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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MBC 편성 PD 파업…그래도 해야만 하는 이유

[라운드 테이블] MBC 편성 PD 4인 “공영방송 PD로서 괴로웠다” 하수영 기자l승인2017.08.31 17: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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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하수영 기자] ‘역대 최고’, ‘전례 없는’, ‘초유의’…모두 MBC의 2017년 총파업 앞에 붙는 수식어다. 이런 수식어가 붙게 된 데는 총파업 투표율이 95%(1758명 중 1682명)이고 찬성률이 93.2%(투표참여자 기준)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기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남다른 이유가 하나 숨어 있다. 바로 MBC에서 프로그램 편성‧방송 운행을 비롯해 채널 이미지 제고‧개선 등을 담당하는 30여 명의 편성 PD들이 총파업과 제작거부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편성 PD라는 직군은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군인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쉽게 확인 가능한 방송사 편성표 역시 이들의 손에서 태어나며, 비상사태 시 특보 방송이나 스포츠 경기로 인한 방송 결방‧지연 등에 대비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그렇다 보니 시청자 반응에도 가장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최전방 군인’이라는 다소 무거운 느낌의 수식어를 붙인 것이 이상하지 않다.

그렇게 어깨가 무거운 편성 PD들이,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으려 한다. 어쩌면 그들이 짐을 내려놓는 게 방송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혹은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잠시 짐을 내려놓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기로 했다. 한참 총파업 찬반 투표가 진행 중이던 지난 28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MBC 편성국의 문형찬‧최현종‧홍석우‧박선희 PD를 만나 지상파 3사를 통틀어 사상 최초로 편성 PD 파업‧제작거부에 돌입하는 심경을 들어봤다.

▲ MBC 편성국 최현종 PD(왼쪽)와 문형찬 PD ⓒPD저널

편성 PD라는 직군에 대해 대중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는지 이야기 해 달라.

문형찬 PD(이하 문) 편성 업무의 핵심은 방송국의 콘트롤 타워 내지는 헤드쿼터(Headquarter)라고 이야기를 한다. 편성 PD는 프로그램 개편이라는 중요한 전략을 짜고 전체 방송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면서 시청자와의 최접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파업이나 제작거부라는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내가 알기로 지상파 3사 통틀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편성 PD가 제작거부나 업무거부를 한 사례가 없다.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얘기를 하는 게 그런 이유에서다. MBC 편성 PD들은 그만큼 작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지금 내실을 다시 세우지 않으면 시청자에게 버림받을 수 있다는 강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 수차례 열린 총회에서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MBC의 정상화를 위해 제작거부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최현종 PD(이하 최) 편성 파트에서는 채널 이미지 관리와 시청자 연구업무를 같이 하고 있는데 시청자 입장에서 MBC라는 채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줬으면 하는지를 연구하고 현업 쪽에 공유를 하다 보니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MBC는 공영방송이고, 공영성과 경쟁력 두 축으로 지지된다. 공영성은 시사‧보도 부문에서, 경쟁력은 드라마‧예능에서 찾을 수 있는데, 지금 여러 가지 지표와 외부 미디어 연구, 조사에서 보면 MBC 보도‧시사 부문 관련해서 공영성과 신뢰도가 무너져 있다. 이게 채널 전체에 영향을 주고 MBC 디스카운트(저평가)가 오면서 드라마나 예능 부문에서 좋은 콘텐츠가 있어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게 됐다. ‘MBC는 <무한도전> 빼고 안 본지 오래’ 이런 이야기도 많이 하고…드라마에 대해서도, MBC가 통속극만 하는 게 아니라 <더블유(W, 2016년 방영)> 같은 드라마를 하면서 새로운 시도도 하는데 평가절하를 받고 희화화된다.

‘지키고 버티는 시기는 지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제작거부든 파업이든 들어가면 채널 경쟁력이나 시청률이 꺼질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이번에 끊어내고 조직문화부터 MBC 채널 신뢰도를 바로 세우는 과정이 없으면 (MBC가) 서서히 침몰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편성 PD들도) 같이 업무거부를 하게 됐다.

