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거부 나선 PD들, KBS·MBC 적폐청산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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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PD연합회 성명 "방송통신위, 인사권 행사하라"

[PD저널=이혜승 기자] KBS PD들이 30일을 기점으로 ‘제작거부’에 나선 가운데 한국PD연합회가 이를 지지하는 성명을 내놨다. 한국PD연합회는 제작거부에 나선 PD들이 KBS·MBC 두 공영방송의 적폐 청산 주역이라고 지지했다.

한국PD연합회(회장 오기현)는 30일 오전 성명을 통해 “지난 7월 21일 <PD수첩> 담당PD들이 앞장 선 뒤 봇물 터진 듯 확산돼 온 공영방송 PD들의 제작거부투쟁은 이제 방송적폐 청산을 향한 거대한 물결이 됐다”며 “더 이상 부역자들의 도구로 이용당할 수 없다는 PD들의 절규에서 시작된 이 투쟁은, 이제 단순히 제작을 거부하는 소극적 저항이 아니라, 방송을 농단하고 제작의 자율성을 말살한 부역자들을 몰아내고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는 적극적 투쟁으로 진화했다”고 짚었다.

한국PD연합회는 적폐를 청산하는 시대적 전환점에서 공영방송 PD들의 책임과 역할이 막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웠다. 이들은 “대통령 한명 바꿨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뼈저리게 실감했다. 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적폐를 청산하는 시대적 과제는 우리 공영방송이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남으로써 비로소 궤도에 오를 것이며, 이 전환점에서 우리 공영방송 PD들이 맡아야 할 책임과 역할에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PD연합회는 이번 제작거부 투쟁을 통해 PD들이 자존심을 되살리고, 어떤 프로그램으로 국민에게 돌아갈 것인지 기획하는 장이 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들은 “새로운 조건 아래서 거듭날 우리 공영방송의 모습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야 할 것”이라며 “이번 제작거부투쟁이 지난 세월의 오욕을 씻고 PD들의 자존심을 되살리는 씻김굿의 장이 되기 바란다. 아울러, 앞으로 어떠한 프로그램으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것인지 허심탄회하게 펼쳐놓고 기획하는 토론의 장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PD연합회는 또한 방송통신위원회를 향해 KBS, MBC ‘적폐세력’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PD들의 정당한 저항을 자초한 주범인 KBS와 MBC의 적폐세력에 대해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건 방송통신위원회의 당연한 책임이자 권리”라며 “더 이상 악화될 수 없는 상황을 본 뒤에야 조치를 취하겠다는 건 너무 안일하지 않은가. 언론장악방지법 국회 처리를 통해 해결하자는 논리도 한가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PD연합회는 KBS와 MBC 조합원들이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을 예고한 상황을 상기시키며 “압도적 다수의 집단지성이 한결같이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방송통신위는 무엇을 망설이는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KBS 양대노조인 언론노조 KBS본부와 KBS노동조합은 총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내달 4일을, KBS노동조합은 내달 7일을 기점으로 총파업에 돌입한다. 이어 언론노조 MBC본부도 조합원 93.2%의 찬성률로 전면파업을 결의했다. 파업 돌입 시점은 내달 4일로 점쳐지고 있다. 앞서 KBS 기자협회와 PD협회, MBC 기자, 시사교양·라디오·편성PD, 아나운서 등은 제작거부에 들어간 상황이다.

다음은 한국PD연합회 성명 전문이다.

▲ KBS 기자협회가 지난 28일 오전 KBS 신관에서 제작거부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부활하라, 공영방송! 완성하라, 촛불혁명!
- KBS PD들의 제작거부투쟁에 부치는 한국PD연합회 성명서

