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사상 첫’ 드라마 메인 연출 총파업이 미칠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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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드라마 결방 불가피…‘무도’ 등 결방 총 정리

[PD저널=이혜승 기자] 2012년과는 확실히 다르다.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KBS, MBC 내부 상황은 상상할 수 없을만큼 악화됐고 기자, PD, 아나운서들의 울분은 그만큼 더 쌓여갔다.

2017년 KBS·MBC 두 공영방송의 동시 총파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해 파업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됐지만, 일부 프로그램의 결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KBS PD협회, MBC 시사교양·라디오·편성 PD들은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MBC 예능·드라마 PD들도 사전 총회를 통해 내달 4일부터 총파업에 동참할 것을 결의했다.

특히 지난 2012년 공영방송 총파업 당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KBS·MBC의 드라마 메인 연출들은 자리를 지켰지만, 이번 파업에서는 드라마 메인 연출들도 대부분 파업에 동참해 구성원들에게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이전에도 드라마 메인 연출이 파업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전체 파업 기간 중 3일 정도 짧은 기간에만 참여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파업 초기부터 파업에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그동안의 파업에서는 각 부서 팀장, 부장 등 보직 PD들이 일선 PD들의 파업 현황을 체크하고 방송 현장에 직접 나가는 등 긴급 상황에 대비했지만, 이번 파업에서는 KBS·MBC 보직 PD들조차 경영진의 지시를 거부하며 보직 사퇴에 나선 상황이다. MBC에서는 40% 이상의 보직 간부가 자리를 내려놨고, KBS에서는 전체 보직 PD 중 90%에 달하는 89명의 보직 PD가 보직을 사퇴했다.

따라서 이 여파가 방송에 미칠 영향이 본인들도 좀처럼 가늠되지 않는다는 것이 내부 PD들의 이야기다. 또 파업 이후 상황에 대비하는 것은 MBC 사측의 몫이기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주목되는 예능·드라마 프로그램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지 내부 사정을 들어봤다.

▲ 지난 2012년 MBC 파업 당시 노조가 제작한 총파업 관련 영상. ⓒ동영상 화면 캡처

MBC ‘무한도전’·‘나혼자산다’ 등 간판 예능 결방
‘이불 밖은 위험해’ 등 사전제작물은 정상 방영

MBC 예능국에서는 <무한도전>, <나혼자산다>, <발칙한 동거 빈방 있음>, <복면가왕>, <라디오스타> 등 대부분의 예능이 4일 이후 결방될 예정이다.

<복면가왕>과 <라디오스타>는 기존 촬영·편집본이 있어 해당 방송분이 방영된 후 결방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라디오스타>는 6일 방송까지, <복면가왕>은 9일분 방송까지 정상적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최근 방영해 화제가 됐던 파일럿 프로그램 <이불 밖은 위험해> 3부작은 남은 2·3부가 이미 사전에 제작돼 무리 없이 방송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추석 에능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매년 방송돼오던 <아이돌 육상 대회>의 경우 조합원에 속하지 않은 보직 간부가 촬영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후 편집 등에 조합원 PD들이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기 때문에 방송 여부는 불확실하다. 이외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들 역시 현재로서는 파업 기간이 정해져있지 않아 가늠할 수 없다. 

MBC PD협회는 “최종 결정은 회사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확실한 대답은 내릴 수 없지만, 노조원은 원칙적으로 다 참가하는데 대부분 PD들이 노조원이기 때문에 4일 이후에는 결방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지난 2012년 MBC 파업 당시 서울 명동에서 김재철 사장 퇴진 서명운동에 나선 김태호 PD(가운데). ⓒ언론노조 MBC본부

MBC 드라마국은 예능국과 상황이 조금은 다르다. 드라마 같은 경우는 외주 계약을 맺은 부분들이 많고 미리 제작해놓은 분량이 있기 때문에 4일 이후 당장 결방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내부 PD들의 예측이다.