지난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몇 년간 은밀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방송 공정성을 훼손하고 정권에 구애하는 편성 기조가 강화돼 왔다’고 주장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들이 있었나?

2012년 11월 개편 때 9시 <뉴스데스크>를 8시로 옮겼다. 2012년 여름에 170일 파업이 끝나서 올라오자마자 한 달 만에 급하게 런던 올림픽을 치렀는데, 그 후로 얼마 안 돼서 뉴스 시간대를 옮긴다고 하더라. 모든 편성국원들이 반대했는데, 그 과정에서 편성기획부장이 보직을 내려놨다.

평일 <뉴스데스크> 시간을 옮기는 건 거의 40년 만이었다. 주말 시간대를 옮길 때 시청자 연구와 백업 데이터 연구,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옮겼는데, 평일 시간대를 옮길 땐 그런 작업이 없었고 편성국원들도 ‘너무 이르다’고 판단했다.

박선희 PD(이하 박) 검토는 가능하다. 지금 이야기하는 건 ‘8시로 시간대를 옮긴 게 적절했느냐’의 이야기보다는 경영진이 너무 급하게, 무리하게 추진했던 게 문제라는 걸 이야기하는 거다. (편성국원들은) ‘옮겼을 때 (타사와) 경쟁을 해서 타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시간대를 옮기려면 우선 ‘원래 뉴스가 있던 시간대인 밤 9시에는 어떤 프로그램을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큰 준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 그런데 당시 백종문 본부장이 ‘검토는 됐던 거 아니냐’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고 파업 직후, 파업에서 복귀한 지 3개월 뒤에 일어난 일이었다.

개편이란 게 당장 ‘옳다, 그르다’를 말하기 어렵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긴 하지만, 적어도 결과에 대한 예측은 필요하다. 개편이나 큰 조정을 통해 영향을 받는 제작 주체들과의 충분한 협의도 있어야 한다. 또 우리가 SBS <8뉴스>와 경쟁했을 때 1위를 할 수 있는지, 그 시간대 시청자 볼륨(규모)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시점에 시간대를 옮기는 게 적절할지, 이런 여러 가지 부분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그런데 경영진은 당시에 시청자 조사에서 ‘이런 조건이면 MBC <뉴스데스크>가 시간을 옮기더라도 시청자가 시청할 것 같다’고 했던 한 가지 부분을 뚝 떼서 막 옮겼다. 김재철 전 사장이 170일 파업 이후 회사에 대한 경영권과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뒤에 9시대 프로그램들이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는 준비를 못 해줬다.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편성 PD가 (다른 직군처럼) 편성 업무와 아예 무관한 업무를 하는 곳으로 부당전보를 당했다거나 직접적 탄압을 받는 일은 없었다. 다만 그 장기파업 이후 (편성국의) 중간 허리 단계인 차장급 이상 선배들이 (편성국) 외로 자의반 타의반 발령을 받기는 했다. 편성기획부나 TV편성부 차장급 인사들을 사안마다 적재적소에 넣고 뒤흔들면서 (그들이) 길게 노하우를 갖지 못하게 하고 단절시키는 내부 인사가 자행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편성국) 이 안에서 조직원들의 업무를 바꾼 행위를 부당전보라고 볼 수 있느냐 하면, 법적으로는 안 그렇다. 그래도 (법적으로는 부당전보가 아니지만) 편성국 멘토격이었던 선배가 부장 자리를 사퇴하기도 하고 ‘더 이상 이 체제에 함께할 수 없다’고 하면서 MD(Master Director, 주조정실 방송운행감독) 자리에서 퇴사를 하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지난 5년간 편성기획부 개편 과정이나 TV편성부 주간편성 과정에서 경영진의 기조가 디테일하게(자세하게) 침투돼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업무 행위들이 있었다. 특히 지난 박근혜 정권 동안은 사안의 중요성보다는 VIP(박 전 대통령)가 참석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특보를 수시로 편성해왔다. ‘이걸 편성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의 자체가 되지 않고 내려왔다. 그런 의미에서 (편성 PD) 성명에 그런 사례들을 언급한 것이다. 이런 과거의 과정들을 지금 이 때 자각하고 바로잡지 않으면 그런 일들이 앞으로 또 반복될 것이다.

