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11.14 수 16:47

‘명불허전’, 조선이든 현재든 의료 현실은 비슷하네

‘명불허전’이 조선과 현재를 넘나들며 보여주려는 것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08.30 10:26:05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tvN 주말드라마 <명불허전>은 흥미로운 퓨전을 시도했다. 조선에서 온 혜민서 의원 허임(김남길)과 현재의 신혜병원 흉부외과 의사인 최연경(김아중)이 시간을 뛰어넘어 만나는 스토리. 타임리프라는 판타지는 이제 진부해졌지만, 그로 인해 벌어지는 퓨전의 양상은 대단히 흥미롭다. 즉 조선과 현재(의 정서, 문화)가 어우러지고, 의원과 의사가 교감을 갖는다. 드라마적으로 봐도 심지어 사극과 의학드라마의 퓨전이다.

그러니 조선시대 혜민서에서 일하던 의원이 갑자기 현대로 넘어와 겪게 되는 충격적인 서울의 풍경들과, 현재 신혜병원 의사가 갑자기 조선시대로 시간을 뛰어넘어 겪게 되는 이질적한 환경의 충돌이 주는 재미가 쏠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의학을 배운 허임이 현대로 넘어와 침 하나로 응급환자를 살려내고, 하반신 마비가 된 이의 다리 감각을 되돌려놓는 장면만큼 극적인 건 없다. 청진기를 활용하고 메스로 살을 절개하는 수술적인 방식으로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시대에, 진맥 하나로 병증을 찾아내고 침으로 특정 부위를 찔러 병을 고치는 모습은 마치 마술처럼 보인다. 허임이라는 인물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건 이런 퓨전상황 속에서 그 캐릭터가 남다른 매력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명불허전>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건 조선과 현재를 넘나드는 그 시간의 반복 속에서 비춰지는 의료 현실이다. 어찌 된 일인지 조선시대나 현재나 그 현실이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조선의 혜민서는 가난한 이들이 진맥이라도 한 번 받기 위해 줄을 선다. 하지만 돈 많은 양반들은 용한 의원들을 들여 편안하게 집에서 진료를 받는다. 이것은 현재도 마찬가지다. 병원은 일반인들과 VIP들이 이용하는 공간 자체를 나눠놓는다. 신혜한방병원은 우연히 보게 된 놀라운 실력의 허임을 이용해 개원한 VIP병동의 위상을 높이려 한다. 반면 최연경의 할아버지인 천술(윤주상)이 운영하는 혜민한의원은 돈 안 되는 어르신들이 주로 찾아오고 심지어 천술은 노숙자들을 찾아가 진료를 하기도 한다.

생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고, 의원이든 의사든 생명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고 배웠을 테지만 조선이든 현재든 생명은 분명하게 귀천이 나뉜다. 심지어 돈이 있으면 살고 돈이 없으면 죽는 것이 그 의료 현실의 진면목이다. 흔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결국 다시 등장하는 이야기는 ‘의술은 있지만 인술은 없다’는 그 메시지다. 조선과 현재를 넘나드는 허임과 최연경은 이러한 돈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이 생명 자체의 소중함을 첫 번째로 여기고 오로지 병자를 살리는 일에 몰두하는 의원이자 의사다.

이러한 메시지는 사실 많은 의학드라마들이 이미 다뤄왔던 것들이다. 하지만 <명불허전>만의 독특한 지점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그 과정들을 통해 인물들의 성장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허임은 뛰어난 의술을 갖고는 있지만 무슨 일인지 밤이 되면 돈 많은 양반집을 찾아가 진료를 해주고 그렇게 번 돈을 자신의 아지트에 모아놓는다. 아마도 그것은 신분과 관련된 일일 테지만 어쨌든 당장 눈앞의 병자보다 자신의 출세에 대한 욕망이 더 강한 인물이다. 또 최연경 역시 실력은 충분하지만 환자의 마음까지 들여다보지 못하는 차가운 의사다. 물론 그것 역시 자신이 겪은 부모의 죽음과 연관된 트라우마 때문이겠지만. 결국 이 두 인물은 시간을 뛰어넘은 인연으로 만나 서로를 자극하며 무엇이 더 소중한 것인가를 차츰 알아가는 과정을 겪게 된다.

과거와 현재의 충돌이 주는 황당함을 통한 코미디가 드라마의 전편에 깔린 장르적 정서지만, <명불허전>은 그 메시지의 진중함으로 인해 가벼운 웃음으로만 휘발되지 않는다. 결국 자본화된 병원이 생명보다도 돈 벌이에 급급하게 된 현실을 이 드라마는 특유의 경쾌한 발랄함으로 콕콕 찔러댄다. 그래서 한참을 웃다 보면 저절로 드러나는 우리네 의료현실 앞에 씁쓸해지고, 그 씁쓸한 현실 앞에서도 기꺼이 최선을 다하는 이 인물들의 행동에 찡해진다. <명불허전>은 그리하여 그 제목이 담고 있는 것처럼 헛되이 명성을 갖는 허명이 아니라 실제로 그만한 이유가 충분해 이름이 나는 그런 의사와 그런 병원이 되기를 희구한다. 돈이나 많이 벌어 겉보기만 그럴 듯한 그런 의사와 병원이 아니라.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여백
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8-715] 서울 양천구 목동 923-5번지 한국방송회관 10층l대표전화 : 02-3219-5613~5619l구독문의 : 02-3219-5618l팩스 : 02-2643-6416
등록번호: 서울, 아00331l등록일: 2007년 3월 5일l발행인: 류지열l편집인: 이은미l청소년보호책임자: 류지열
PD저널 편집국 : 02-3219-5613l광고 문의(PD연합회 사무국 · 광고국) : 02-3219-5611~2l사업제등록번호 : 117-82-60995l대표자 : 류지열
Copyright © 2018 피디저널(PD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pd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