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 PD 40인, 사측 ‘부당 방송개입’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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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 PD 40인, 사측 ‘부당 방송개입’ 폭로
아나운서 출연 배제부터 세월호‧위안부 아이템 검열까지…“이래서 손석희가 떠났나”
  • 하수영 기자
  • 승인 2017.08.2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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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하수영 기자] 최근 제작거부와 총파업 동참을 선언한 MBC 라디오 PD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김소영‧손정은‧최현정 아나운서 등에 대한 출연 제한 조치 등 그 동안 간부들의 방송 개입을 비롯한 ‘부당행위’가 있어왔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김장겸 사장 등 경영진의 사퇴도 촉구했다.

MBC 라디오 PD 40인은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5년간 MBC 라디오가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추락을 거듭해 온 데 대해 라디오 PD로서 엄중한 책임과 슬픔을 느낀다”며 “우리 라디오 PD들은 그간 MBC 라디오에서 있었던 수많은 검열과 개입에 대한 사례를 공개해 MBC 라디오가 잃어버린 청취자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는 첫 걸음으로 삼는 한편, 김장겸 사장과 백종문 부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 MBC 라디오 PD 40인은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작거부에 들어가는 라디오 PD들의 입장과 그 동안 있어 왔던 경영진·간부의 방송 부당 개입 사례를 밝혔다. 한재희 MBC 라디오 PD가 발언하고 있다. ⓒPD저널

MBC 라디오국 소속의 PD 40명은 지난 24일 기명 성명을 발표하고 ‘28일 오전 5시부터 제작 거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MBC 사측이 카메라기자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문건’과 ‘MBC 노조원을 업무에서 배제하라’는 고영주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녹취록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김장겸 사장과 고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MBC 구성원들이 전개하고 있는 총파업‧제작거부 움직임의 일환이다. 김정관 편성부장과 황종현 라디오제작2부장, 조순미 라디오제작3부장, 정홍대 라디오제작4부장 등 라디오국 보직간부 4명도 보직을 사퇴하기로 했다.

이 날 라디오 PD들은 지난 22일 MBC 아나운서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방송에서 배제당했다’고 주장한 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증언을 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등을 연출한 한재희 PD는 사례들을 공개하기 이전에 ‘아나운서 사례의 경우 정확한 날짜와 사례가 다 카운트되지 않을 정도로 일상화돼 있었다’고 언급했다.

한 PD는 “2012년 파업이 끝난 후 오상진, 박혜진, 문지애 등 MBC 간판급 아나운서의 라디오 출연은 사실상 제한됐다”며 구체적인 사례로 최근 퇴사한 김소영 아나운서를 비롯해 손정은 아나운서(2016년 사회공헌실로 전보), 최현정 아나운서(2015년 퇴사)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했다.

한 PD는 “김 아나운서는 2016년 9월 가을 개편 때 <두시의 데이트 지석진입니다>에서 해외토픽을 소재로 한 오락적인 코너를 PD가 기획해서 다 세팅(섭외)됐다가 임원회의 과정에서 ‘김소영 씨가 해외뉴스 가지고 라디오에서 해도 될까요?’하다가 (출연이) 안 되는 걸로 결론이 났다”며 “손 아나운서도 방송 출연을 전혀 못 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2016년 3월 <세계는 우리는>의 코너 타이틀과 중간 ID 등을 손 아나운서 목소리로 녹음해 방송했다가 ‘손 아나운서 목소리를 모두 빼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을 들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아나운서의 경우에도 “2015년 1월 신설 프로그램 <여행의 맛> 코너의 내레이터로 최 아나운서를 선정했지만 라디오 국부장단 회의를 통해 ‘최현정은 안 된다’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언급했다. 

