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막말러' 경영진에는 욕해야 돼”
상태바
“'프로막말러' 경영진에는 욕해야 돼”
[일문일답] 총파업 15일차, 서천석 소장이 파업 노조원에게 보내는 말 “복수심 괜찮아”
  • 이혜승 기자
  • 승인 2017.09.18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D저널=이혜승 기자] MBC·KBS 공영방송 파업 15일차,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이 MBC를 찾았다.

서천석 소장은 18일 오전 언론노조 MBC본부 집회에서 노조원들을 향해 전문가로서의 조언과 위로의 한마디를 남겼다.

파업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 또 한편으로는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회사를 향한 분노와 억울함 등이 쌓여있는 노조원들을 위한 ‘힐링’의 시간이었다.

다음은 MBC 노조원과 서천석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서천석 소장이 18일 오전 언론노조 MBC본부 집회에서 노조원들을 향해 전문가로서의 조언과 위로의 한마디를 남기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Q. 파업 등 사회이슈에 대해 아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는 게 좋을까. 아이 가치관 형성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이 나이에 따라 다르다. 초등학생 3~4학년 이후라면 부모 행동에 대해 거의 다 이해한다. 지난 쌍용차 파업 투쟁 이후 장기간 복직투쟁이 8년 이상 이었었다. 그때 만난 아이들이 그 장면들을 다 기억하고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안녕 히어로>를 MBC 조합원들이 같이 봤으면 좋겠다. 파업 투쟁에 참여한 아버지를, 한 아이가 장기간에 걸쳐 지켜보며 자기가 가진 생각을 이야기한 영화다. 보면 아이도 이 상황을 자기 나름의 관점으로 이해하고, 소화하고 ‘아빠가 자기에게는 영웅이다. 그러나 나는 영웅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누군가 나에게 힘내라고 박카스를 준다면 그냥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다. 굳이 내가 마시지 않겠다’고 한다. 어려운 상황에 뛰어들어 그 일을 한 아빠를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표현하지만. 아빠한테는 한 번도 말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지금 하는 투쟁에 대해 아빠는 어떤 뜻을 가지고 하는지 설명하면 그 자체가 중요한 교육이 될 거다.

Q. 최근 김재철 전 사장이 “고통도 은총”이라는 막말을 한 행태에 화가 난다. 게다가 한 명이 아니다. 이들 막말에 어떻게 대처하면 될까. 또 이들은 왜 이러는 걸까.

'프로막말러'들이다. 아무거나 되는대로 그 상황에서 말하고, 상황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되는대로 말하는 스타일이 거기서 잘 드러난다. 그렇게 말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나?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으면, 말이 안 나온다. 상대가 멈칫하는 사이 그 자리를 빠져나가려는 오래되고 익숙한 기술을 보유한 거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그런 자리에서는 즉석으로 욕을 하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즉석에서 욕을 해야 된다. 욕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욕을 준비하지 않으면 합리적이고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황스러워서 말이 안 나온다. 당황스러워도 이런 말을 하겠다고 준비하면 그 사람이 예측하지 못한 거다. 그럼 이야기 대결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누군가 가르쳐주기를, 가까이 다가가서 아무도 안 들리게 귀에만 대고 욕을 하라더라.

Q. '고통도 은총'이라는 말 등등. 보통 사람들은 막말이라고 넘어가겠지만, 고통을 받은 사람들은 그 말이 칼로 찌르는 것 같은 상처가 된다. 그럼 복수심이 드는데 복수심은 안 좋은 게 아닐까.

복수심을 가지는 건 정신적으로 건강한 방법이다. 뇌를 촬영하는 기계를 보면, 맛있는 걸 먹거나 즐거운 일을 했을 때 활성화되는 보상중추가 복수심을 가질 때 활성화된다. 복수심을 가지는 건 정의의 실현이다. 우리가 왜 복수심을 가질까? 정의 실현의 이유는 그렇게 해야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믿음을 가지기 때문이다. 저 사람이 계속 있으면 사람을 믿을 수 없고, 그럼 우리가 안전하게 살 수 없다. 해결해야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복수심을 가지는 건 괜찮은데, 어떻게 복수할 것인지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해야 한다. 즉석으로 뛰어들어서 너무 열정적으로 하면, 많은 연구들이 있는데, 실제 행동 과정에서 오는 행복은 없다고 한다.

프랭크 시나트라가 한 말이 있다. 가장 좋은 복수는 ‘매시브 석세스’, 엄청난 성공이라고. 막말하는 인간들에게 복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싸움을 제대로 이기고, MBC를 그런 사람들이 ‘나같이 더러운 사람은 발붙이기 어렵겠다’ 싶을 정도로 좋은 방송국으로 만드는 거다.

