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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자막 검열까지 …그래서 파업을 지지한다

[칼럼]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09.07 13: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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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2000년대 후반까지 MBC는 가장 공신력이 있고 인기가 높으면서, 젊은 방송사였다. 보도 부문도 그렇거니와 예능은 MBC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로 우리나라 예능의 발전을 선도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종편과 케이블의 급성장과 방송 장악 관련 내부 이슈들이 대두되면서 일반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활기를 잃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종편이 탄생한 2011년부터는 예능PD들의 탈출 러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여럿이 함께 모여 JTBC와 중국 등으로 떠나더니 지난해에만 9여명의 중견 PD들이 tvN과 JTBC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럼에도 공채 채용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현상을 뭉뚱그려 지상파의 경쟁력 하락과 독점 구조 해소에 따른 지각변동 탓으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지금 MBC 예능의 상황은 세간의 평가야 어떻든 물이 들어온 지금 작심하고 노를 젓는 SBS나 뚝심인지 관성인지 모호하지만 장수 프로그램들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KBS와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 시계방향으로 왼쪽 상단부터 '무한도전', '나 혼자 산다', '오빠 생각', '세모방' ⓒMBC

그런데 5년 만에 다시 파업에 나선 MBC 예능PD들이 전해온 이야기는 1%대 예능(<오빠생각>)과 2%대 예능(<세모방>)을 방영중인 상황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안타까웠다. 예능은 트렌드를 이끌고, 그 과정에서 친밀함을 다져야 한다. 공중파 예능의 위기를 또 다시 거론하는 것은 진부하지만 공중파 예능은 무겁고 복잡한 기획 과정과 결제라인이 갖는 효율성과 자율성이 뒤떨어지면서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허나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더 깊은 곳에서 곪고 있었다. 자막 한 줄까지 검열을 당하고 승합차 한 대를 더 쓰는 비용에 대해 꾸중과 같은 질책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요즘 세대에 맞는 크리에이티브한 콘텐츠의 개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보급이 끊기다 못해 버림받은 듯한 악전고투 속에서 고루하다는 외부 비판까지 들어야 했으니 그동안 제작진 입장에서 굉장히 힘들었으리라 짐작된다.

방송사에서 보도 부문의 통제는 모든 영역에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그렇게 피어난 알아서 조심하는 조직 문화는 당연히 예능 제작진의 재기발랄함을 잃게 만든다. 눈앞에서 제작비 삭감과 검열 등으로 치고 들어오는 칼날을 보면서 또 등 뒤에서 함께하던 이들이 하나둘 떠나는 상황이다. MBC 예능국 실무 인력들이 눈치 안 보고 기획할 수 있는 자유를 찾아 떠나거나 점점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지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무한도전>과 혁신적인 설정으로 다가온 <마리텔>의 성장 동력이 단 1년 만에 고갈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JTBC는 예능왕국의 입지를 굳혔다. tvN은 나영석 사단이란 대표 브랜드를 갖추고, <무한도전>이후 시대정신을 함께하는 국민 예능의 지위를 넘겨받았다. 경직된 조직문화와 변화에 대한 늦은 대처로 인해 안 그래도 어려운 판세임에도 사령관이 엉뚱한 곳에 총질을 하며 전력을 약화시키고 의지를 갉아먹은 셈이다. 지금 공중파 예능국의 PD들이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벌어진 격차와 감각의 차이를 줄일 수 있을까 말까하는 상황인데, 진짜 전선은 내부에 있었다.

시즌제 도입과 같은 편성의 유연화, 특화된 타켓 콘텐츠 제작, 인력 수급, 모바일 플랫폼에 걸맞은 콘텐츠 실험 등등 해결해야 할 일이 태산과 같은데 정권과 사내의 줄서기에서 정력을 쏟으며 웃기는 판으로 만들었다. 9월부터 언제까지 될지 모르겠지만 <무한도전> <나 혼자 산다> <라디오 스타> 등등 MBC 예능을 비롯해, KBS 예능들도 만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TV 예능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또 세상과 소통하는 많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당장 불편한 일이다. 특히 TV를 매우 즐겨보고, 심지어 관련 글까지 쓰는 입장에서는 나름 치명적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파업에 관심을 갖고 응원한다. 잘 해결될 때까지 뒤는 시청자들에게 맡기고 힘을 내주길 부탁한다. 이번 기회에 공영성의 확보와 함께 예능 콘텐츠도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재도약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당장은 금요일 밤 세 얼간이가 어떻게 보냈을지 그 하루가 궁금하고, 10여 년간 함께해온 토요일 저녁 시간이 허전하며, 복면의 정체에 대해 소파에 둘러 앉아 토론을 벌이는 시간이 그립겠지만, 시청자들은 응원하고 지지한다. 결국,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정치적 올바름만큼이나 재밌는 콘텐츠다. 지금의 적폐는 그 즐거움을 방해하고 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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