▲ MBC 라디오 PD 40인은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작거부에 들어가는 라디오 PD들의 입장과 그 동안 있어 왔던 경영진·간부의 방송 부당 개입 사례를 밝혔다. 이민선 MBC 라디오 PD가 발언하고 있다. ⓒPD저널

한 PD는 이어 ‘특정 인물에 대한 출연 제한이 있었던 반면 특정 인물을 MC나 출연자로 배정하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라디오 PD들에 따르면, 2014년 초 김○○라는 인물에 대해 김도인 전 라디오국장(현 편성제작본부장)은 ‘패션 전문가인데 <굿모닝FM 전현무입니다>에 출연할 코너 없겠냐’며 담당 PD에게 물었고 담당 PD는 ‘고정으론 곤란하다’고 하며 1회 출연을 시켰다. 김 씨는 이후 2014년 가을에도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에 패션 관련 코너 고정출연자로 3개월간 출연했고, 2015년에는 심야 새벽시간대 프로그램에 총 4회 출연했다. 

한 PD는 “김 씨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메이크업 담당이었던 인물”이라며 “2014년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에 출연할 당시 프로그램 회의 중 담당 PD가 작가진에게 ‘위에서 하래’라며 김 씨의 출연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라디오 PD들은 2012년 대선 당시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과 함께 정치 팟캐스트를 진행했던 C씨, 2014년 이른바 ‘백종문 녹취록’에 등장하는 극우매체 <폴리뷰>의 편집국장 박한명 씨 등에 대해서도 담당PD의 의사가 배제된 채 프로그램 MC나 고정 혹은 일일 출연자로 결정돼 방송에 출연했다고 주장했다. 

▲ MBC 라디오 PD 40인은 2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작거부에 들어가는 라디오 PD들의 입장과 그 동안 있어 왔던 경영진·간부의 방송 부당 개입 사례를 밝혔다. 용승우 MBC 라디오 PD가 발언하고 있다. ⓒPD저널

MBC는 세월호를 싫어해? “부장이 카카오톡 프로필에 세월호 리본도 걸지 말라고…” 

이날 라디오 PD들은 경영진이나 간부들로부터 있었던 부당 노동행위와 기타 노동행위 사례를 네 가지 항목으로 나눠서 공개했다. 경력 라디오 PD가 입사 면접 당시 받았던 부당한 질문, 신규 입사자들에 대한 노조 가입 방해 행위, 간부의 방송 직접 개입 등 편성규약 위반, 그리고 라디오 PD에 대한 인권 침해 사례 등이 그 것인데, 라디오 PD들은 ‘특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부당한 개입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입사 면접 관련 부당 사례는 2015년 있었던 일이다. 라디오 PD들에 따르면, 경력 PD 임용 2차 임원 면접 당시 한 PD는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천막을 언제 걷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 PD가 다소 모호하게 답변하자 한 간부는 ‘그래서 지금 걷어야 하냐 말아야 하냐’고 재차 질문하기도 했다. 같은 면접에서 해당 PD는 ‘박원순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MBC의 박 시장 아들 병역비리 보도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같은해 11월 27일에는 모 PD에게 소속 부서 부장이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려진 세월호 리본을 내리라’고 지시한 일도 있었다. 라디오 PD들에 따르면, 해당 PD와 부장은 ‘너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왜 세월호 올려놨냐’, ‘왜 그러세요’, ‘내려’라는 대화를 수차례 하면서 실랑이가 있었고 해당 부장은 ‘당시 노혁진 라디오국장이 그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못마깡해 하는 말을 자주 했기 때문에 한 행동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PD는 “MBC 라디오에서 가장 부당 검열이 심하게 됐던 게 세월호와 위안부 합의”라며 “세월호 관련해서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걸 다루는 것에 대해 일상적으로 검열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세월호 참사에 대한 검열 사례 몇 가지를 폭로했다. 

