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사태에도 귀닫는 KBS 야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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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 대화는 말로만...이사회 참석은 불허?

[PD저널=구보라 기자] KBS 구성원들이 파업에 돌입하기 전이었던 7월에도 노조 집행부의 이사회 참석을 강하게 반대했던 KBS 다수 이사(전 여권 추천)들이, 파업 이후에도 똑같은 태도를 보이며 '모르쇠'로 일관해, 파업 사태 해결에 의지가 없음을 보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 새노조) 2000여 명의 조합원들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으며, 고대영 사장·이인호 이사장 퇴진과 이사회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에 열린 KBS 임시이사회에서 KBS 다수 이사들은 파업에 대한 의견 개진을 위해 KBS 새노조 부위원장을 이사회에 참석시키자는 소수 이사들의 제안에 대해 "우리가 노조 집행부의 이야기를 안 듣겠다는 게 아니다. 솔직한 얘기를 하려면 이사회 말고 간담회 자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치 다수 이사들이 간담회를 통한 대화의 장을 원하는 것처럼 발언한 것이다. 

그러나 KBS 다수 이사들은 ‘공식적인 논의 자리’에 노조 집행부의 참석을 번번이 무산시켜왔다. 공식적인 이사회 회의나 공청회와는 달리, 간담회 형식으로 회의를 진행할 경우 회의록이나 속기록이 기록되지 않아, 회의가 끝난 후에 속기록을 볼 수가 없다. 

다수 이사들은 7월 12일에 열렸던 KBS 임시이사회에서 ‘KBS 양대 노동조합 위원장 이사회 참석 발언 제공 요청’ 안건에 대해서도 다수결로 부결시켰다. 7월 26일에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공영방송 KBS의 공공성을 둘러싼 내부 갈등 해법 모색 공청회 개최의 건’도 마찬가지로 부결됐다. 모두 다수 이사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7월 12일 KBS 임시이사회에서 전 여권 추천 이사인 조우석, 차기환, 강규형 이사는 “노조가 이사회에 발언하는 걸 허용했다간 이사회가 자칫 흔들릴 수 있다”, "이사회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면전에서 들어야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전례도 없고, 전례로 남길 수도 없다”며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혔고 이사회 자리가 아닌 간담회에서의 논의는 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열린 KBS 이사회에서 김서중 이사는 “노조가 파업을 하기 전에도 회사에 대해서 경영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해왔다. 이사회에서 우리(소수 이사)들도 '회사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고 몇 번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다수 이사들이 그때마다 안건을 부결시켰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파업을 하는 상황에서 오태훈 부위원장이 ‘이사회에 와서 우리가 왜 파업을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기회를 많이 가져야 파업 사태도 수월하게 풀리지 않겠나. 비밀스럽게 파업 대책 논의한다고 풀리는 건 아니다”라며 “회사 (두 명의 부사장)가 대책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를 들어보는 기회를 갖길 의견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서중 전 야권 추천 이사는 “이들이 이사회 참석을 요구하는 이유는 어제 이인호 이사장이 영화관에서 만난 KBS 새노조 파업뉴스팀 기자에게 ‘(파업에 대한 이야기는) '이 자리에서 할 만한 게 아니다. 이사회에서 해라. 내일 이사회에 들어와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인호 이사장은 김서중 이사의 말에 대해 “이인호 이사장이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번 이사회에서 노조 측이 이사회에 참석하는 것은 부결됐다. 대신 간담회를 하기로 하지 않았나. 그런데 갑자기 나 혼자서 들어오라고 이야기한다는 게 말이 되나. 내가 정신이 나간 사람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이 이사장은 “나는 그 사람이 노조원인지도 모른 상황에서 나눴다. KBS 회사원들하고 열린 상태로 이야기할 용의가 있다는 뜻이었다. 녹음한 게 있으면 틀어도 좋다”고 말했다. 강규형 이사도 "영상 있으면 영상 틀자"고 말했다. (관련 영상: 'KBS 이인호 이사장, KBS새노조를 초대했어요')

차기환 이사(전 야권 추천)는 김서중 이사에게 “우리가 회의를 그런 식으로 해야겠습니까? 설사 이인호 이사장이 그 말('이사회에 들어와라')을 했다손 치더라도 이사님이 여기서 그 말씀을 해야합니까”라며 “서로 간에 품위를 지키면서 합시다”라고 비판했다.

▲ 전 여권 추천 이사인 차기환 이사와 강규형 이사 ⓒ뉴시스

이어 이사회가 아닌 간담회 자리에서는 대화를 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차기환 이사는 “지금 소수 이사들은 마치 우리(다수 이사)가 노조 조합장이나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아예 안 듣는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예전에도 저희가 간담회 형식으로 두 번이나 이야기했다”며 “그때에도 솔직히 이야기 나누기 위해 공개된 자리가 아니라 간담회로 제안했다. 그런데도 소수 이사와 KBS 새노조는 불참하면서 보이콧 했잖나. 그때는 거부해놓고 이제시 그 때는 다 거부해놓고 이제 와서 발언하겠다는 거냐”고 반박했다.