최근 신동진 아나운서가 주조정실 MD로 부당전보당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이 직위에 대해 ‘1급 정치범 수용소’라고 표현했다. 그렇게 표현을 할 만큼 주조정실 MD 직위에 부당전보된 사례가 많았나?

(주조) MD 자리를 교양 PD나 아나운서들의 수용소처럼 이용하게 된 건 파업 직후부터 최근까지 장기적으로 이어져오고 있는 상황이다.

부당전보 사례들을 보면, 다른 건 회사 바깥에 (원래는) 없었던 조직을 만들어서 내보낸 경우인데 MD는 회사 안에 있었던 조직 아닌가. 게다가 원래 PD들이 순환적으로 맡았던 업무다. 예전에는 원하는 사람들이 자원해서 MD로 가기도 하고 그랬다. MD로 있으면서 여러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고 재충전도 할 수 있고, 회사 전반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MD라는 자리가 이런 식으로 쓰이는 자리가 아니었다. 회사가 바로 이런 점을 활용해서 시사‧교양 PD들을 집중적으로 주조에 넣은 거다. 회사가 방어하기 쉽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건 지상파 주조정실은 원래 PD들이 순환적으로 가던 자리였다고 해도 DMB 주조정실은 (PD들이 가는 자리가 아니라) 계약직 인력이 지상파의 수중계를 받아 일을 하고 있던 자리인데 그 곳에까지 PD들을 넣었다는 것이다. 편성국 보직 간부들도 ‘여기(DMB 주조)는 안 된다’, ‘효율성을 생각해서든, 원래 거기 있던 사람들(계약직)을 생각해서든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반대했다. PD들이 역량을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자리는 지상파 MD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사는 시사교양 후배 PD들에게 영향력이 큰 이근행 PD를 비롯해 지난 5년간 10명의 시사교양 PD들을 DMB MD로 배치했다. 아예 비제작부문으로 보내면 법적 책임이 있을 수도 있으니 적절히 섞어서 활용한 것 같다. 특히 강재형, 김상호 아나운서 등 PD가 아닌 아나운서까지 주조 MD로 오게 되면서 ‘정치범 수용소’ 성격이 분명해졌다. 안타깝다.

홍석우 PD(이하 홍) 특히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주조 MD로) 장기근무를 시켰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 MD라는 자리는 반복적인 일을 하고 밤샘도 해야 해서 거기서 길게는 근무 안 시키는 게 관행인데 (파업 이후) 몇 년간은 장기간 (주조 MD로) 근무시키는 경우들도 생겨났다. 특히 노조에서 열심히 활동했던 분들이 더 그런 경우가 많았다.

MD가 방송에 있어서 필요하고 중요한 업무는 맞는데 (업무특성상) 철야 근무가 많아 반복적으로 장기 근무를 시키면 인간관계에서 격리될 수밖에 없다. 아마 회사에서도 그런 (MD의) 업무 특성을 이해하고 일부러 (MD로) 전보시킨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회사는 MD들 권한을 축소하거나 약간의 방송사고만 나더라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의 방식으로 압박하곤 했다.

▲ MBC 편성국 문형찬 PD ⓒPD저널

성명에 ‘박정희 경제개발 시기를 미화하며 박근혜 정권에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한 <광복 70주년 특집 ‘대한민국’> 다큐 3부작이 비판적 논의 없이 편성됐다‘고 언급한 부분이 있다. 이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다.

