다양성 이런 걸 해치는 게 아니라면 승인을 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광복절 특집을 준비하던 당시 홍상운 국장은 기획안 확인조차 없이, 담당PD들이 준비한 기획안을 부장에게 전달할 시간도 주지 않고 아이템을 불허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성’, ‘다양성’을 해친다는 이유도 아니었다.

조준묵 PD는 적어도 본인 경험 하에서는 그동안 기획안도 받지 않고 위에서 아이템을 불허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도인 본부장은 프로그램을 불방 시키면서까지 강조하던 ‘절차’를 무시한 채, 본인의 ‘다큐관’을 사유로 준비된 기획안조차 들여다보지 않았던 홍상운 국장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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