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준 한국PD연합회 제31대 회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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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정상화, 빠른 시일 내에 실현할 것”

[PD저널=하수영 기자] 한국PD연합회(이하 PD연합회) 31대 회장에 송일준 MBC PD협회장이 취임했다.

PD연합회는 5일 오후 6시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2층 코바코홀에서 ‘제30주년 기념식’과 ‘제30‧31대 한국PD연합회장 이‧취임식’을 열었다.

송일준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급변하는 매체 환경으로 인해 방송, 특히 지상파 방송의 생존 자체를 걱정하는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하는 과제가 PD들에게 있다”며 “31대 한국PD연합회장으로서 3000여 회원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새롭게 한국PD연합회장으로 취임하는 송일준 MBC PD협회장은 1984년 MBC에 입사해 <아주 특별한 아침>, <화제집중>, <인간시대>, <MBC 스페셜> 등 MBC의 주요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또 도쿄 PD 특파원을 역임했고, <PD수첩>의 책임 프로듀서(CP)와 진행을 맡았다. 31대 한국PD연합회 집행부는 송 회장을 비롯해 김신완 사무처장(MBC PD)과 김정민 편집주간(MBC PD) 등으로 구성된다.

▲ 한국PD연합회 주최로 5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 2층 코바코홀에서 열린 제30주년 한국PD연합회 창립기념식 및 제30·31대 회장 이·취임식에서 송일준 신임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PD저널

송 회장은 “공영방송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하고 국정농단 세력에 부역하는 대가로 영달을 누리고 있는 지금, KBS와 MBC를 하루 빨리 국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며 “많은 약속을 하지 않겠다. 하지만 KBS‧MBC의 정상화만큼은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실현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송 회장은 이 외에도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특혜 폐지 △방송사와 독립PD간의 불공정 계약 시정 문제 △OBS 경인TV 등 민영방송 폐해 개선 △방송사 재허가 제도 완비 △아리랑국제방송 예산삭감 문제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당국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로 임기를 마친 오기현 30대 PD연합회장은 이임사에서 “1년의 임기를 수행하면서 확인한 것은 PD들의 빛나는 열정이었다”며 “특히 작년 11월 12일 제3차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PD들의 참여 열기는 변화와 개혁에 대한 국민으로서의 기본 사명이자 공정하고 민주적인 언론을 세우겠다는 뜨거운 열정의 발로였다. 이 열정이 탄핵정국 내내 적극적인 참여와 투쟁으로 이어져 새로운 정부 탄생에 기여했다고 자평한다”고 말했다.

이어 “KBS‧MBC를 비롯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공정성 확보가 아직 미완성 상태로 남아있고 박환성‧김광일 독립PD들의 죽음에서 보듯 가장 민주적이고 공정해야 할 방송계 내의 불공정 관행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신임 송일준 회장님은 지상파의 적폐청산과 공영성 회복을 수행할 적임자로, 방송계의 해묵은 불공정관행 해소와 개별 PD들의 고민에 귀기울여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 한국PD연합회 주최로 5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 2층 코바코홀에서 열린 제30주년 한국PD연합회 창립기념식 및 제30·31대 회장 이·취임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PD저널

이날 행사에는 이형모 한국PD연합회 초대 회장 등 역대 PD연합회장과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이하 동아투위) 김종철 위원장과 해직 언론인들, 박정훈 SBS 사장과 정찬영 tbs 대표 등 방송계 인사들, 각 방송사 PD협회장,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과 언론노조 각 지본부장, 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 언론‧정치계를 막론하고 다양한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축하 인사를 전하는 동시에 공영방송 정상화 문제 등 당면한 과제를 위해 힘을 모을 것을 당부했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고대영 KBS 사장이 거의 두 달 가까이 숨어 있다가 ‘물러나라’ 소리에 달아나는 모습, 체포영장 발부소식을 들은 김장겸 MBC 사장이 어디론가 사라진 모습이 오늘날 공영방송의 모습”이라며 “오늘 이 자리에 여러 분들께서 오셨지만 KBS‧MBC 사장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이 투쟁을 꼭 승리해서 내년 PD연합회 32주년에는 국민들이 다 같이 존경하는 훌륭한 사장이 뽑혀서 이 자리에 앉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최근 우리 방송계는 표현의 자유와 공정성의 가치를 추구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사회적 비판에 직면하고 있으며 방송 제작자들의 파업도 이어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최근 독립PD의 안타까운 죽음을 접하면서 방송 제작진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 제작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민들이 정부에 바라는 주요 개혁과제 중 하나로 방송과 언론개혁을 꼽고 있는 만큼, 방통위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을 보장하고 제작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꽃피울 수 있도록 방송 정상화 과제들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려고 한다”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제작자들의 자율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해 다각도로 법제도 개선을 모색하고, 국민이 신뢰하고 사랑하는 방송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PD연합회는 “우리 모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세월 우리는 권력의 탄압과 자본의 탐욕 앞에서 허약하게 무너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촛불혁명이 제시한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향한 대장정에서 한 배를 탄 동료로서 한국PD연합회는 함께 모두 어깨 걸고 힘 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한편, 한국 PD연합회는 지난 8월 18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전국운영위원회에서 31대 한국PD연합회장 선거를 실시했다. 선거에는 투표권을 가진 33명의 운영위원 가운데 28명이 참여했으며, 이 중 21표를 받아 송일준 PD가 차기 연합회장으로 선출됐다.

