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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순치된 9년, 라디오에 더 폭압적이었다”

KBS ‘심야식당’ 윤성현 PD 밝혀 …총파업 기자회견서 PD ·기자 · 아나운서 ‘고대영 방송’ 울분 구보라 기자l승인2017.09.04 15: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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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현 라디오 PD가 4일 오전 11시에 열린 언론노조 KBS본부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PD저널

[PD저널=구보라 기자] 2000명에 달하는 KBS 구성원들이 고대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4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 새노조)는 4일 오전 11시 서울시 여의도 KBS새노조 대회의실에서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재호 KBS새노조 위원장은 “고대영 사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잘 아시다시피 공영방송에 대한 야만적인 장악에 협력했던 핵심 협력자”라며 “모든 부문에서 도저히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망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파업에 나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더 이상 기다린다면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만신창이 방송이 될 거"라며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 생존권이자 국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금 나설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자회견에는 박성주 시사‧교양 PD, 이재훈 드라마 PD, 윤성현 라디오 PD, 최원정 아나운서, 김종명 기자(전 순천방송총국장), 이슬기 사회부 기자가 각 직종별 파업 참여 대표로 자리해, 파업에 나선 이유에 대해 밝혔다.

<심야식당>,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등을 연출한 윤성현 라디오 PD(현재 KBS 쿨FM <정재형 문희준의 즐거운 생활> 연출)는 “라디오는 TV에 비해 눈에 보이는 매체가 아니다 보니. 공정성이 망가지는 일이 있었나 싶을 수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서일까, 라디오에 대해서는 더욱 폭압적인 방식으로 공정성이 망가져왔다”고 운을 뗐다.

윤 PD는 “이명박 정권에는 시사 채널이었던 1라디오의 진행자들이 교체되거나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그렇게 순치되는 과정을 9년간 겪어왔다“며 ”무색무취한 방송,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게 아닌, 권력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시간을 때우는 방송이 24시간 365일 계속됐다. 결국 공정성의 추락과 함께 KBS 라디오의 경쟁력도 추락한 9년이었다. 이를 다시 바로세우기 위해서 파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윤 PD는 “파업 전, 사측에서는 ‘근로조건과 관련없는 파업은 불법’이라고 했다”며 “그러나 방송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노동조건은 제대로 된 방송을 만들 수 있는 자유와 권리”라고 강조했다.

윤 PD는 앞서 사측이 북한 핵실험을 이유로 ‘단체협약 중 쟁의행위 중이라도 전시, 사변, 천재지변 시에는 사태 해결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에 대해서도 “지난 9년이 전시 상황이었다. 제대로 된 방송을 못하게 하려는 자와 그래도 하려는 자들 간의 싸움이었다. 9년간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방송에 다루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방송 만들기 위해서 아이템 하나하나 계속 싸워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지난 9년간 KBS 내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일반적인 상식과 합리성이 통하지 않는 경영진들이야말로 우리에게 천재지변이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싸우는 것은 막막하고 무력했다. 비야만, 불합리성과의 싸움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이제 그 싸움을 끝내고 싶다. KBS를 제대로 돌려놓고, 다시 한번 열의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고 싶다.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현재 <역사저널 그날>, <이웃집 찰스> 등을 진행하는 최원정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는 KBS의 위상을 다 짊어지고 가야한다. 망가진 언론의 얼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아나운서들이 느끼는 자괴감은 아주 컸다. 그렇기에 모두가 한마음으로 일어났다”고 밝혔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 새노조)는 4일 오전 11시 서울시 여의도 KBS새노조 대회의실에서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원정 아나운서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최 아나운서는 “최근 개편으로 인해 방송 진행자들이 바뀌는 시점이다. 박은영 아나운서와 백승주 아나운서는 새로 맡은 프로그램의 첫 방송임에도 마이크를 내려놨다. 다른 아나운서드롣 마찬가지다. 이처럼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열기와 각오로 총파업에 임하고 있다. 부디 2012년처럼 총알받이가 돼서 처참하게 물러나는 일이 없도록 격려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최근 <김과장>을 연출했던 이재훈 드라마 PD(<정도전’, ‘뷰티풀마인드’ 등 다수 작품 연출)는 “드라마는 직종 특성상 다른 직종에 비해 직접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진 않았다. 정권이 바뀌든 바뀌지 않든 전히 감동을 주고 재미를 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왔다. 확실한 건 그동안 저희가 일하면서 감동과 재미를 예전보다 덜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자조감을 느끼지 않으며 일한 건 아니다”라며 “지난 촛불집회 때에 가서 KBS 보도 차량들에 붙은 ‘니들도 공범’ 스티커를 보며 마치 내 몸에 붙은 것 같은 비참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드라마국 피디들이 투쟁에 함께하고 있다”며 “KBS가 바로 서야 PD들도 스태프들, 배우들, 만나는 시청자들에게 좀 더 떳떳할 수 있다. 떳떳하게 ‘우리 이 드라마(KBS 드라마) 찍는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 이재훈 드라마 PD가 4일 오전 11시에 열린 언론노조 KBS본부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PD저널

