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문제? 옆집 개도 아는데 위에서는 왜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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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업 출정식 '말말말'

[PD저널=이혜승 기자]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이 지난번 ‘지고도 이기는 싸움이 있다’고 했다. 동의하지 못하겠다. 우리는 한 번도 무릎 꿇은 적 없었고 고개 숙인 적 없다. 그래서 지금 이 많은 동력들이, 그때(2012년)보다 더 많은 동력들이 모인 거다. 우리가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졌다고 생각한 적 없다. 우리가 아직 이기지 못한 거다. 아직 이기지 못한 것을 이제 이길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때가 지금이다“ (김한광 전주MBC 앵커)

▲ 언론노조 MBC본부 18개 지부가 4일 오후 상암MBC 광장에서 파업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MBC ‘2017년 파업’이 아니다. 이번 파업은 2012년 170일 파업의 연장선이다. MBC PD‧기자‧아나운서 등 전 부문 구성원들은 170일 동안 미처 끝내지 못한 과업을 끝내기 위해 나섰다.

언론노조 MBC본부 18개 지부가 4일 오후 상암MBC 광장에서 파업 출정식을 진행했다. 서울‧경상‧전라‧충청‧강원‧제주 등 전국 MBC 구성원 15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국 MBC PD‧기자‧아나운서‧경영‧영상미술 등 전 부문 구성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느낀 울분을 토해내면서도, 싸움의 끝을 생각하며 설레는 모습이었다.

▲ 언론노조 MBC본부 18개 지부가 4일 오후 상암MBC 광장에서 파업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지난 5년간 저에게는 별일이 없었다. 많은 선배들이 징계당하고, 해고당하고, 두 시간이 걸리는 그런 곳으로 유배당할 때 사실 저한테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그런데 그게 굉장히 부끄럽고 별일이 생겨버린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노조 집행부에 들어오고) 지난 5년 중, 올 2월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 제일 신이 나 있었다. 왜냐면 내가 사랑하는 MBC가 이렇게 무너졌는데 그걸 조금이라도 되살리는 일을 하는 거니까. 굉장히 신이 났고, 지금 저는 신이라는 게 있다면 폭발해있는 그런 상태다” (조소형 언론노조 MBC본부 경영부위원장)

“후배들에게 물었다. 나 가을양복 맞춰도 되느냐고. 맞춰도 된다더라. 그래서 겨울양복 말고 가을양복 맞추겠다고 토요일에 와이프에게 말했더니, ‘가자’ 하고 헬스클럽에 등록해줬다. 새양복 살 돈이 없다. 우리 파업하는 동안 빨리 살 빼서 예전 5년 전 몸매로 돌아와 조합원 여러분과 함께 출근하겠다” (박성제 MBC 해직기자)

이들은 전국 MBC 구성원들이 들고 일어나도 도리어 ‘낭만적 파업’, ‘정치 파업’으로 이를 규정하고 나선 MBC 김장겸 사장 이하 경영진을 향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자유한국장이 김장겸 사수대가 되겠다고 했다. 그들이 누군가.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자는 국민들에 대항해서 박근혜를 엄호하고 옹호했던 세력이다. 지금 이 상황이 우리가 오늘 시작하려는 싸움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도건협 언론노조 MBC본부 수석부위원장)

“나 같은 신참나부랭이도 회사가 워낙 문제인지는 알고, 막말로 저희 옆집 개도 알고 있다. 신참나부랭이도 아는데 위에서는, 왜 이걸 정작 본인은 모를까” (이종현 영상미술부 17사번 막내 조합원)

“14층에 계신 분들에게 몇 가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최근 ‘주식회사 문화방송’ 닉네임을 가지고 회사 게시판에 이상한 글들 자꾸 쓰시는데, 이해할 수 없는 게 있다. ‘낭만적 파업’ 이런 얘기 하시는데 어디서 그런 말을 듣고 오셨는지 모르겠다. 회사를 이 꼴로 만들어놓고, 신뢰도 영향력 1%대로 추락시킨 게 누군가. 자기들 부패한 손은 보지 못한 채 남 탓만 하는 그 사람들이 경영을 계속 하겠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낭만적 경영’ 아닌가.

