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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몰린' MBC 경영진, 아나운서 향해 “약자 코스프레”

[기자수첩] 수준 드러낸 MBC 경영진…반성도 사과의 기미도 없어 이혜승 기자l승인2017.09.18 1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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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혜승 기자]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MBC 경영진이 내놓은 카드는 자사 기자·아나운서 ‘흠집 내기’였다.

지난 9년, 회사가 자행한 부당한 일들로 상담치료를 받아야 했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는 이들을 향해 MBC 경영진은 사과는커녕 개개인을 지목하며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 MBC 홍보국이 15일 오후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내온 ‘특보’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회사를 비방’했다고 주장하는 리포터, 기자, 아나운서들을 향한 ‘비방’이었다.

이들은 특히 최근 사측의 부당함을 호소해온 자사 아나운서들을 향해 ‘약자 코스프레’라고 낙인찍었다. 이에 MBC 아나운서들은 사측이 최소한의 ‘팩트체킹’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으며 반박문을 내놨다.

▲ MBC 아나운서협회(회장 김범도) 소속 아나운서 24명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방송거부와 업무거부에 들어간 이유와 2012년 파업 이후 겪었던 부당전보 사례 등을 밝히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MBC 경영진은 특보를 통해 “언론노조 MBC본부의 파업 때마다 어김없이 전면에 등장하는 직종이 있다. 지명도가 있는 아나운서다. 프로그램 진행으로 얻은 유명세를 언론노조 파업 지원으로 최대한 탈바꿈시키겠다는 안간힘의 결과”라며 “이번 파업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각종 집회 현장에서 전면에 나서는 전위대 역할을 넘어 ‘약자 코스프레’까지 덧칠했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MBC 경영진은 이어 아나운서 기자회견 당시 눈물을 흘렸던 이재은 아나운서를 지목하며 “스포츠 뉴스와 생활정보 프로그램에서 ‘이미 방향이 정해져 있는 뉴스’가 있었을까? ‘수정하고 싶어도 수정할 수 없었던 앵커 멘트’가 무엇이었을까?”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이밖에도 사측은 10개월간 ‘벽만 바라보다’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던 김소영 아나운서를 거론하기도 했다. MBC 경영진은 “김소영 아나운서의 <뉴스투데이> 앵커 기용은 ‘복면가왕’ 출연 인기 등 다재다능함을 활용해 아침뉴스의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톤이 낮은 목소리와 피곤한 탓인지 오히려 활기가 떨어지는 진행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이미 퇴사까지 한 개인을 향한 비방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다 파업에 돌입한 박연경 아나운서가 “언제부터인가 뉴스의 아이템이 다양하지 않고 진실하고 공정한 방송이 보도되지 않아 뉴스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불편한 마음이 컸다”고 고백한 것에 대해, 사측은 “앵커를 맡은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고 그 사이 주말뉴스의 특별한 변화도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불편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 지난 15일자 MBC 특보 ⓒMBC

이에 MBC 아나운서들은 18일 회사 특보에 대한 반박을 내놨다. 아나운서들은 “사실 아나운서 조합원 사이에서 이렇게 수준이 떨어지는 글에 대응을 할지 말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다. 굳이 이런 지라시 같은 글에 대응을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이 엇갈렸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반박을 하는 까닭은 혹시라도 회사 특보들의 내용을 보고 그것을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고, 이것에 대한 반박을 하지 않으면 회사 특보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사측 내용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아나운서들은 우선 회사 특보가 “팩트 체킹 자체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나운서들에 따르면 사측이 직접 이름을 거론한 이재은 아나운서는 사측이 주장한대로 스포츠 뉴스와 생활정보 프로그램만 진행한 것이 아니라, 15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1년 8개월 동안 토요일 낮 뉴스를 진행한 바 있다.

이들은 이어 이재은 아나운서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은 MBC 아나운서 전체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꼬집으며 “회사는 특정한 아나운서가 나와서 발언을 했다고 해서 그것이 본인만의 사례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특보를 직접 쓴 당신은 회사의 이야기가 아닌 그저 당신의 이야기만을 쓴 것인가? 이재은 아나운서의 이야기는 대표성을 띤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밝혔다.

아나운서들은 사측이 주장한 김소영 아나운서 하차 이유에 대해 “김소영 아나운서가 톤이 낮고 차분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8시 뉴스데스크와 뉴스 24를 할 때는 몰랐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당신들은 앵커의 장단점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무능력자임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나아가 사측을 향해 “핑계를 댈 것이 없고 논리적인 반박을 할 없으니 찾아낸 것이 겨우 ‘피곤해 보인다’라니 참 한심하다”며 “당신들의 블랙리스트 때문에 회사 생활 내내 고통 받고 힘들어한 퇴직 사우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은 하지 못할지언정 어디 함부로 막말을 내뱉는가”라고 비판했다.

MBC 아나운서들은 박연경 아나운서 역시 사측의 주장과는 달리 2013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약 3년 6개월 동안 토요일 아침 뉴스투데이를 진행하기도 했다는 점을 밝혔다.

이들은 이어 “뉴스앵커를 단 하루를 하든 1년을 하든 그것이 무슨 상관인가. 단 하나의 앵커 멘트를 처리하더라도 저급한 뉴스에는 불편함을 느끼고, 편파적인 리포트에 문제의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앵커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뉴스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 MBC 아나운서협회(회장 김범도) 소속 아나운서 24명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방송거부와 업무거부에 들어간 이유와 2012년 파업 이후 겪었던 부당전보 사례 등을 밝히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MBC 아나운서들의 말대로, MBC 경영진의 소위 ‘특보’를 기사로 옮겨야하는지 까지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이 '공영방송' 경영진으로 버티고 있는 이상, 이들이 책임감 없이 내뱉는 말에도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에게 ‘사측 입장’을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MBC 아나운서국은 반박문에서 “‘회사 특보’라는 이름을 통해서 MBC 파업 참가 아나운서들에 대한 온갖 명예 훼손,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우리는 끝까지 죄를 물을 것이다. ‘회사 특보’라는 3류 지라시 문건을 작성한 작성자부터 경영진까지 모두 그 죄를 묻고 끝까지 따져 볼 것”이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MBC 아나운서, 노조원들만 경영진의 잘못을 따져 묻지는 않을 것이다. 시청자 역시 MBC 경영진과 그 이전 정부가 지난 9년 간 행해온 일들의 죄를 묻고 끝까지 따질 것이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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