이 부분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좀 있다. 장기간 사장이 여러 명 바뀌어오는 과정에서도 채널 전반의 편성 기조로 이어져 온 것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때부터 우경화 기조가 있어왔던 건 있는 것 같다. 사례를 찾아보니까 2013년 1월 15일에 MBC에서 <특별대담-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이라면서 난데없이 밤 11시 15분에 방송됐던 게 있는데, 여기에 김광동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가 깊이 관여했다는 기사가 나왔다(‘MBC, 뉴라이트 요구에 '김현희특별대담'으로 '화답'’ ▶링크). 이건 2003년도에 <PD수첩>에서 ‘칼(KAL)기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 16년간의 의혹’을 방송한 것에 대해 시정조치가 필요하단 이야기를 계속 하면서 <PD수첩>을 흔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PD수첩>이 왜곡방송을 해 왔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 때도 그랬다. 2014년 6월 20일 밤 10시에 <긴급대담-문창극 후보자 논란>이 방송됐다. 그 때 <나 혼자 산다>도 결방됐다. 당시에 문 후보자가 청문회도 안 거치고 그 전에 낙마를 했는데, 그런 걸 방어하는 내용이…(방송됐다). 문 후보자를 임명하려고 했던 박근혜 정부의 부담은 덜어주면서 그가 낙마할 수 있도록, 문 후보자가 개인적으로 종교 간증했던 영상을 한참 틀고 그랬다.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경영진은 ‘국민적 관심사고, 총리 지명자니까 분명히 보도 가치가 있다고 해서 넣은 것’이라고 했었다. 사실 이것만 했으면 (어떤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기 쉽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이후 2015년 1월에 <광복 70주년 특집 ‘대한민국’> 다큐 3부작이 방송됐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박정희 경제개발 시대에 아버지, 어머니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쭉 나온다. 그런 걸 통해 박정희 경제화시대를 미화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었다. 이 때 광복 70주년과 맞물려서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을 찾습니다’ 캠페인도 있었는데, 유난히 우리 채널을 통해서 대한민국을 외치는 캠페인이 많이 나갔다. ‘애국심을 고취하고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게 뭐가 나쁘냐’고 할 수 있겠지만 몰아가는 방향성이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성명을 보면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촛불집회에 대해 MBC가 특보 편성을 하지 않은 것이나 세월호 참사 때 MBC가 가장 빨리 정규방송을 강행했던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이 문제들로 인해 MBC는 전국민적인 비난을 받았는데, MBC 구성원으로서, 편성 PD로서 어떤 기분이었나.

(촛불집회 때) 특보편성을 안 했던 건 보도국 시스템이 마비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특보를 하려면 사안의 위중성을 판단 후 보도국에서 특보 편성을 요청해야 하는데, 특보 요청이 들어오지 않아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게 현실이었다. 보도국 내부에서 아이템을 제거했을 수도 있고 문제제기를 하거나 사안을 논의할 인력이 없었을 수도 있고, 아무튼 그 조직 자체가 많이 망가진 상태라 타방송사가 다 특보를 하는데도 (MBC) 내부에서 안건으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당시 주말 <뉴스데스크> 부장을 비롯한 앵커가 사의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편성 변화 없이 촛불정국 시간은 흘러만 갔다.

박 전 대통령 때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그런 사례에서는 그렇게 열심히 중계 요청을 하고 편성을 하더니 (촛불정국 때는) 누구 하나 문제제기하고 편성‧보도하려 하지 않더라.

세월호 참사 때도 타방송사보다 MBC가 정규 편성을 빨리 해 비난을 받았는데, 실무라인에서는 ‘정규 편성을 빨리 하자’는 목소리가 없었다. 경영진에서 (지시가) 내려온 것이다. ‘MBC가 먼저 분위기를 바로 잡아야하지 않냐’는 분위기가 있었다.

‘절제하는 게 공영방송의 미덕 아니냐’는 기조도 있었던 것 같다.

