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11.13 화 10:08

참담하고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특별기고] '리얼스토리 눈' 과잉 취재 논란에 대하여 최영기 독립PDl승인2017.08.28 14:50:22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필자는 이러한 방송 비윤리적인 행위를 책임CP가 시청률 상승을 목적으로 조장하거나, 방조하지 않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 MBC

[PD저널=최영기 독립PD] 지난 25일 MBC <리얼스토리 눈>은 배우 송선미 씨의 남편 살인 사건을 소재로 다뤘다. <리얼스토리 눈>은 각종 사건 사고들을 소재로 사건 경위를 다루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송선미 씨와 남편의 11년 전 결혼식 장면에서부터 남편에 관해 얘기하는 송선미 씨의 이전 인터뷰 영상, 그리고 남편 살인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는 여러 장면을 방송에 담았다.

이 방송이 나간 후 여러 매체에서 방송 비윤리를 언급하는 비판이 거세다. 또 시청자들의 공분이 일고 있다. 파랑새라는 별명을 쓰는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누군가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그 사람의 밥줄을 끊는 건 한심한 일이다. 이번 방송의 관계자들을 퇴출시키자는 여론은 없었으면 좋겠다. 대신, 이번에 송선미 남편의 장례식을 취재하고 방송한 <리얼스토리 눈> 관계자들은 나중에 그들의 가족이 사망하면, 그들이 치르고 있는 장례식 현장을 꼭 전 국민에게 생중계 당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지들이 무슨 개돼지 잘못을 했는지 알겠지...’라고 일갈하고 있다. 나는 참담하고,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리얼스토리 눈>의 몰래카메라에 대한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11월, 외주 제작사의 PD 4명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및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돼 2명은 각각 벌금 300만원, 2명은 각각 벌금 100만원씩을 선고받았다. 당시 (사)한국독립PD협회는 "교정시설 재소자에 대한 무리한 취재를 지시하고 방조한 MBC 본사의 CP는 정작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 당시 (사)한국독립PD협회는 "교정시설 재소자에 대한 무리한 취재를 지시하고 방조한 MBC 본사의 CP는 정작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 한국독립PD협회

MBC는 외주제작사 제작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확실한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 분명히 이 프로그램 책임CP는 방송 전 시사라는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얼마든지 방송 비윤리적인 측면은 걸러낼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방송 비윤리적인 행위를 책임CP가 시청률 상승을 목적으로 조장하거나, 방조하지 않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원칙이 무너진 사회, 반칙이 판을 치는 세상을 보면 마치 간디가 '젊은 인도'라는 책에 썼던 ‘1. 원칙 없는 정치, 2. 노동 없는 부, 3. 양심 없는 쾌락, 4. 인격 없는 교육, 5. 도덕 없는 경제, 6. 인간성 없는 과학, 7. 희생 없는 신앙’이 우리나라를 두고 한 말 같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교육도 순리가 아닌 힘의 논리, 원칙이 실종된 막가파식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을 예견한 지적 같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촬영을 갔다가 비극을 맞은 고 김광일 독립PD 부인의 말에 의하면 김광일PD는 자주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가방끈이 짧아서 방송사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 방송이 공기(公器)임을 김광일PD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외주제작이든 방송사 자체 제작이든 방송은 공기(公器)로서 작용해야 한다. 방송이 공기(公器)라는 점에 <리얼스토리 눈> 책임CP와 외주제작사 대표가 동의 한다면 당신들은 지상파 방송 콘텐츠를 만든 것이 아니라, 유료방송 19금 콘텐츠를 만든 것과 다를 바 없다.

2006년 한국독립PD협회가 창립을 준비 하던 당시 ‘독립’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여기서 ‘독립’이란 <1.모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 2.자유로운 영혼 3. 철저한 작가 정신>을 함의하고 있다. 우리 독립PD들은 이렇게 거창한 의미를 차치하더라도, 한 덩어리의 빵을 위해 방송이라는 백지를 더럽히는 일이 없기를 간곡히 호소하며, 내가 먼저 반성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 정녕 비굴하지 않으면서…. 저 하늘을 향해 목이 터지게 외쳐 이 넓은 대지(大地)의 한 줌 거름이 될 수 있도록 오늘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는 독립PD들. 방송의 현장에서 그들을 만나고 또 만나고 온 날은 골목어귀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수고했다’는 위안을 가슴으로 나누고 싶다. 그리고 지금 송선미 씨 남편 유족들 앞에서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


최영기 독립PD  webmaster@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여백
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8-715] 서울 양천구 목동 923-5번지 한국방송회관 10층l대표전화 : 02-3219-5613~5619l구독문의 : 02-3219-5618l팩스 : 02-2643-6416
등록번호: 서울, 아00331l등록일: 2007년 3월 5일l발행인: 류지열l편집인: 이은미l청소년보호책임자: 류지열
PD저널 편집국 : 02-3219-5613l광고 문의(PD연합회 사무국 · 광고국) : 02-3219-5611~2l사업제등록번호 : 117-82-60995l대표자 : 류지열
Copyright © 2018 피디저널(PD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pd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