대표적으로는 세월호 참사 1주기였던 2015년 4월 16일 방송된 <양희은 강석우의 여성시대>에서 발생한 일을 들 수 있다. 한 PD는 “(세월호 참사 1주기) 몇 주 전부터 부장이 담당 PD에게 ‘세월호 특집을 하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했다”며 “그 날 특집은 아니고, 세월호 추모하는 편지 사연이 많이 와서 그걸 소개하며 방송하다가 당시 진행자 강석우 씨가 ‘빨리 수습이 돼야 할 텐데…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어디 밖에 나가신다고 그러고, (이완구) 국무총리는 이상한 일에 연루돼서 공백상태가 될 것 같고…그럼 이거 해결이 되겠습니까? 결정권자가 없는데…’라고 즉석에서 언급했다. 그 때 담당부장이 스튜디오에 뛰어 올라와서 ‘(노혁진) 국장이 PD를 호출했다’며 생방송 중인 PD를 불렀고 담당 PD는 노 전 국장에게 발언 경위를 추궁당하고 방송 통원고 제출을 요구받는 등 곤혹을 치렀다”고 밝혔다. 

한 PD는 또 ‘노 전 국장은 세월호 1주기 때인 2015년 4월, <이 사람이 사는 세상> 제작진이 참사 당시 20여 명을 구조한 어민을 만나기 위해 진도에 가서 취재해 온 것에 대해 3차례 정도 개입해서 상당 부분 내용을 변질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PD에 따르면 노 전 국장은 세 차례에 걸쳐 개입해 취재 내용에서 ‘정부’, ‘해경’, ‘헬기’ 등의 단어를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세월호 기름 유출로 미역 양식에 어려움을 겪는 사연을 강조하도록 했다. 한 PD는 “이 때문에 프로그램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라디오 PD들에 따르면, 간부로부터의 압력은 세월호 문제에 한정되지 않았다. 한‧일 위안부 합의도 세월호와 함께 대표적 금기 아이템이었다. 한 PD는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1년 동안 <신동호의 시선집중>은 단 3회, <김동환의 세계는 우리는>은 단 2회밖에 다루지 못한데 반해 같은 기간 CBS <김현정의 뉴스쇼>는 총 20회 다뤘다”며 “노 전 국장은 ‘일본 교과서 독도 영유권 주장 증가’라는 아이템으로 전문가 인터뷰를 기획한 <세계는 우리는> 제작진에 ‘한일 역사문제를 다루다 보면 위안부 문제와 엮이게 돼 민감해지니 자제하자’고 하거나 영화 <귀향> 출연자인 임성철 배우를 다룬 휴먼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 사람이 사는 세상> PD에게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만나는 장면 등을 대폭 삭제하도록 지시하는 등 ‘한일’이라는 말만 나와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이어졌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이런 압력이나 지시가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아주 일상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라디오 PD들의 전언이다. 특히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은 최근까지도 시사 프로그램 PD는 물론 작가진에게 직접 카카오톡으로 방송 관련 메시지를 수시로 보냈다고 한다.

한 PD는 “(김 본부장은) 진보 성향 특정 출연자 인터뷰를 한 것에 경고를 하거나 <뉴데일리>, <문화일보> 등에서 특정 기사를 뽑아 포워딩하도록 했다. 또 2017년 4월 20일에는 김 본부장이 직접 <세계는 우리는> 작가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방송인 김어준 씨를 비난하고 이 날 아침에 담당 부장이 PD에게 아이템으로 지시했던 영화 <더 플랜>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뷰 섭외를 체크했다”며 “김 본부장의 방송 내용 직접 개입은 ‘편성‧보도‧제작상의 실무권한과 책임은 관련 국장에게 있으며 경영진은 편성‧보도‧제작상의 모든 실무에 대해 관련 국장의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는 MBC 편성규약 제5조 3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김도인 MBC 편성제작본부장이 지난 25일 공개한 2013년 2분기부터 2015년 1분기까지의 주요 방송사 라디오 청취율 비교 자료 ⓒMBC

김도인 라디오국장 이후 청취율 하락? “그 전에는 MBC가 압도적인 1위였는데” 