그것도 의심되는 부분이 있는 거다. 세월호 참사 당시에 정부에서 책임을 회피하려고 누가 오보 냈느냐고 하면서 방송사를 문제 삼고 트집 잡았다. 그게 핵심이 아니지 않나. 구조의 책임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원인 규명같은 부분들이 계속 조명돼야 하고 충분히 보도돼야 하는데, 당시 주요 일간지에서도 세월호에 대해 ‘너무 장례식 분위기라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는 보도가 나오고 해서 우리는 우려를 많이 했다. 아니나 다를까, MBC가 가장 먼저 예능 버라이어티부터 시작해서 라이브 음악쇼 순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정상화했다. MBC가 먼저 하니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도 따라 오더라.

(세월호 참시 방송 정상화같은 경우) 어느 시기가 적절할지에 대해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가 있었어야 했다.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 건데, 회사에서 밀어붙였다. 실무자들은 반대 의견을 많이 얘기했다. 부장급 이하 직원들이 ‘타사 상황과 보도 나가는 걸 지켜보자’고 분명히 얘기하고 위에 의견을 전달했는데, 당시 안광한 전 사장이 ‘MBC가 먼저 해야 따라온다’, ‘공영방송으로서 그 부담은 내가 감당하겠다’하면서 드라이브를 걸었다. ‘비난은 내가 감당하겠다’고 하더라. 하지만 사장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라도 결국 비난을 감당하는 건 MBC라는 채널 아닌가. 안광한 사장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때, ‘170일 파업’ 이후 또 한 번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지는 걸 봤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MBC가 보도했던 걸 보면 2014년 5월엔 박 전 대통령 눈물 흘리는 걸 클로즈업했고, 6월엔 유병언 씨를 잡으려고 경찰이 금수원에 진입하는 걸 생중계했다. 마치 유 씨가 잘못해서 배가 가라앉은 것처럼, 그게 진짜 중요한 일인 것처럼 말이다. 유 씨 시신을 발견했을 때도 특보를 연달아서 했다. 사실 그 땐 MBC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이 다 그랬다. 진짜 중요한 게 뭔지 다 알면서, 진짜 중요한 걸 가리려고 딴소리만 했다. 국민들이 헷갈리게 만들었다.

(촛불집회 특보나 세월호 참사 때 문제는) MBC 자체 조직문화와 연결돼 있다. 그 동안 어떤 비판과 저항에도 변하지 않는 걸 봐 왔다. 인사권을 가진 경영진이 체제를 순응시키려 하고, 할 말 다 하고 비판적 목소리를 내면 그 사람은 어디론가 다시 인사발령이 나고, 이런 것들이 반복되면서 알게 모르게 다들 체제순응적이 된 것 같다. 그런 전체적인 MBC의 모습이 아마도 편성국에서도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편성조직은 (다른 조직과 달리) 대체인력을 뽑지도 않았고 선후배간 갈등이나 조직 내 갈등이 비교적 적은 편이라 그나마 ‘우리라도 다음을 보며 조직에서 견뎌야 하지 않나’ 이런 기조가 강했던 것 같다. 그래서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반성했지만 크게 저항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다른 조직들이 많이 탄압당하고 그럴 때 편성 PD들이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는데, 그런 마음이 이번에 이런 움직임(파업, 제작거부)으로 나온 것이다. ‘더 이상 편성 PD들이 이렇게 머물면 안 된다’ 이런 얘기들이 최근 총회에서 많이 나왔다.

파업 이후 무력감을 학습하는 과정들이 있었던 것 같다. 합리적인 저항이나 비판이 위에서 부딪혀 내려오는 걸 학습했다. 계속 그러니까 나중엔 ‘이런 얘기 해 봤자 소용없다’는 식으로 계속 가게 됐던 것 같다. 의미 없는 모래성들을 쌓아오고 있는 것 같은 자괴감을 느꼈다. 채널 이미지는 무너져가고 있는데 경쟁력, 수익성 담보한다고만 하고, 그런 부분에 대한 나름의 자괴감이 있었다.