▲ 영화 <공범자들>에 나오는 김재철 전 MBC 사장 ⓒ영화 '공범자들' 공식 홈페이지

Q. 화가 안 참아지는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화가 나는 거다. 내가 모욕을 당하는데, 올바른 걸 보고도 올바르다 말을 못하고, 잘못된 걸 보고도 잘못됐다고 말을 못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걸 밀어붙이는 조직도 화가 나고.

최근 파업요정 김민식 PD와 같이 식사를 했다. 저에게 한 말이, 파업이 뭐가 즐겁겠냐, 오래앉아 있으면 허리도 아프고 힘든데, 그런데 자기는 파업이라는 게 힐링의 시간이 될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고, 그 말을 나만 하고 싶었다고 하는 게 아니고, 옆에 사람도 저 사람도 그 말을 하고 싶었구나 하는 심정을 가질 수 있다. 저 놈들이 나쁜 놈이었다고 제대로 말하는 것, 그런 시간이 주어지는 게...파업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일이다. 일을 하고 싶고, 좋은 방송을 하고 싶지만 앉아있는 건 힘들다. 그렇지만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위에다가 말할 수 있기 때문에 화가 덜 난다.

이 시간을 통해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하고 바로잡아야 화가 풀리는 일이지, 바로잡지 않고 겉으로 위로하고 괜찮다고 해서 풀리지는 않는다.

2012년 파업 끝나고 라디오에서 ‘마음연구소’라는 3분짜리 짧은, 마음을 위로하는 힐링 프로그램을 했었다. 그때 라디오 PD분들이 너무 힘들어 하고, 우리부터가 너무 피곤했던 적이 있다. 당시 선거 직전 날 선거 다음날 방송을 녹음해야 하는데, 내 예상으로 박근혜가 이길 것 같았다. 그래서 노조에 대한 위로의 방송을 했었다.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게 저 자신도 역겹고 힘들었다. 그래서 딱 1년만 하고 마음연구소를 접고 하지 않았다. 당장 살아야 하니까, 치료도 필요한데.

진정한 힐링은 이 자리다. 우리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함께하고 있다는 것. 서로 공통 목표를 가지고 하나의 가치를 공유한다는 마음으로 뭉친다면, 서로를 보고 웃고 토닥일 수 있다면 중요한 힐링의 시간 아닐까. 결국 이겨내면 큰 치료일 거다.

▲ 서천석 소장이 18일 오전 언론노조 MBC본부 집회에서 노조원들을 향해 전문가로서의 조언과 위로의 한마디를 남기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Q. 추석이 다가온다. 어르신들 중 파업을 지지하는 분들과, 그만하라는 분들이 나뉠 것 같다. 어떻게 슬기롭게 마음을 다스리면 좋을까.

그렇게 말하는 분의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원조 태극기, 그런 부대 소속이라면, 그런 활동을 하지는 않더라도 그런 정도의 심리적 상태를 가지고 있다면, 대화는 필요가 없다.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듣는다고 했다. 예수님도 들을 귀가 있는 사람에게만 말을 했다. 예수님에 비해 한참 부족하고 모자란 우리가 그런 설득을 함부로 하려고 들면 큰일 난다. 먼저 말을 꺼내시면 ‘가족끼리 좋은 자리에서 무슨 소리에요’라고, 추석만이라도 오순도순 했으면 좋겠다고 대화를 끊어주는 게 현명하다.

만약 대화를 끊으려 해도 또 물어오면, 그들은 사실 나에게 뭘 받고싶은 게 있는 거다. 화나는 게 있고, 어딘가 풀고 싶은 상실감과 위로받고 위안받고 싶어한다. 그런 분이라면,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심리적 위로를 드리고 어렵다면 물직적 위로를 드려야 한다.

또 내 자식이 잘못될까봐, 불이익이 생길까봐, 부정적인 일이 생길까봐 불안해하시는 경우가 있다. 5년 이상 경험을 하시지 않았나. 그럼 뻥을 쳐야 한다. 지금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실제로는 싸워서 이기겠다는 의지로만 여기 있는 거지만, 부모님에게 지금의 정세와 MBC의 현재를 모두 설명할 필요는 없다. 어머니에게 내가 허튼 사람이 아니다, 이길만하니까 하는 거라고 말씀드려라. 불안한 거 다 안다고, 불안한 사람에게 당신이 불안한 거 안다고 얘기하는 게 효과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