최근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은 ‘김 본부장이 라디오 추락의 주범’이라는 라디오 PD들의 성명에 대해 반박하는 입장을 밝혔다. 라디오 PD들이 성명에서 ‘그간 라디오는 추락을 거듭했다. 청취율의 추락, 신뢰도의 추락. 추락의 이면에는 추악한 간섭이 존재했다’고 한 데 대해 자신이 라디오 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3년 2분기부터 2015년 1분기까지의 청취율 자료를 들어 ‘적어도 저 때문에 라디오 청취율이 추락했다는 얘기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김 본부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2분기와 4분기, 2014년 3‧4‧5‧6분기, 그리고 2015년 1분기에 MBC 표준FM은 청취율 1위를 했다. 하지만 2위인 SBS 파워FM과의 차이를 비교해보면 대체로 1% 내외 수준으로 근소했고, 김 본부장이 재직했던 12분기 중 5분기는 SBS 파워FM과 비교해 동률이거나 낮았다. 

<여성시대>‧<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연출한 박정욱 PD는 “(청취율) 1위를 몇 번 한 게 맞으나 그 전(김 본부장이 라디오 국장으로 재직하기 전)에는 큰 격차로 거의 항상 1위였다”며 “오히려 김 본부장이 라디오 국장일 때 1위를 많이 뺏긴 것이다. 김도인 국장만의 잘못이라고만 볼 수 없고 김재철 전 사장 때부터 이어진 압박과 궤를 같이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며 해당 기간의 방송사별 라디오 청취율 그래프를 공개했다. 

▲ 박정욱 MBC 라디오 PD가 2013년 2분기부터 2015년 1분기까지의 주요 방송사 라디오 청취율 비교 그래프 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 시기는 김도인 MBC 편성제작본부장이 라디오국장으로 재직했던 시기다. ⓒPD저널

박 PD는 “그 이후론 MBC 표준FM이 SBS 파워FM에 많이 밀리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2010~2011년 MBC 표준FM은 30%가 넘는 점유청취율을 기록(조사기관 갤럽)했는데, 2012년에는 25%로 1위를 했다(조사기관 한국리서치). 그 뒤로 청취율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박 PD는 ‘청취율이 떨어진 핵심은 시사 프로그램 청취율 급락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2012년 11월 10.5%의 청취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손 앵커가 프로그램을 떠나고 신동호 현 아나운서 국장이 진행을 맡은 뒤로는 청취율이 계속 하락해 2017년 4월에는 3.2%를 기록했다. 1/3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라며 “<세계는 우리는>도 마찬가지다. 김미화 씨가 마지막으로 진행했던 2015년 4월 청취율이 7.4%였는데 최근 김동환 씨가 진행하고 있는 <세계는 우리는>은 그 때의 절반 이하 수준인 3.2%의 청취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PD는 그러면서 손 앵커(현 JTBC 보도부문사장)가 프로그램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연도 털어놨다. 

박 PD는 “김재철 전 사장 이후로 프로그램에 대한 지속적 압박이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2011년 5월 아주 오랫동안 뉴스 브리핑 고정 출연자였던 김종배 씨를 본인이나 제작진 의사와 관계없이 하차시키려는 시도가 위로부터 있었던 것을 들 수 있다”며 “당시 손 앵커가 (김 평론가 하차에 대해) 반대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했지만 회사가 하차를 시켰다. 김 평론가 후임도 지속적으로 바뀌었다. 제작진이 추천하는 사람이라도 회사 입장에서 본인들이 안심하고 맘에 드는 사람이 나올 때 까지 계속 바꾼 것이다. 두 달 후인 2011년 7월에는 배우 김여진 씨를 토론 패널로 출연시키려고 하니까 ‘폴리테이너는 안 된다’고 해서 김 씨의 출연을 막아 사회적 이슈화도 됐었다”고 밝혔다. 