▲ MBC 편성국 최현종 PD ⓒPD저널

지난 파업 이후 전면에 나서서 뭔가를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나 자괴감이 커 보인다. 그런데 그런 감정과 함께 편성 PD들이 파업을 하고 실무현장을 떠나면 그 파장도 적지 않은 데도 이런 과감한 결단을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도 있을 것 같다.

난 편성기획부에서 근무하면서 채널 전반 경쟁력을 관리하고 채널 브랜드를 관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현재 채널 경쟁력이 상당히 좋지 않은데, 이런 상황을 계속 이어가다가는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정도의 지경까지 이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널 디스카운트(저평가)가 이미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 시청자 반응 면에서 특히 그렇다. 채널 이미지가 아무리 좋지 않아도 재밌는 게 있으면 일단 보는데 이미 떠난 시청자들이 다시 MBC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다. 분명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럼 시청자를 다시 돌아오게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보도‧시사 부문 편성이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전체적인 MBC 채널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 당장이라도 판 다시 엎고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생각들이 있어서 이번 파업과 제작거부를 결정하게 됐다.

편성 조직은 정규 편성이 결방됐을 때 대체 편성을 하고 방송 파행을 막는 조직이다. 지난 파업 내려가기 전에도 파업 때 어떤 프로그램 대체 편성할지를 고민하다가 내려갔고, 이번에 파업 들어간다고 했을 때도 ‘어떤 프로그램을 멈출 수 있고, 어떤 프로그램을 멈출 수 없지?’, ‘파업이 길어지지 않으면 추석 때 새로운 파일럿 프로그램을 할 수 있나?’, ‘추석 때 시청자들이 <아이돌 육상 경기대회>같은 특집 프로그램을 볼 수 있나?’ 이런 것들을 고민했다.

이런 문제들이 있음에도 정파, 방송사고까지 각오하면서 이번 결정을 한 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끝날 것 같아서다. 정파, 방송사고는 시청자들께도 죄송한 일인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금 경영진과 방문진에 책임을 물을 수 없고 MBC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없으니까 해야만 한다. MBC는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이번에 끝내야만 한다. 그래서 정파, 방송사고까지 각오를 한 거다.

빨리 이 사태가 끝났으면 좋겠다. 그 외에 다른 바람은 없다. 회사가 망가지면 가장 아픈 사람들은 남아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프로그램이 결방되면 시청자들께서 불편하실 거고 그런 부분에 대해 죄송함을 느끼지만, 우리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회사를 걸었다. 우리가 일하는 직장, 생계를 걸었다. 우리도 방송인인 동시에 월급쟁이라 (파업을 결정하면서) 보험을 멈추고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고 그런 세부적인 부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파업으로 인한 트라우마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장으로 가고 있는 <뉴스데스크>를 정상화시키고 MBC 시사교양 회복시키고 그렇게 해서 좋은 프로그램과 함께 돌아오는 게 시청자에게 의무를 다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반복되는 비극에 구성원으로서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새로 지으려면 부수고 지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참에 정치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같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직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질기게 버티면 언젠가 다른 국면으로 전환시킬 기회를 찾을 수 있겠지’하는 마음으로 내부에서 업무를 수행해왔던 지난날들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영화 <공범자들>을 보면서 소리 없이 괴로운 가운데 버티고 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더 자각하게 됐다. 내부적으론 선배 PD인 김민식 PD나 해직된 최승호 선배(<뉴스타파> PD)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거나 목소리를 내고, <PD수첩> 제작진이나 카메라기자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우리가 동참해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예전처럼 행복하게 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MBC는 이 일을 하는 걸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그런 자율적인 문화가 있는 조직이었는데, 조직 내에 지금은 많이 관료화된 문화가 자리 잡았다. 다들 행복하게 일하고 싶은 마음에 이번 결정을 한 거다.