 

PD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30년 전 6·10 민주항쟁으로 시작된 거대한 우리 사회 민주화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한 방송민주화의 열망 속에서 한국PD연합회는 탄생했습니다. 그 후 30년, 우리 방송 PD들은 민주화를 위해 싸우고 자유의 공간을 확보해나간 노태우·김영삼 시대, 저널리즘과 창작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국민을 위한 좋은 방송을 실천할 수 있었던 김대중·노무현 시대 그리고 국가권력에 의해 철저하게 장악된 상황 속에서 깨지고 피 흘리면서도 방송 자유 회복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았던 이명박근혜 시대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촛불혁명.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던 반동과 퇴행의 이명박근혜 시대가 추운 겨울 손을 불며 촛불을 든 국민의 힘에 의해 극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한 사람을 영원히 또는 많은 사람을 잠깐 속일 수는 있어도 많은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진리. 민심은 천심이라는 옛말. 그르지 않음을 절감합니다.

촛불 국민들 덕분에 우리 방송은 잃어버렸던 자유를 되찾고 이전의 영광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맞았습니다. 우여곡절. 30년 역사의 한복판에서 우리 PD들이 한데 뭉쳐 싸울 수 있었던 것은 PD연합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변화하는 시대와 환경 속에서 역할이 충분치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시절이나 어려운 때나 PD연합회는 언제나 전국 방송PD들의 구심점이었습니다.

다시 희망을 얘기할 수 있게 된 지금. 그러나 우리 방송계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쌓여 있습니다.

우선 붕괴된 공영방송을 시급히 복원하는 일입니다. 이명박 정권 이래 십년. 공영방송이 국민을 위로하고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고 사회와 나라의 수준을 높이는 역할보다는 권력에 부역하며 국민을 속이는 데 더 힘을 쏟았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지경으로 추락했습니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한 공영방송. 특정 정치세력에 주파수를 맞추고 대다수 국민의 여론, 특히 새 시대를 만들어낸 촛불혁명의 의미를, 폄훼하고 무시하는 공영방송. 국정농단 세력에 부역하는 대가로 영달을 누려온 방송모리배들이 여전히 장악하고 있는 KBS와 MBC를 하루빨리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어야 합니다.

고 박환성·김광일 PD의 비극적인 죽음이 있고 나서야 본격 조명받기 시작한 방송사와 독립피디들 간의 불공정 계약의 문제도 시급히 점검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가장 밑바닥에서 방송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PD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에 피디연합회는 힘을 보탤 것입니다. 방송의 공익성은 공·민영을 막론하고 지켜져야 할 중요한 가치입니다. 하지만 OBS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데서 비롯되는 민영방송의 폐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민영방송의 소유주의 전횡을 막을 방송관련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합니다. 불량 사업자를 퇴출하고 사업자를 재공모하는 등 재허가 제도를 완비할 필요도 있습니다.

아리랑국제방송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설립 이래 20여 년간 해외에서 대한민국을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워왔지만 취약한 예산구조와 관련부처의 무대책으로 인해 제대로 된 콘텐츠조차 제작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당장 내년도 예산 삭감으로 프로그램 제작비는 물론 인력마저 축소해야 하는 지경이 됐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당국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종편에 대한 막무가내식 특혜를 폐지하고 지상파 방송에 대한 역차별을 폐지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협찬에 의존하는 제작비 조달과 그로 인한 프로그램 왜곡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갈수록 심화되는 지상파 방송사의 재정악화를 완화할 광고제도의 개선도 필요합니다.

또 급변하는 매체 환경으로 인해 우리 방송 특히 지상파 방송의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하는 과제가 방송산업 종사자 특히 콘텐츠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PD들에게 있습니다.

물론 PD연합회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주체는 아닙니다. 능력은 차치하고 권한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전국 3000여 PD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유력한 방송관련 단체로서 회원들의 의견을 듣고 힘을 모아 유관 부처로 하여금 각종 현안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 방송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길 바랍니다. 지난 십년 퇴행의 시기를 끝내고 다시 우리 사회의 통합에 도움이 되는 방송, 남북화해와 통일에 도움이 되는 방송, 전세계에 우리나라를 알리는 우수한 한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방송이 될 수 있도록 PD연합회가 노력하겠습니다. 주역은 당연히 우리 PD들입니다. 저는 31대 PD연합회장으로서 3000여 회원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노고에 걸맞는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9월 5일 한국PD연합회 31대 회장 송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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