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9.25 화 13:48

'병원선', 소외된 이들에 대해 말하려면 더 섬세해져야

병원선, 어째서 의사는 환자가 되었을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09.13 14:33:32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의학드라마들은 이제 도시를 벗어나 오지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SBS <낭만닥터 김사부>가 강원도 산골 외딴 곳에 있는 돌담병원으로 오게 된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처럼, 최근 방영되고 있는 MBC <병원선>은 섬마을 의료 소외지역에서 주민들을 위해 의료활동을 벌이는 병원선으로 오게 된 의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병원선’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아니라면 그 이야기 구조는 상당 부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 의학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즉 그 이야기 구조는 여차여차해서 도시의 거대 병원으로부터 밀려난 의사가 오지로 오게 되고, 거기서 진짜 의사로서의 소명이 무엇인가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도시의 거대 병원이 가진 자본주의적 속성의 추악함이 담겨지고, 이들과 싸워나가는 진짜 의사들의 대결구도도 한 축을 차지한다. 의학드라마라는 장르적 틀을 가져오고 있지만 이들 드라마가 꼬집고 있는 건 이제 생명까지도 자본이 침투해 생사여탈권을 쥐락펴락하는 참담한 현실이다. 또한 그 도시로부터 상처받은 이들이 오지라는 진짜 사람 사는 공간으로부터 오히려 치유 받는 과정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결국 이 의사들은 우리들의 대변자들이나 마찬가지다. 현실에 치여 상처 입은 현대인들의 자화상.

<병원선>은 그래서 바다 위에 떠 있는 병원선에서 벌어지는 스펙터클하고 드라마틱한 의료 현장의 이야기들을 담아내면서, 동시에 환자들은 물론이고 의사들의 치유기를 그린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지만, 그 환자를 통해 치유 받는다. 의사지만 정작 엄마의 죽음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는 자책감을 가진 송은재(하지원)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딸을 위해 자신의 수술을 알리지 않고 대신 수술비를 결혼자금으로 주려한 한 무속인 환자를 치료하면서 자신의 상처 또한 보듬는다. 그 딸의 입장이 마치 자신의 일인 양 공감하며 그 딸을 설득시켜 그녀의 엄마를 살려낸 것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떠나간 엄마에 대한 자책감을 조금은 덜어주었기 때문이다.

▲ MBC <병원선> ⓒMBC

의학드라마에서 의사는 자주 우리네 자화상으로 그려지곤 했다. 과거 <하얀거탑>의 장준혁(김명민)을 떠올려보라. 마치 개발시대에 오로지 성공을 위해 욕망의 질주를 벌이다 IMF라는 복병을 맞아 무너져 내린 우리네 가장을 고스란히 닮지 않았던가. <낭만닥터 김사부>의 김사부(한석규) 역시 마찬가지다. 그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졌지만 자본에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래서 권력에서 밀려나 소외된 인물. 제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스펙이 달리고 현실과 야합하지 않으면 성공은커녕 생존조차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이 거기 드리워져 있다.

<병원선>의 송은재라는 의사가 그들과 다른 건, 적어도 그들은 힘겨워하긴 했어도 삶에 주도적으로 메스를 들던 의사들로 그려졌지만 그녀는 본인이 치유가 필요한 환자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그녀는 쉬는 시간조차 어느 섬의 응급실 근무를 자처할 정도다. 어찌 보면 도시의 그 복잡하고 바쁜 일에서 이제 한 발 물러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스스로에게 쉬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상처는 그녀를 자학하게 만든다.

<병원선>은 그래서 우리네 현대인들을 치료가 갈급한 환자로 다룬다. 그것도 날카로운 메스를 들고 있어 본인이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자신은 물론 타인까지 파괴할 수 있는 그런 환자. 그러면서도 이 드라마가 어떤 훈훈한 감동과 힐링의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건 소외된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서 환자들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된 이들이지만, 오히려 이 마음이 병든 현대인을 치유해주는 의사역할을 한다. 이로써 그들은 중심에서 소외된 수동적 존재들이 아니라 오히려 중심을 고치는 능동적 존재가 된다.

안타까운 건 이처럼 소외된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은 드라마가 아이러니하게도 시작과 함께 간호사 비하 논란에 휘말렸다는 것이다. 물론 의도한 일이 아니겠지만 이처럼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면, 의사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소외되어버린 간호사들 입장을 먼저 염두에 두는 섬세함이 필요했다. 그래도 남은 부분 동안 애초에 하려던 그 메시지를 충실히 전하려는 노력을 하길 바란다. 남다른 섬세함을 담아서.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여백
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8-715] 서울 양천구 목동 923-5번지 한국방송회관 10층l대표전화 : 02-3219-5613~5619l구독문의 : 02-3219-5618l팩스 : 02-2643-6416
등록번호: 서울, 아00331l등록일: 2007년 3월 5일l발행인: 류지열l편집인: 이은미l청소년보호책임자: 류지열
PD저널 편집국 : 02-3219-5613l광고 문의(PD연합회 사무국 · 광고국) : 02-3219-5611~2l사업제등록번호 : 117-82-60995l대표자 : 류지열
Copyright © 2018 피디저널(PD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pd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