이번에 파업과 제작거부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외치는 메시지는 ‘김장겸 사장‧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퇴진’ 아닌가. 그런데 ‘과연 사람만 바뀐다고 MBC의 근본적인 변화가 가능한 것인가’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MBC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있나.

회사 내 여러 가지 제도로 제작 자율성이나 개인의 목소리, 주장이 정책, 회사 업무에 반영될 수 있으면 좋겠다. 회사가 나빠지면서 바뀐 것 중 하나가 국장 책임제를 본부장 책임제로 바꿔서 모든 게 임원회의에서 결정되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내부 인사평가제도 관련해서도 상향 평가를 했던 것을 없앤 걸 이야기할 수 있겠다.

원래 이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단체협약에 공정방송협의회 조항이 있다. 보도‧시사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 종사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으로 규정해 놓은 거다. 방송법 4조 4항에 ‘편성위원회’로 규정돼 있다. 타사는 이 공정방송협의회가 단체협약과 무관하게 따로 돌아가지만 MBC는 타사보다 좀 더 강력하게 단협에 묶여 있다. 현재는 단협이 깨져있지만, 다시 단협을 체결해서 공정방송협의회를 다시 운영하고 시사보도의 문제점을 이 협의회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면 (지금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지 않겠나.

또 어떤 방법이든 간에, 제도적으로 회사 내부 구성원들 의견이 사장 선임에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이런저런 방법들이 있고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제도가 불완전하고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중립성‧독립성을 지킬 수 있느냐에 대해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다. 어떤 방법이든 타협안이고 차선책이지 반드시 그게 최선은 아니어서 (논의를 해 나가는 과정에서) 하나하나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장만 바꾸면 다냐’고 원론적인 질문을 하기도 하는데, 어느 조직이나 리더의 존재감과 그가 가진 조직에 대한 철학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우선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최선의 방안은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공영방송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 방송사 사장이나 경영진으로 선임될 수 있도록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당장 1등 MBC로 돌아갈 순 없다. 하지만 아직 MBC에는 남아있는 좋은 인력들이 많다.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못한 사람들 말이다. 그 사람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지켜온, 즐겁게 일해 온 MBC, 그 예전의 분위기를 되찾는다면 일단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남은 구성원들이 가장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건 떳떳하게 일했던 분위기, 그런 조직문화를 되찾는 것, 그리고 그 DNA를 물려받을 후배들이다. 이런 과정들이 진행되면 서서히 예전의 MBC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생각보다 많은 보직자들이 파업에 공감하고 경영진 사퇴 등 요구사항을 이야기하고 있다.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을 시 보직을 내려 놓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건 MBC 조직 내에 공동의 지향점이 강하게 공유되고 있다는 것이다. ‘MBC의 DNA’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 게 아직 남아있다는 거다. 이런 걸 보면, 각 구성원들이 원래 자기가 하던 일,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일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진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 MBC 편성국 홍석우 PD(왼쪽)와 박선희 PD ⓒPD저널

2012년 파업과 이번 파업의 결과가 다를 수 있을까. 아니 달라야만 하는데,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2012년 파업 이후 지금까지 패배의 역사였다. 조직 열패감이 굉장히 컸다. 그 당시 오랜 기간 파업의 이유와 명분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면서 이야기했는데 안 먹히니까 ‘최선을 다 해도 안 되는 경우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패배감이 컸다. 그런데 최근 그런 지난 역사를 기록한 영화 <공범자들>을 보고 나니 그 동안 우리의 노력과 뿌려온 씨앗들을 사람들이 드디어 알아주는 구나 싶어 감동했다.

(그 때와 달리) 지금은 시민들이 만들어 낸 ‘촛불정국’을 거친 후다. 어느 정도는 상식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로 진보했다고 믿고,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나. 싸움의 분위기가 달라진 건 맞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경영진이 이번 파업을 정치적인 문제와 엮어서 ‘문재인 정부가 또 다른 언론장악을 하는 거 아니냐’며 프레임을 거는데, 이제는 시민들이 오히려 상식적으로 성장하고 공영방송의 가치를 깨우치고 있다. 영화 <공범자들>이 15만 관객을 돌파하고 이런 걸 보면 그런 단면(시민들의 변화)을 알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시민들도 시청자들도 좀 더 깨우치신 것 같다. 그래서 더 지지와 관심을 부탁드리고 싶다.

