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노조 “파업보다는 대화가 우선” 박정훈 사장에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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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입장차는 확연하지만…노조 “파업은 최후의 수단”

[PD저널=하수영 기자] 최근 박정훈 SBS 사장이 윤세영 회장 퇴진 건과 관련해 노조에 대화를 요청한 데 대해 노조 역시 ‘파국을 맞이하기 보다는 대화로 잘 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박정훈 SBS 사장은 최근 사내 담화문을 통해 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윤창현, 이하 SBS본부)에 대화를 제안했다. 윤 회장과 윤석민 SBS 이사회 의장이 보도개입 논란 이후 사퇴를 선언했지만 SBS본부가 성명을 발표하고 ‘믿을 수 없다’, ‘이사 임면권도 포기하라’고 요구하며 강경 대응 태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SBS본부는 지난달 29일과 5일에 발간된 노보를 통해 윤 회장이 4대강, 한일 위안부 합의,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 관련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의 협조를 지시하고 비판적인 기사는 제재하는 등 공공연한 보도 외압을 행사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 11일 SBS는 담화문을 통해 “윤 회장이 SBS 미디어홀딩스 의장직을 사임하며 소유와 경영의 완전 분리를 선언했으며, 윤 의장 역시 이사회 의장직 사임은 물론 SBS 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아 SBS 콘텐츠허브, SBS플러스 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모두 사임한다”고 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SBS본부는 14일 성명을 발표하고 “대주주(윤 회장)의 사임이란 결단이 아무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며 “윤 회장은 위기 때마다 ‘눈 속임’을 반복해 온 것도 모자라 제도적으로 불가역적인 소유-경영 분리(대주주의 이사 임면권 포기)를 충족시키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노조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중재를 약속하고 안 되면 사퇴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라”며 박정훈 사장의 사퇴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노조는 노보와 성명서를 통해 일방적인 주장을 계속 하고 있다”며 윤 회장과 노조 사이에서 중재를 위해 최선을 다 했다고 주장했다. 윤 회장과 노조 간 대화가 불발된 것은 윤 회장이 퇴임사로 본인의 의사를 전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또 노조가 윤 회장 퇴임을 ‘눈 속임’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선 “<8뉴스>를 통해 퇴임을 만천하에 공표까지 했는데 왜 믿지 못하느냐”고 반문했다.

박 사장은 노조가 제안한 사장추천제에 대한 반대의사도 밝혔다. 그는 “노조는 법에 따른 대주주 이사 임면권까지 모두 포기하라며 사측에 사장추천제를 제안해 왔다”며 “이론은 있겠지만 사장추천제를 도입할 경우 타 방송사처럼 외부의 입김이 들어갈 것이 우려되고 동시에 방송 독립성과 경쟁력 침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사장은 노조에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박 사장은 “노조는 대주주를 포함해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형사상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겠지만 그와 상관없이 노사가 모여서 회사의 미래를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 등을 놓고 대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 목동 SBS 사옥 전경 ⓒSBS

노조 “파업보단 대화가 최선…박정훈 사장, 노조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라”

“파업, 극단적 상황에선 할 수도 있어” 완전 배제는 아니라는 입장 밝혀

노조는 박 사장이 담화문을 통해 반박한 내용들에 원칙적으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영구 SBS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은 18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요구한 건 방송사유화 근절을 위해 불가역적으로 소유-경영 분리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자, 그러기 위한 방안을 같이 협의해보자는 것이었는데 박 사장 성명을 보면 마치 우리가 회장 사임을 요구했는데 ‘협의 없이’ 사임한 것이 문제인 것처럼 돼 있다”고 개탄했다. ‘비가역적인 소유-경영 분리가 약속되지 않은 상황에선 퇴임 발표를 백 번 하더라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박 사장이 윤 회장 퇴임이 <8뉴스>를 통해 공표된 점을 들어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2004년 윤 회장 사임 때나 2008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때도 언론에서 많이 보도됐는데 무슨 차이가 있는가. (박 사장) 그런 말씀은 완전히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대주주 이사 임면권 포기, 사장추천제 추진 등에 대해 노사 갈등 구조가 확연하지만, 그렇다고 해결의 실마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SBS본부는 이와 관련해 <PD저널>에 ‘가능하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심 위원장은 “이사 임면권에 대한 부분이 핵심은 맞다. 사장추천제를 하자는 것도 대주주나 회사가 사장을 임명할 때 견제 가능한 사람으로 하기 위해서다”라면서도 “그런 부분을 회사에 제안했지만 아직 본격적 대화를 하기 전이다. 대화를 하게 되면 협상이란 게 그렇듯이 서로 원하는 부분들을 좁혀갈 여지는 있다”고 밝혔다.

‘문제가 장기화되거나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경우 파업 등 쟁의행위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심 위원장은 “고발을 위한 법리 검토를 했지만 그건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비와 같은 것”이라며 “중요한 건 소유-경영 완전한 분리와 이에 대해 회사 내외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파업이라든지 그런 행동은 협의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노력해서 정말 도저히 대화가 안 된다 할 때 다시 검토를 해 봐야 할 문제다. 아직은 대화와 협상으로 국면을 풀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대주주와 사측도 파국을 맞이하고 싶은 생각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사장에 대해서도 “(담화문에서 언급한) 방송 독립 의지가 허언이 아니고 정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지금 노조에서 주장하는 부분들에 대해 적극 협조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도 파업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으나 아직은 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본부장은 “이미 노조의 입장이 틀렸다고 한 사측의 입장문이 사내 게시판에서 다 내려진 상태”라며 “(파업을 해야 할 정도의) 상황이 되면 (파업으로) 갈 수도 있지만 대화가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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