이어 “2012년 말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직후 박지원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을 섭외해 원내대표를 마감하는 소감을 들으려고 했는데 (방송 전날) 밤 10시께 국장에게 ‘안 된다’는 전화를 받았다. ‘한참 전에 보고했고,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하시면 다음 날 (오전) 6시 방송인데 어떻게 하느냐’고 하자 국장은 ‘노래를 틀어도 좋고 지나가는 시민 붙잡고 인터뷰를 해도 좋은데, 그 사람은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방송에 못 나갔다”며 “이 때 손 교수께선 ‘도저히 프로그램을 할 수 없겠다’는 심경을 나에게 토로하셨다. 이 때부터 손 교수의 마음이 많이 떠나고 있었다고 느꼈는데, 2013년 초 <시선집중> 토요일 방송이 진행자‧제작진과의 상의 없이 폐지가 결정됐다. 손 교수가 보직 부장 면담을 통해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해명을 듣지 못했고, 그 후로 두 달 뒤 MBC를 떠나셨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라디오 PD 일동은 간부급으로부터 신입 사원들에 대한 노조 활동 방해가 있었다고도 밝히기도 했다. 2015년 경력PD 입사 면접 당시 면접자에게 입사 전 직장에서의 노조 경력과 활동에 대해 질문하거나 같은 해 11월 신규입사자들에게 노혁진 전 라디오국장이 언론노조 규약을 보여주며 ‘노조가 정치적인 중립을 어겼다. 민주노총 소속이다.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하지 않는 정치노조라서 잘못됐다’고 비판했다는 게 라디오 PD들이 공개한 노조 활동 방해 사례다. 

라디오 PD들에 따르면 노 전 국장은 심지어 식사, 술자리 등을 통해 수차례 노조에 대해 비판하는 발언을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선배들에게 휩쓸려가지 말라’고 하거나 지속적으로 ‘너희는 라디오 PD로 뽑힌 게 아니다. MBC 직원으로 뽑힌 거다. 다른 부서에서도 일할 수 있다’고 하면서 신규 입사자들에게 언제든지 다른 부서로 전보될 수 있다는 압력을 줬다. 뿐만 아니라 2017년 2월 20일에는 <세계는 우리는> PD에게 ‘한국GM 노조 채용비리 사건’을 아이템으로 다루라고 지시하면서 담당 작가에게 ‘귀족노조란 말이 들어가야 한다’고 수차례 주문하기도 했다. 

▲ 상암MBC 사옥 ⓒMBC

“공영방송 라디오 PD로서 자괴감 들어…제작 자율성 되찾고파”

특정 출연자‧아이템에 대한 제한과 강요, 노조에 대한 압박 등 2012년 파업 이후 MBC 라디오국 내에서 벌어진 부당 노동행위를 증언하는 MBC 라디오 PD들은 비통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저녁 시사프로그램을 담당했던 이민선 PD는 “당시 ‘유족들이 감정적으로 치우칠 수 있다’, ‘방송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웬만하면 유족 인터뷰를 하지 않는 걸로 방침이 내려왔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어려운 사람들의 입장을 들어주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걸 방송하지 못해 제작진으로서 자괴감이 든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세계는 우리는>을 연출한 용승우 PD는 “공영방송 일원으로서 국민의 알 권리를 제대로 충족시켜왔는지, 공정 방송을 해 왔는지 여러 면에서 자괴감을 느낀다”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PD로서 가장 기본인 제작자율권을 되찾고 싶다. 특정인의 일방적인 의견 잣대가 아닌 상식과 공정의 시선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라디오 PD 40인은 기자회견 입장문을 통해 “이 싸움은 MBC 라디오가 잃어버린 청취자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는 첫 걸음이며, 망가진 MBC 라디오를 다시 세우는 긴 길의 시작”이라며 “김장겸 사장, 백종문 부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등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PD들이 제작자율성을 되찾는 날까지, 우리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한편, MBC 라디오 PD들의 제작거부로 95.9MHz 표준 FM 채널은 06시부터 20시까지 대체 제작 인력이 투입돼 기존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 외 시간에는 DMB 음악방송이 동시 송출된다. 91.9MHz FM4U 채널은 전 시간에 걸쳐 DMB 음악방송이 동시 송출된다. <굿모닝 FM 노홍철입니다>, <세상을 여는 아침 이재은입니다>, <잠 못 드는 이유, 강다솜입니다> 등의 프로그램들도 DJ 없이 음악만 내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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