KBS PD들이 오늘 제작거부투쟁에 돌입했다. 지난 7월 21일 <PD수첩> 담당PD들이 앞장 선 뒤 봇물 터진 듯 확산돼 온 공영방송 PD들의 제작거부투쟁은 이제 방송적폐 청산을 향한 거대한 물결이 됐다. 더 이상 부역자들의 도구로 이용당할 수 없다는 PD들의 절규에서 시작된 이 투쟁은, 이제 단순히 제작을 거부하는 소극적 저항이 아니라, 방송을 농단하고 제작의 자율성을 말살한 부역자들을 몰아내고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는 적극적 투쟁으로 진화했다. 따라서, 이번 투쟁의 첫 목표는 KBS의 고대영과 이인호, MBC의 김장겸, 고영주로 상징되는 공영방송 적폐세력을 몰아내는 일이다. 이들의 비행과 죄상은 일일이 열거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적폐세력을 탓하기에 앞서 지금까지의 굴종의 세월에 대해 스스로 뼈아프게 반성한다. JTBC가 촛불의 구심 역할을 할 때 우리 공영방송은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집회현장에서 욕먹으며 쫓겨나는 적폐세력의 하수인에 불과했다.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했다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같은 황당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들이 “이게 나라냐?”며 겨우내 차가운 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외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공영방송이 망가졌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끝없이 추락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우리 PD들의 책임과 역할이 얼마나 크고 막중한지 일깨워 주었다.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 국민은 냉소와 불신을 접고 다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실천이다. 촛불혁명을 마무리할 주체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대통령 한명 바꿨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뼈저리게 실감했다. 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적폐를 청산하는 시대적 과제는 우리 공영방송이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남으로써 비로소 궤도에 오를 것이며, 이 전환점에서 우리 공영방송 PD들이 맡아야 할 책임과 역할에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쓰라린 지난 세월, 좋은 방송을 실천하려는 공영방송 PD들의 고민과 저항이 한번도 멈추지 않았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국민들이 잘 알아주지 않은 우리의 아픔과 분노는 이제 활화산처럼 거세게 타올라야 한다. 지난해, 한국PD연합회는 “촛불혁명은 곧 언론혁명”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강고한 기득권 카르텔에 균열을 낸 것도 언론이고, 촛불의 구심점이 된 것도 언론이고, 결국 공영방송 KBS와 MBC를 바로 세우는 걸로 마무리될 혁명”이기 때문이다. 굴종을 너머 일어선 공영방송의 PD들의 분노는 쓰나미처럼 부역세력들을 이 땅의 방송계에서 쓸어버리고 공영방송의 새로운 터전을 마련해야 하며, 곧 그렇게 될 것이다.

대의민주주의가 원활히 작동하는 사회, 인터넷 기반의 직접민주주의가 활발한 사회, 무한경쟁과 승자독식보다는 상생과 존중의 따뜻한 가치가 지배하는 사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조건 아래서 거듭날 우리 공영방송의 모습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야 할 것이다. 이번 제작거부투쟁이 지난 세월의 오욕을 씻고 PD들의 자존심을 되살리는 씻김굿의 장이 되기 바란다. 아울러, 앞으로 어떠한 프로그램으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것인지 허심탄회하게 펼쳐놓고 기획하는 토론의 장이 되기 바란다. 선배와 후배, TV와 라디오, 교양다큐 · 드라마 · 예능 · 편성 등 모든 벽을 허물고 새로운 공영방송의 비전을 제시하여 국민 앞에 거듭나는 축제의 장이 되기 바란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당부한다. 불가피한 제작거부투쟁이지만, 이 상황이 마냥 길어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PD들의 정당한 저항을 자초한 주범인 KBS와 MBC의 적폐세력에 대해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건 방송통신위원회의 당연한 책임이자 권리이다. 연말로 예정된 방송사 재허가를 느긋하게 기다려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악화될 수 없는 상황을 본 뒤에야 조치를 취하겠다는 건 너무 안일하지 않은가. 언론장악방지법 국회 처리를 통해 해결하자는 논리도 한가하다.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해도 반대하고 재검토하려 해도 반대하는 수구정당의 눈치를 보며 결단을 망설이는 건 자기 권리 위에서 잠자는 무능함에 다름 아니다. 방통위가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하여 적폐세력을 도려내야만 이 정부의 개혁과제도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제 곧 9월이다.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MBC노조는 95.7%의 투표와 93.2%라는 역대 최고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했다. KBS와 MBC의 중간간부들 중 절반 이상이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거부에 동참했다. 압도적 다수의 집단지성이 한결같이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방송통신위는 무엇을 망설이는가. 최악의 적폐들이 참석한 가운데 90회 방송의날을 기념해야 하는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다. 다음 주 월요일인 9월 4일부터는 KBS, MBC 양사 노조의 무기한 전면파업이 예고되어 있다. 언제까지 이 파국적 상황을 방치할 것인가.

6월항쟁 30년, 한국PD연합회 30년을 맞는 올해, 우리 방송계의 모든 적폐가 수면위로 드러났다. 제작거부에 나선 공영방송의 PD들은 KBS, MBC의 적폐 청산은 물론 우리 방송 전체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주역이란 자부심으로 끝까지 투쟁하여 승리할 것이다.

2017년 8월 30일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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