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나운서들 “MBC, 함께 갑시다” 총파업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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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 MBC 로비에서 함께 ‘김장겸 물러나라’‧‘고대영 물러나라’ 외쳐

[PD저널=하수영 기자] MBC의 구성원들이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오는 9월 4일 총파업에 돌입하는 것이 결정된 가운데, KBS 아나운서들이 MBC를 방문해 MBC의 총파업에 대한 지지 의사 표명과 함께 KBS 총파업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KBS 아나운서 협회(협회장 윤인구) 소속 아나운서들은 31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로비에서 열린 언론노조 MBC 본부(본부장 김연국) 조합원들의 피케팅 현장에 참석해 “선의의 경쟁자이자 강력한 동료인 MBC 아나운서들이 마이크를 빼앗긴 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김장겸 사장을 비롯해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과 KBS 고대영 사장‧이인호 이사장을 모두 몰아내고 MBC 아나운서들이 마이크 앞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31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진행된 언론노조 MBC 본부 피케팅 행사에 KBS 아나운서협회 소속 아나운서들이 참석했다. KBS 아나운서협회장인 윤인구 아나운서가 발언하고 있다. ⓒPD저널

언론노조 MBC 본부 소속 MBC 구성원들은 매일 아침과 점심, 저녁, 하루에 총 세 번 상암동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최근 기자‧PD‧아나운서 등 다양한 직군의 구성원들이 제작거부‧출연거부에 돌입하는 동시에 압도적인 찬성률로 총파업이 가결된 이 때, 역시 오는 9월 4일 총파업에 돌입하는 KBS의 아나운서들이 지지 방문을 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윤인구 KBS 아나운서협회장은 “마이크 앞에 서는 아나운서들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방송에 임한다. 2013년 어처구니없이 마이크를 빼앗기고 징계를 받았던 <진품명품> 녹화장에서도 그런 마음이었다”며 “KBS 아나운서이자 공영방송의 방송인으로서 자긍심과 사명감을 갖고 후배들에게 ‘선배들이 힘없이 물러나지는 않겠다’고 보여주고 싶었는데, 5년 전 그 방송이 마지막이었다”고 본인의 경험담을 전했다.

이어 “MBC 아나운서들도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 채 비제작부서로 발령이 나거나 한 분 두 분 회사를 떠났다. 공영방송 자긍심은 하루아침에 추락했다”며 “그 모습을 지켜보는 KBS 아나운서들은 내내 불편했다. MBC 아나운서 없는 KBS 아나운서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때론 시청률을 다투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지만 서로 위안이 됐고 든든했는데, 그 친구들이 TV에서 안 보인지 오래 됐다. 이제 그 친구들에게 마이크를 돌려줄 때”라고 말했다.

▲ 31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진행된 언론노조 MBC 본부 피케팅 행사에 KBS 아나운서협회 소속 아나운서들이 참석해 함께 '김장겸은 물러나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PD저널

KBS 아나운서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광용 아나운서도 마이크를 잡았다. 이 아나운서는 “2008년 이후 KBS의 많은 사람들도 고생을 했지만 우리가 힘들었다고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었다. MBC 동료들 때문”이라며 “나도 저성과자로 낙인찍히고 원하는 방송을 못 하는 상황을 겪어봤지만 그래도 KBS 아나운서들은 마이크를 완전히 뺏기지는 않았고 아나운서실을 지킬 수 있었다. MBC 아나운서들이 겪은 고난의 시간들은 우리가 감히 힘들었다고 투정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고 개탄했다.

이어 “그러나 9월 4일 월요일부터 김장겸 몰아내고 고대영 몰아내는 투쟁에는 (KBS 아나운서들도) 감히 함께 할 수 있게 됐다”며 “그 길에서 끝까지 함께 해서 김장겸, 고대영, 고영주, 이인호 모두 몰아내고 ‘만나면 좋은 친구, MBC’, ‘정성을 다 하는 국민의 방송, KBS’, 두 공영방송을 꼭 되살렸으면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 31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진행된 언론노조 MBC 본부 피케팅 행사에 KBS 아나운서협회 소속 아나운서들이 참석해 함께 '고대영은 물러나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PD저널

이 자리에서 이 아나운서는 MBC 아나운서를 비롯한 MBC 구성원들에 대한 응원 메시지와 함께 영화 <공범자들>에서 김민식 PD가 외쳤던 ‘김장겸은 물러나라’ 구호를 함께 외칠 것을 제안했다. 이 아나운서의 제안으로 KBS‧MBC 아나운서들과 MBC 구성원들이 함께 ‘김장겸은 물러나라’라는 구호를 연창한 이후 KBS 아나운서협회 부회장인 최원정 아나운서의 제안으로 ‘고대영은 물러나라’라는 구호도 함께 외쳤다.

최 아나운서는 “상식적 발언을 한다는 이유로 MBC 아나운서들이 2008년 이후 TV와 라디오에서 사라졌다”며 “이번만큼은 꼭 이기고 싶고 이겨야만 한다. 그리고 이길 수 있다. 이젠 모든 것이 우리 편이다. 2017년 9월을 그 어느 때보다 푸르고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던 때로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 31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진행된 언론노조 MBC 본부 피케팅 행사에 KBS 아나운서협회 소속 아나운서들이 참석했다. KBS 아나운서협회 부회장인 최원정 아나운서가 발언하고 있다. ⓒPD저널

KBS 아나운서들의 방문과 응원에 MBC 아나운서들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범도 MBC 아나운서협회장은 “우리의 영원한 친구인 KBS 아나운서협회원들의 방문에 감사하고 기쁘다”며 “평생의 우정, 앞으로도 가꿔가고 싶다”고 말했다.

피케팅 행사 사회를 맡은 허일후 MBC 아나운서는 “혼자 가는 길은 참 외로운데, MBC 동료들이 이렇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고 KBS 동료들까지 그 옆에 있어준다고 생각하니 질 수 없는 싸움을 우리가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MBC‧KBS 아나운서가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이 기세로 MBC‧KBS 사장님도 함께 걸어 나갈 수 있도록 싸우자. 9월 4일, MBC 노조원들과 KBS 새노조도 총파업에 나서는데 현장에서 만나면 직군 가리지 말고 서로 따뜻하게 인사 나누고 격려해서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4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투표에서 93.2%(투표인원 대비, 총원 대비 찬성률은 89.2%)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총파업을 결의한 MBC 구성원들은 오는 4일 0시부터 총파업에 나선다. 이미 기자와 일부 PD직군(라디오‧편성 등), 아나운서들은 제작거부에 돌입했으며, <무한도전> 제작진도 31일부터 제작을 중단한다. 보직간부 67명(전체 159명)도 사태 해결을 위한 경영진의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보직에서 사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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