 

<임진왜란 1592>를 연출한 박성주 시사‧교양 PD(현재 <생로병사의 비밀> 연출)는 “그동안 선대인 소장,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의 방송 불가 판정에 대해서 끊임없이 사측과 언쟁을 벌여왔다. 사측은 ‘블랙리스트’를 인정하지 않지만, 그동안 정치적 사안에 민감하거나 성향적으로 자기가 맞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출연을 제한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불방 사태 논란이 일었던 다큐멘터리 <광장의 기억>에 대해서 현재 조인석 부사장(당시 제작본부장)는 ‘한쪽의 태극기 부대가 있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며 방송 연기를 주장했다. 조 부사장은 몇 년 전 이승만 전 대통령의 행적을 치하하는 다큐멘터리에 대해선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가 있더라고 방송을 하겠다’고 말했다”며 “이처럼 자의적인 판단이 비일비재했고, 각종 정권 홍보 프로그램에 많은 후배들이 기획의도도 모른 채 차출됐다. 자괴감을 많이 느꼈다”고 토로했다.

박 PD는 “PD들은 제작자율성이 담보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방송을 하고 싶다. 그런데 오직 일부의 이익을 위해서만 일하고 있는 간부들이 있는 한 상당히 힘이 들 것 같다”며 파업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보직을 사퇴하고 제작거부와 파업에 동참한 김종명 기자(전 순천방송총국장)는 “저를 비롯한 다른 간부들이 보직을 사퇴하며 모든 걸 내려놓는 건 그동안 KBS의 모습들 후배들이 처참하게 힘들어하고 망가져가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저희도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 같기 때문”이라며 “늘 마음에 빚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로서는 함께한 세월도 많은 고 사장 그리고 그를 떠받치고 있는 여러 핵심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당신들이 생각했던 KBS, 당신들이 했던 뉴스와 프로그램은 권력과 자본에 적절하게 손을 잡고 기계적 중립성이라는 이름 아래에 진실에 다가서지 못 하고 정부의 의도에 맞춰 여론을 만들어가면서 건전한 우리 사회의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방해했다”며 “방송법에서 규정한 대로 권력과 자본에 맞서 감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는 공영방송을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비켜서달라”고 당부했다.

4일 오전 11시에 열린 언론노조 KBS본부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 ⓒPD저널

보도본부에서 사회 1부를 담당하는 이슬기 기자(KBS 기자협회 공정방송국장)는 “기자들에 파업에 나선 이유는 KBS 뉴스를 본질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뉴스를 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며 “기자들은 이렇게 절박한데, 간부들은 세월호 때에도 최순실 사태가 터졌을 때에도, 심지어는 제작거부에 들어가서 시간 때우기 식으로 나오는데도 차질없이 잘 나오고 있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간만 채우는 뉴스는 잘못된 뉴스라고 생각한다. 그런 뉴스를 거부하기 위해 파업에 나섰다”고 밝히며 “KBS 뉴스는 수년간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하지 못 했다. 민감한 현안들을 취재하고 공론화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그 결과 한국사회에도 피해가 갔고, KBS의 위상과 영향력도 감소했다. 이런 실패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무엇보다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을 역임한 고대영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고대영 사장이 퇴진하지 않고서는 바꿀 수가 없고 퇴진시켜야지만 바꿀 수가 있고 더 나은 공영방송을 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어서 제작거부를 하고 파업을 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KBS 구성원들은 정권이 바뀌기 전에도 파업했다. 지난 수년간 단 한 번도 투쟁의 불씨를 꺼트린 적이 없다. 이제는 그 불씨를 점화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KBS 새노조에 속한 1900여 명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4일 오후 3시에는 총파업 출정식이 KBS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다. 1노조인 KBS 노동조합도 7일부터 파업에 동참한다는 뜻을 밝혔다.

파업 첫날인 4일, KBS의 보도, 시사, 스포츠 부문에서는 결방이 이어지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과거방송분을 재방송하거나 당일에 진행된 타방송을 재방송으로 내보내는 등 파행이 일어나고 있다. 오태훈 KBS 새노조 부위원장은 “현재 생방송으로 나가는 건 회사의 보직 간부들, 보직 사퇴하지 않는 간부들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KBS에 전속된 성우들이 현재 대부분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교양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라며 “파업에 참가하는 아나운서 모습이 방송에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이미 제작된 녹화방송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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