그 때의 처절한 패배 이후에 시청자들이, 공영방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이명박‧박근혜 정권 속에서, 그리고 세월호‧탄핵 정국, 이런 여러 셀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자각한 것 같다. 또 이번엔 (지난 번과 비교해서) 파업 동참 규모가 다르다. 거의 예외 없는 파업 참여이고, 과거의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파업이다.

170일 파업 당시 찬성률이 69.4%였는데, 이번 파업 찬성률은 투표인원 대비 93.2%(총원 대비 찬성률은 89.2%)다. (그 때와 비교해) 내부 동력 자체가 너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미 판세가 많이 기울었다고 느낀다. 희망사항이지만, 빨리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꾸 파업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고 하는 시도들이 있는데, 방송국‧언론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언론인으로서 권리와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거기에 대해 경영권‧인사권이 천부적인 것처럼 하면서 마구 휘두르는 행위를 한 데 대해 특별근로감독이 오는 걸 보면 상식이 회복됐기 때문 아닌가.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국민들이나 시청자분들이 (새로운 환경을) 만드는 시대가 왔기 때문에 거기서 힘을 얻어 상식이 통하고 있는 거 아닌가. 이제 그런 분위기에 맞춰 행동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경영진들은 헌법 제21조(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명시)와 방송법을 이야기하고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이야기하는데, 방송법은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동시에 방송사나 언론에게 공적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시청자 권익 보호, 민주적 여론 형성 기여, 기타 여러 가지 방송 발전에 대해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데 (경영진 등이) 이런 것을 지키지 않았다. 그러니까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

이번 총파업에 국민들이 보내주시는 관심과 응원, 지지가 상당하다. 국민, 시청자분들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잘 해내겠다’는 각오의 한 마디를 해 달라.

제작진들은 아프게 방송을 내려놓고 있다. 기자‧아나운서들이 이 일을 시작했지만 향후 대의와 큰 싸움을 위해 예능‧드라마 PD들도 제작 일선에서 내려오게 될 텐데, 당분간 (방송이 결방되는) 시간을 이해해주시고 기다려주셨으면 하는 것이 편성 PD로서의 변이다. 최승호 PD와 해직 PD들이 만든 <공범자들>, 다른 어떤 것보다 공영방송의 가치를 잘 설명한 영화니까 관심을 갖고 그 영화를 먼저 봐 달라. 그럼 우리가 어떻게 싸워왔는지 아실 수 있다.

그 동안 나는 내부 구성원으로서 안에서 참고 (일을) 해 왔는데, 그게 어쩌면 ‘내가 간접적 공범자가 된 건 아닐까’하는 부끄러움과 죄책감, 미안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앞으로 더 열심히 싸울 것이고 시청자분들은 관심과 성원으로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반드시 다시 ‘좋은 친구 MBC’로 돌아갈 것이다.

170일 파업 때, 6개월이란 시간 동안 파업을 하고, 돌아갈 일터가 망가지는 걸 보는 고통을 감내하고, 그러면서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마음에서 지난 9년 동안 너무 무뎌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합리화와 자기 최면 같은 걸로 지내오지 않았나, 반성했다. 그래서 얼른 시청자분들께 좋은 보도, 좋은 콘텐츠를 보여드리면서 ‘MBC가 달라졌다’는 걸 어필하고(보여드리고) 싶다. MBC를 빨리 정상화하고 MBC를 다시 예전처럼 되돌릴 수 있게 하겠다. (파업을 하면서) 시청자분들께 너무 죄송한 마음이라 오래 걸리더라도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 드리겠다.


하수영 기자  hsy0710@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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