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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직접 찾아가는 ‘병원선’이 기대되는 이유

[방송 따져보기] 의학 드라마의 또 다른 길 방연주 객원기자l승인2017.09.13 14: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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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의료 환경이 열악한 도서지역에 배를 타고 의료서비스를 한다. 지난달 30일 방영을 시작한 MBC <병원선>(연출 박재범, 극본 윤선주)의 주요 소재이다. 의학 드라마는 방송가에서 새롭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소환되는 단골 소재 중 하나이다. “의학드라마=흥행 보증수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중의 관심을 붙잡는다. 그도 그럴 것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생명의 최전선에서 의료진의 고군분투로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고, 도저히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도 휴머니즘을 발견하게끔 만든다. 나아가 드라마 속에서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 현실을 환기시키는 등 시청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킨다.

대중적으로 의학 드라마의 흥행 가능성을 증명한 건 MBC<종합병원>(1994)이다. ‘한국 메디컬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걸고 방송됐고, 14년 만인 2008년 <종합병원2>로도 제작됐다. 1990년대 후반에 방영된 MBC <의가형제>, <해바라기>는 의사들의 치열한 현장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가족 갈등, 남녀 간 사랑이라는 요소를 극대화해 공감대를 넓혀나갔다. 특히 안재욱과 김희선 주연의 <해바라기>는 평균 시청률 32%로 의학 드라마 중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의학 드라마는 안방극장의 폭넓은 관심을 모았으나 드라마 속 인물들이 결국 “병원에서 연애하는” 등 연애 판타지로 귀결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후 의학 드라마는 의학기술에 중점을 둔 ‘전문직 드라마’로서의 색깔을 강화하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했다. 현실적으로 지망하길 꺼려하는 비인기과를 배경으로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SBS <외과의사 봉달희>(2007)는 지방의대 출신의 흉부외과 전공의 봉달희의 이야기를 그렸고, SBS <산부인과>(2010)는 산부인과를 배경으로 하되 방송 초기엔 이례적으로 ‘19세 이상 관람가’로서 여성 질환을 사실감 있는 대사로 표현했다. SBS <싸인>(2011)은 법의학을 소재로 한 메디컬 수사 드라마를 표방했고, KBS <브레인>(2011)은 대학병원 신경외과를, MBC<골든타임>(2012)은 중증외상환자의 초동조치를 보여주는 응급실을 주요 무대로 삼았다.

또한 장르적 특성을 살리거나 의학 내 특정 소재에 방점을 찍은 의학 드라마로 변주된 경우도 있다. SBS <괜찮아 사랑이야>(2014)는 정신의학 분야를, KBS <굿 닥터>(2013)는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대학병원 레지던트가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성장담을 그렸고, SBS <낭만닥터 김사부>도 휴머니즘을 강조했다. 이밖에도 현재 방영 중인 tvN <명불허전>은 타임슬립 요소와 양학과 한의학의 결합을 절묘하게 버무려내고 있다.

▲ MBC 드라마 '병원선' ⓒMBC

이러한 의학 드라마의 계보를 따라 MBC <병원선>을 보면 아직 방영 초기이지만 기존 의학 드라마들과는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일례로 그간 의학 드라마의 주 무대는 규모의 차이가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인력과 자원을 갖춘 곳, 즉 시스템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병원선’은 그 자체로 결핍의 공간이다. 외과의사 송은재(하지원 분)는 최연소 외과과장으로 승진을 앞두고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병원선’에 합류한다. 뛰어난 의학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지만, 제대로 된 수술실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에 놓인다. 끝내 은재가 퇴사를 결심하자, 추원공 병원선 사무장은 “고작 맹장염으로 얼마나 많은 목숨을 잃었는지 아냐”라며 설득한다.

또한 그간 의학 드라마가 주목한 인물들은 치열한 의사들의 세계를 전하는 대변자였다. 인턴, 레지던트, 전공의로서의 고단한 일상을 비롯해 병원 조직 내 권력 암투를 통해 의료계에서 벌어지는 모순까지 보여줬다. 그러나 <병원선> 속 인물들은 의도하지 않아도 ‘조직’이 아닌 섬마을 사람들의 삶이 묻어있는 곳으로 들어간다. 따라서 그간 의사라는 본분에만 충실했던 은재는 수술 장비 및 약품 구입을 위해 예산을 지출하는 것을 두고 방성우 선장(이한위 분)과 실랑이를 벌인다. 앞으로는 인프라가 부족한 섬에서 의료 활동을 펼치면서 섬사람에게 ‘3분 진료’가 아닌 수차례 설명을 반복해야 할지도 모른다.

<병원선>의 주요 공간과 설정이 환자를 대상화하지 않고, 의료진 스스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데 앞장선다는 점에서 의학 드라마의 또 다른 변화로 보인다. 또한 의료진과 섬사람 간 끈끈한 인간애를 어떻게 그려낼 지, 메마른 감정의 소유자 송은재가 열악한 병원선에서 동료들과의 거친 분투에서 어떠한 성장을 경험할 지 기대된다.


방연주 객원기자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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