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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구치소 몰래카메라 취재 ‘무죄’ 판결

“상식적 판단…이번 기회로 폐쇄적 공공기관 취재 개방돼야” 이혜승 기자l승인2017.09.13 17: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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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혜승 기자] 구치소에서 몰래카메라 취재를 진행해 교정당국으로부터 기소됐던 PD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판결했다. 법원이 언론 자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PD들의 구치소 취재와 관련해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로 해석되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4단독(판사 이재욱)은 13일 오전 1심 선고 공판에서 최민철 SBS PD와 박성호 촬영감독에게 무죄를 판결했다. 이들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이스 피싱’ 편(2015년 8월 방송)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몰래카메라를 지니고 재소자를 접견해, 교정당국으로부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와 ‘건조물 침입’ 죄목으로 기소된 바 있다.

법원은 이날 피고인들이 취재목적을 숨기고 접견신청서를 작성한 점, 구치소 내 촬영‧녹음 행위를 한 점이 ‘교도관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직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녹음기는 금지물품이긴 하지만 그 반입에 대한 별도의 처벌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이를 처벌할 경우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한 피고인들이 취재목적을 밝히지 않고 구치소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이것이 범죄 목적이 아니며, 방송이 이뤄진다 해도 구치소 보안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기 때문에 건조물 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2015년 9월 5일 방송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담장 위를 걷는 특권’ (기소 사건과 관련없음) ⓒ화면캡처

사건을 담당해오던 양계성 변호사는 “고무적이고 긍정적이다. PD들 입장에서 범죄의사를 가지고 한 것도 아니고,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위한 것이었는데 권력기관이라고 해서 말도 안 되는 법령을 적용해서, 무슨 범죄 집단인 것처럼 기소한 것을 사법부가 바른 판단을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양 변호사는 “(판사가) 법리적으로 판결이유를 냈지만, 판결문에 드러나지는 않아도 언론자유에 대한 뜻이 판결 저변에 깔려 있다”고 평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은 앞으로 PD들의 구치소 취재와 관련해 주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PD들은 그동안 교정당국이 언론 취재를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몰래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말하며, 이번 판결이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최민철 PD는 “공공기관들이 공익적인 측면에서의 언론 접근을 개방하고 열린 문화와 환경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동안 편의적이고 폐쇄적으로만 운영해왔던 것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조금 더 공식화되고 개선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최 PD는 “이번 사건은 개인의 유죄, 무죄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느냐, 어디까지 접근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며 “취재하는 입장에서 취재의 용이성과 편이성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순수하게 국민들이 알아야 할 정보와 권력에 더 다가갈 수 있는, 공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 MBC <리얼 스토리 눈> ‘두 여자는 왜 1인 8역에 속았나’ 편(2015년 11월) ⓒ화면캡처

구치소 몰래카메라 취재와 관련한 공판은 해당 건 뿐 아니라 총 4건이 각각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MBC <리얼스토리 눈> ‘두 여자는 왜 1인 8역에 속았나’ 편과 ‘시흥 아내 살인사건’ 편 외주PD 4인(이하 MBC1) △MBC <리얼스토리 눈> ‘환갑의 소매치기 엄마 왜 전과 14범이 되었나’ 편 외주PD 2인(이하 MBC2) △SBS <궁금한이야기Y> 외주PD 3인(이하 SBS1)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 PD 1인과 외주 촬영감독 1인(이하 SBS2) 등의 건이다.

해당 건 이전에 제일 먼저 공판이 시작돼 최종 판결까지 내려진 MBC1 건의 경우 법원이 PD 2인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원, 다른 PD 2인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교정시설 내 재소자·피의자 인터뷰가 필요했을지라도, 교정당국의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을 다 했어야 한다”며 “교정당국으로부터 촬영 협조를 받지 않고 촬영했기에 교정시설의 안정과 질서를 침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당시 재판부와 이번 재판부가 다른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양계성 변호사는 “여러 건이 동시에 기소된 상황이고, 대응을 양쪽(MBC-SBS)에서 나눠서 하다 보니 당시에는 결론을 검찰 측이 기소한 내용대로 성급하게 판결을 내렸던 것 같다”며 “애초에 그렇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는 재판부로 하여금 이것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란 걸 시간을 들여 설득한 부분이 좋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MBC1 건의 경우에는 지난 1월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이날 선고가 나온 SBS2 건 외에 SBS1 건의 경우 내달 20일 선고가 예정돼있다. MBC2 건은 선고기일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양 변호사는 검찰이 SBS2 건을 포함해 앞으로 선고가 나올 판결들에 대해 항소를 제기할 것으로 추측하며, 항소심에서는 4건이 모두 함께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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