강규형 이사 또한 “저희가 기회를 안 드린 게 아니다. 간담회를 통해서 들어보겠다고 했는데 지금 와서 저희 탓을 하면 안 될 것 같다”며 “오늘 갑자기 (노조 집행부가) 와서 발언을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김경민 이사는 “이사회의 이름으로 이건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일이다. (KBS 기자들이) 이사장을 미행한 거냐”라며 다른 말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주영 전 야권 추천 이사는 “간담회는 되고 왜 이사회는 안 되냐”고 강하게 비판하며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알기 위해서 이사회로 하자는 건데, 간담회는 되고 이사회는 안 되냐. 저는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전영일, 권태선, 김서중 이사 마찬가지로 다수 이사들의 주장을 비판하며 KBS 새노조 부위원장의 이사회 참석을 제안했으나, 결국 해당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인호 이사장은 “저는 어디든지 의견 듣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은 사장 퇴진과 이사회 해체 등등 자료가 많이 나왔다. 이 단계에서 내가 보기에 필요한 건 이사들이 같이 앉아서 머리 맞대고 서면 자료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우리 이사들이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솔직히 이야기하는 게 선행이 되어야 한다. 그 뒤 노조와 확인할 게 있으면 이사회에 불러도 좋다”고 말했다. 강규형 이사가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는 걸로 하자”고 말하며 해당 논의를 마무리 지었다.

▲지난 6일 KBS 이사회가 열리기 전, KBS 본관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오태훈 KBS 새노조 부위원장과 KBS 김서중, 권태선 이사가 KBS 시큐리티 직원들에 둘러싸여 KBS 이사회 회의실로 가지 못한 채 30분 가까이 대치를 벌였다. ⓒPD저널 
▲ 지난 6일 KBS 이사회가 열리기 전, KBS 본관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오태훈 KBS 새노조 부위원장과 KBS 김서중, 권태선 이사가 KBS 시큐리티 직원들에 둘러싸여 KBS 이사회 회의실로 가지 못한 채 30분 가까이 대치를 벌였다.ⓒKBS 새노조 페이스북 라이브 화면캡처

한편, 이날 KBS 이사회가 열리기 전, KBS 본관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오태훈 KBS 새노조 부위원장과 KBS 김서중, 권태선 이사가 KBS 시큐리티 직원들에 둘러싸여 KBS 이사회 회의실로 가지 못한 채 30분 가까이 대치를 벌이기도 했다. (▷관련 영상: KBS새노조 페이스북 라이브)

KBS 직원인 오태훈 부위원장이 KBS 본관을 들어가려는데, 이를 시큐리티 직원들이 막아선 것이다. 김서중 이사와 권태선 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하려는 오태훈 부위원장과 함께 이사회로 향하다가 직원들에게 둘러쌓여 이사회 회의실로 가지 못 했다.

오태훈 부위원장은 시큐리티 직원들에게 "KBS 이사회 회의실에 들어가진 않더라도, 최소한 KBS 직원으로서 6층은 갈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반발했다. 

권태선 이사도 “이사장이 노조 조합원들에게, ‘이사회에 와서 발언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들어가려는 거다. 제가 부위원장님이랑 이사회 회의장에 들어가서, 이인호 이사장이 그런 일 없다고 하면 다시 내려오겠다”고 말했다.

김서중 이사는 “왜 통행을 못하게 하고 있는 건지 얘기하라”며 “누구의 지시를 받았느냐”고 시큐리티 팀장에게 물었다. KBS 시큐리티팀장은 “이사회 사무국 협조 요청”이라며 “아직 이사회에서 (올려보내라는) 연락이 없으니 안된다”고 말했다. KBS본부 조합원들은 “그걸 왜 보안팀장이 판단하느냐”며 즉각 반발했다.

이어 권태선 이사도 “우리를 막는 근거가 무엇이냐. 당연히 파업 중인 상황에서 노조 입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풀 것인지를 이사들에게 물어봐야 하니까 가려는 거다. 그런데 왜 통행을 하지 못 하게 하는 거냐”라고 재차 물었다.

시큐리티 팀장은 처음과는 달리 “이사회 사무국에서는 연락받은 게 없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KBS 새노조 조합원들은 “죄송하다고 할 문제가 아니라 이건 불법 행위다. 책임 져야 한다”, “나중에 팀장님이 이거 책임질 수 있어요?”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해당 현장에서 김서중 이사는 이인호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전날 노조 조합원들에게 '이사회에 오라'고 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이인호 이사장은 이를 부인했다. 지난 5일 KBS 새노조가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이인호 이사장은 KBS 새노조 파업뉴스팀 기자에게 “이사회에서 보고를 받을 거에요. 사장 사퇴에 관해서 사장이 보고를 하겠지”라며 “내일 이사회 들어오세요. 내일 이사회 공개할 거니까”라고 발언했다.

이사회 회의실에는 오태훈 부위원장을 제외한 권태선 이사와 김서중 이사만이 참석하기로 하고, 추후에 이사회 안건에서 이를 논하기로 결정했고, 이사회에서는 다수 이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 지난 5일 이인호 KBS 이사장이 KBS 새노조 파업뉴스팀 기자에게 "내일 이사회에 오세요. 내일 이사회 공개할 거니까"라고 말하고 있다. ⓒKBS 새노조 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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