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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단체 “국정원, 블랙리스트 문건 전문 공개하라”

국정원장에 면담 요청 “서훈 원장, 전향적 결정 내려야” 하수영 기자l승인2017.09.15 14: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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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하수영 기자] 언론·시민단체 200여 개가 모인 ‘KBS‧MBC정상화시민행동’이 최근 국정원이 일부 공개한 이명박(MB) 정부 문화‧예술‧방송인 블랙리스트 문건과 관련해, 문건 전체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KBS‧MBC정상화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15일 오전 국가정보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사상을 통제하고 개념 배우‧가수들 다 쫓아내면서 언론을 완전히 초토화시킨 블랙리스트의 존재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국정원이 문건 전문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보고하는 것만이 지난 과오를 씻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유일한 길이다. 언론 장악 진상 규명을 위해 국정원장은 전향적인 결단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 KBS·MBC정상화시민행동 소속 언론·시민단체는 15일 오전 국가정보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정원이 공개한 문화·예술 ·방송인 블랙리스트 문건과 관련해 문건 전체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

국정원은 지난 11일 MB정부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로 작성된 문화‧예술‧방송인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문건과 그 명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방송사 PD들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언론‧시민단체들은 자체적으로 T/F팀을 꾸려 진상조사와 명단 파악에 나서는 한편, 국정원에 문건 전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민행동 공동대표이기도 한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의 잘못된 과거 역사를 바로잡고자 용기를 내 준 것에 대해선 치하해 마지않지만 미흡하다”며 “여러 번 문건 전문 공개를 요구했다. 그런데 기밀도 아닌 것을 공개하기를 꺼리는 것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국정원이 개혁하겠다고) 시늉만 내고 넘어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일은 단순히 문화‧예술인과 KBS‧MBC 내부 구성원들의 문제로 끝날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훼손됐고 헌법이 유린당한 일”이라며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밝힌 자료들이 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언론장악 진상조사 위한 국정조사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문건) 원문이 낱낱이 공개되고 국민 앞에 투명하게 보고돼야 한다. 이것이 국정원이 지난 과오를 씻고 국민에게 사죄하는 길이다. 서훈 국정원장의 전향적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국정원이 T/F 조사결과를 발표해서 블랙리스트 실체가 드러났지만 이는 출발점에 불과하다”며 “국정원이 혼자 한 일이 아니다. 위로는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고 아래로는 지시를 시행한 방송사 내부의 임직원들, 실행자들이 있었다. 문건 전체를 공개해서 실행 시스템, 실행의 구체적인 내용들, 모든 것이 낱낱이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 T/F 조사결과 밝혀진 문건 전체는 주권자인 국민이 당연히 알아야 할 정보”라며 “만약 국정원이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면, 정보공개법에 의해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라도 우리는 반드시 공개를 받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일준 한국PD연합회장은 “국정원은 당장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의 명단과 KBS‧MBC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에 부역한 자들의 명단을 밝혀야 한다”며 “이들은 국정원이 꼬치꼬치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치밀하게 내부 구성원들과 연예인들을 탄압하는 짓을 저질러왔다. 이들의 죄를 낱낱이 밝히고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14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국정원의 MBC 장악 관련 추가 사례 폭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11일 국정원 개혁발전위가 공개한 문건에는 방송사 PD들의 성향과 제작실태 등을 파악해 일부 PD를 좌편향으로 분류한 정황이 드러나 있다. 뿐만 아니라 ‘KBS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여부’를 파악하는 내용과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을 담은 내용이 언급돼 있어 현업 PD들이 방송 제작 과정에서 프로그램 폐지나 부당전보와 같은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은 “2010년 KBS 조직개편 뒤에 수많은 인사이동이 있으면서 새노조 조합원들 비제작부서 발령받거나 한직으로 떠밀려야 했는데, 그 가운데 (국정원 문건에 언급된) ‘KBS 조직개편 이후 좌파성향 인사분석’이 작용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도대체 MB정권 국정원은 KBS를 상대로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정말 치가 떨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정원은 단지 이 불법 작성된 문건의 원본을 공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이 문건이 작성됐는지, 내부 협력자는 누구였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장악 진상규명을 위해 박근혜 정권에서 이뤄진 언론장악에 대한 문건들까지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김철영 언론노조 MBC본부 편성제작부문 부위원장은 “MBC 구성원들도 국정원 문건 (전문) 공개를 원하고 있다”며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서 방송 장악과 블랙리스트를 기획‧지시한 자들은 물론 내부에서 이를 실행한 자들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BS PD협회는 14일 성명을 발표하고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T/F팀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T/F팀을 통해 △피해사례 수집 △피해자 증언집 작성 △내부자들 양심선언 유도 △내부 범죄자들 폭로 △블랙리스트 관련 프로그램 제작 등에 나설 예정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내부에서 수집한 블랙리스트 정황 사례를 자세히 밝혔다.

한편, 시민행동은 이날 서훈 국정원장을 상대로 면담 요청 및 문건 전문 공개를 요구하는 요구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아홉 번째 ‘돌마고(돌아와요 마봉춘‧고봉순) 파티’를 열고 현재 진행 중인 KBS‧MBC 총파업을 응원하는 한편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속한 공영방송 정상화 조치를 촉구할 전망이다.


하수영 기자  hsy0710@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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