그리고 ‘공멸의 파업’? 회사 이름을 사칭하면서 전파 사유화하고 자신의 사익을 추구해온 사람들, 그 기생충들한테 어울리는 말은 ‘공멸’이 아니라 ‘박멸’이다“ (곽동건 MBC 막내기자)

▲ 언론노조 MBC본부 18개 지부가 4일 오후 상암MBC 광장에서 파업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이날 지역 각지에서 올라온 지역MBC 지부장, 구성원들도 그간 참아온 말들을 쏟아냈다. 이들은 서울 사장이 내려꽂은 ‘낙하산 지역 사장’들로 인해 핍박받아왔다.

“9월 1일 김장겸이 방송의 날 행사 줄행랑치지 않았나. 이진숙 대전MBC 사장도 작년 5월 세월호 특조위에서 부를 당시 대전에서 똑같은 짓을 했다. 이들에게 별명 하나를 지어주고 싶다. ‘쫄보남매’ 어떤가” (이한신 언론노조 MBC본부 대전MBC 지부장)

“메롱사장, 달리기사장 배출한 춘천 지부장이다. 오늘로서 춘천에서 사장 퇴진 운동한지 137일째다. 150일 되기 전에 조합원 여러분이 끊임없는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시면 끌어내리도록 하겠다” (최헌영 언론노조 MBC본부 춘천MBC 지부장)

“사천 출신 김재철, 남해 출신 안광한, 마산 출신 김장겸 배출한 경남지부장이다. 과거에는 경남 이러지 않았다. 동료들과 김장겸-고영주 낙하산 사장-이사장 퇴진 앞장서겠다” (김태석 언론노조 MBC본부 MBC경남 지부장)

“지난 주말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발부 소식과 함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강성 귀족노조’ 얘기를 하더라. ‘강성 귀족노조가 누구를 얘기하는 걸까 고민하다가 혹시 우리 조합원아닌가 했다. 제주MBC 전조합원 한 분도 빠지지 않고 이 자리에 모였다. '강성노조'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왜 귀족노조라고 했을까? 우리 비행기 타고 왔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나? 홍 대표가 팩트체크 잘못한 것 같다. 우리 저가항공 타고 왔다. KTX, 고속버스보다 싸다.

전국에서 온 지부 조합원 여러분 고생하셨다. 지부조합원들이 멀리서 왔다는 이유로 박수 받는 거 아니다. 지랄이 9년 동안 풍년이었는데 지역MBC가 싸우느라 애썼다. 목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날마다 20꼭지씩 특집 뉴스를 했고, 광주는 매년 518 특별다큐를 만들었다. 자사가 불탔던 장면을 다시 내보이면서 지역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반성하겠다고 했다. 제주도 43때마다 방송했다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낙하산 사장 속에서 그런 뉴스를 하기 위해 얼마나 싸웠는지 짐작할 수 있지 않나. 그런 이유 때문에라도 박수 받아 마땅하다“ (권혁태 제주MBC 기자)

▲ 언론노조 MBC본부 18개 지부가 4일 오후 상암MBC 광장에서 파업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이날 MBC본부는 재치가 담긴 공연과 영상들도 선보였다. 지난 2012년 파업 당시 ‘MBC 프리덤’을 불렀던 MBC본부 노래패 ‘노래사랑’은 2017년 버전 김장겸 사장을 위한 ‘2017 MBC 프리덤’을 선보였다. 또 ‘김장겸은 물러나라’의 주인공 김민식 PD는 영화 <공범자들>을 패러디한 <파업자들> 영상에서 ‘열연’을 펼쳤다.

시간싸움이다. 전국 MBC 구성원들은 이제 정말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날 한국PD연합회, 한국아나운서연합회, 한국방송작가협회, 언론연대 등에서도 파업에 나서는 이들을 향해 일제히 지지를 보냈다. 이들 모두의 염원이 실현될 날, 공정방송이 바로 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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