주말 드라마 <도둑놈, 도둑님>, <밥상 차리는 남자>, 일일 드라마 <훈장 오순남>, <돌아온 복단지> 등이 모두 미리 제작해놓은 분량이 어느 정도 있어 4일 이후 당장 결방 사태가 빚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MBC PD협회는 “지금 MBC에서는 자체제작 하는 드라마가 하나도 없다.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가 모두 외주제작인데, 이럴 경우 외주제작사에서는 광고, 배우 촬영스케줄 등 여러 형편과 문제가 얽혀있어 어떻게든 방송을 내보내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화 드라마인 <왕은 사랑한다>는 100% 사전제작물이기 때문에 PD들이 내려와도 정상적으로 방송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막 첫발을 뗀 수목 드라마 <병원선>도 상황이 특수해 방송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게 내부 증언이다.

그럼에도 메인 연출, 조연출뿐 아니라 카메라 스태프가 대부분 조합원이기 때문에 이들이 빠지면 다른 드라마들은 정상적으로 제작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2년과 다르게 메인 연출들까지 자리를 내려놓을 예정이어서 가늠할 수가 없다.

MBC PD협회는 “감독이 내려와도 CP 전원이 보직 사퇴를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체인력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노조 조합원이 아닌 부장, 국장들이 직접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 국장이 두 명인데 이미 한 분은 내려오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MBC PD협회는 “우리 선을 떠난 문제다. 우리도 궁금하다. 2008년 이후 지금이 여섯 번째 파업인데 항상 최소인력은 있었고 메인 연출들이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다음 주에는 거의 모든 연출들이 내려올 예정이라 모르겠다”고 말했다.

▲ ⓒ언론노조 KBS본부

KBS 예능 당장 결방은 없을 듯…드라마, 파업 장기화시 파행 예상
'추적 60분', '다큐 3일', '끝까지 간다' 등 시사교양 결방 다수

KBS는 MBC와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지난 30일부터 예능·드라마·시사교양·라디오 등 일선에 있는 전체 PD들이 제작거부를 선언했지만, 개별 프로그램별로 결정되는 부분이 다르다.

<배틀트립>, <안녕하세요> 등 주간 예능 프로그램은 외주 제작사와 계약을 맺은 부분이 많아 메인 PD가 자리를 비워도 어떤 식으로 방송이 나갈지 내부 PD들도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이다. 당장 결방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부 전망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1박 2일> 등 주말 예능 프로그램은 당분간 결방 사태가 빚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 연출진이 기존에 만들어진 촬영분에 대한 편집은 계속하되, 추후 촬영 일정 등을 어떻게 조정할지 더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후의 명곡>,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음악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2~3주 분량의 촬영이 이미 마친 상태다. 아직 편집이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외주, 프리랜서 등 대체인력이 있어 결방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월 초로 예정된 추석 특집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들 역시 사전제작이 된 부분들이 많아 정상 방영될 가능성이 크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KBS 본관 정현관 계단에서 ‘고대영 퇴진 투쟁 선포식’을 열었다. 성재호 KBS새노조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드라마 같은 경우는 제작거부 선언 이후 현장 스태프 팀이 철수한 상황이다. 다만 CP가 현장으로 나가 촬영을 도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2~3주 간 드라마 결방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파업 기간이 장기화되면 9월 중순 이후에는 방송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게 내부 예측이다.

또 KBS는 내달 3일부터 11월 5일까지 10주 간 <드라마스페셜> 단막극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9월에 예정된 작품들은 사전에 제작돼 무리 없이 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로 예정된 작품들은 언제 촬영과 편집이 재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KBS는 특히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을 다수 제작하고 있는 만큼 이들 프로그램이 대거 결방할 것으로 보인다. <추적 60분>, <세계는 지금>, <다큐 3일> 등이 당장 이번주부터 결방되고, <천상의 컬렉션> 등도 내달 2일까지 방송된 후부터는 결방이 불가피하다.

한편 KBS 양대노조인 언론노조 KBS본부와 KBS 노동조합은 내달 4일, 7일을 각각 총파업 돌입 시점으로 내걸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내달 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이들은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해 고대영 KBS 사장, 김장겸 MBC 사장, 이인호 KBS 이사장,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사장 이하 경영진, 이사장 이하 이사진은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쳐오며 내부 기자, PD, 아나운서들의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고 불공정 보도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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