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회 프라임 타임 에미상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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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회 프라임 타임 에미상의 의미
  • 유건식 KBS America 사장
  • 승인 2017.09.2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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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제69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이 열렸다. ⓒ제69회 에미상 포스터

[PD저널=유건식 KBS America 사장] 지난 주말 제69회 프라임 타임 에미상(Emmy Awards 2017) 시상식이 로스 앤젤레스의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CBS의 간판 토크쇼 <더 레이트 쇼>의 사회를 맡고 있는 코미디언 스테판 콜버트(Stephen Colbert)의 사회로 열렸다. 에미상은 텔레비전 예술 과학 아카데미가 1949년부터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관련된 업적을 평가하여 수여하는 방송계 최대의 상이다. 그런 만큼 이날 만큼은 거의 모든 배우, 감독, 작가들이 수상에 관계없이 이 행사에 직접 참여한다. 이번 에미상 대상 작품은 2016년 6월 1일부터 2017년 5월 31일까지 프라임 타임에 방송된 프로그램이다.

제 69회 에미상에서 드라마 작품상은 Hulu의 <시녀 이야기>(The Handmaid’s Tale)가 차지하고, 코미디 작품상은 HBO의 <빕>(Veep)에게 돌아갔으며, 니콜 키드만은 <빅 리틀 라이즈>(Big Little Lies)로 리미티드와 영화 부문에서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다.

▲ <표 1> 제69회 에미상 주요 수상 현황

올해 에미상의 가장 큰 특징은 Hulu의 웹 시리즈 <시녀 이야기>가 ‘드라마 부문’에서 작품상을 수상을 한 것이다. 이 작품은 1985년 발표된 마가렛 애트우드의 장편소설을 드라마화 한 것으로 평화롭게 살던 여주인공 오프브레드가 어느 날 갑자기 이름과 가족을 뺏긴 채 사령관의 시녀가 되어 그의 아이를 갖도록 강요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10부작 드라마이다. <시녀 이야기>가 수상한 것은 두 가지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웹 시리즈가 처음으로 드라마 부분에서 수상을 했다는 것이다. <하우 오브 카드>와 <오렌지 이즈 블랙>, 최근에는 <루머의 루머의 루머>(13 Reasons Why) 등 상대적으로 웹 시리즈에서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던 넷플릭스는 5년 동안 매년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Hulu는 올해 처음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운 좋게도 단번에 그 기회를 잡았다. 수상한 <시녀 이야기>는 드라마 시리즈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작품상∙여우 주연상∙여우 조연상∙감독상∙극본상∙특별 여자 출연상∙촬영상∙세트디자인상 등 8개 부문에서 수상을 하였다. 지금까지 방송사와 케이블의 전유물이었던 드라마 시리즈의 작품상이 더 이상 그들만의 세상이 아닌 것이 되었다. 이제 우수한 드라마는 자본력만 있으면 어느 플랫폼에서나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요즘 한국의 미니시리즈도 시청률이 형편 없다. 심지어 1%대까지 내려간 드라마도 있다. 트렌드의 전환이 급속도로 이뤄지는 시대에 정책 방향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으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다음으로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자체 콘텐츠를 제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Hulu는 2007년 월트 디즈니(지분 30%), 21세기 폭스(30%), 컴캐스트(30%), 타임워너(10%)가 자신들이 소유하고 ABC, CBS, NBC 등의 콘텐츠를 직접 스트리밍하기 위해 만든 조인트 벤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ulu는 2013년부터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을 만들어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첫 작품은 <이스트 로스 하이>(East Los High)로 10대용 드라마로 벌써 시즌4까지 제작되었다. 현재까지 Hulu는 10개의 작품을 제작하였는데, 2016년과 2017년에 대부분 제작하였다. 2016년에 무려 6개의 드라마를 제작하였고, 2017년은 3개이다.[1] 반면 넷플릭스는 2013년 <하우스 오브 카드> 등 15개의 드라마를 제작하였는데, 2013년 3개, 2014년 1개, 2015년 3개, 2016년 4개, 2017년 4개 등 꾸준하게 제작을 하고 있다.[2]

넷플릭스는 안정된 콘텐츠를 공급받을 수 없는 것과 달리 Hulu는 투자사로부터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Hulu가 이렇게 제작을 하는 이유는 넷플릭스의 성공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2018년 70억 달러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기로 하였다. 이는 2017년보다 10억 달러가 증가한 예산이다. 이번 에미상 후보에도 오른 <더 크라운>(The Crown)은 넷플릭스 드라마 중 가장 많은 제작비를 사용하였는데, 시즌1의 10부작을 제작비하는데 총 1,495억원을 투입하여 한 회당 150억 정도를 들였다. 넷플릭스의 가장 큰 경쟁자인 아마존은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45억 달러를 투자했다. 여기에 애플도 2018년에 10억 달러를 책정하고 제작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페이스북도 드라마와 예능을 자체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던 것을 끊고, 2019년부터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려고 한다.[3] 이른바 콘텐츠 대전이 일어날 조짐이다.

두번째 특징은 작품상이 시청률과는 연관성이 없다는것이다. 2016년에는 리얼리티 경쟁 부문에서 <더 보이스>(The Voice), 리미티드 시리즈 부문에서 <국민 대 O.J. 심슨>(The People v. O.J. Simpson), 드라마 시리즈 부문에서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이 노미네이트된 작품 중에서 시청률이 1위였고, 코미디 부문만 <더 빕>(The Veep)의 시청률이 하위였다. 그러나 올해는 정 반대로 2년 연속 수상한 리얼리티 경쟁 부문의 <더 보이스>외에는 시청률이 1위가 아니다. 리미티드 시리즈 부문에서 <빅 리틀 라이즈>(Big Little Lies)는 2위, 코미디 부문의 <더 빕>은 올해도 시청률은 4위에 불과하였고, 드라마 시리즈 부문의 <시녀 이야기>는 아예 시청률이 없다. <표 2>에서 보는 것처럼 방송사에서 수상작은 최근 10년 이내에는 전무하며, 시청률을 측정할 수 없는 작품이 7개 작품 중 절반이 넘는 4개나 된다. 그 동안은 시청률과 수상작이 연관성이 있었으나, 이제는 화제성이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 <표 2> 2007년 이후 채널별 에미상(드라마 부문) 노미네이트 및 수상 현황

세번째 특징은 넷플릭스를 포함한 스트리밍 업체의 약진이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넷플릭스 작품의 노미네이트수와 수상작이 급증하고 있다. 처음 대상이 되었던 2013년에는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가 3개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그러나 올해에는 무려 91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되어 20개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HBO가 29개 부문에서 수상한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엄청나게 증가한 숫자이다.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는 18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되었고, 5개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특히 드라마 부문에서는 노미네이트된 7개 작품중에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더 크라운>(The Crown),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등 넷플릭스의 작품이 3개나 포함되었다. 그만큼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든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앞에서 언급한 제작비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또한, 아마존과 Hulu를 포함한 스트리밍 업체의 노미네이트된 수는 120개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일본과 중국의 한류 축소로 제작비를 투자하기 힘든 한국의 드라마 시장이 심히 우려스럽게 보인다. 그나마 방송사의 자존심을 지켜준 것은 NBC였다. <더 보이스>로 3년 연속 리얼리티 경쟁 부문에서 작품상을 수상하고, <SNL>(Saturday Night Live)은 버라이어티 부문에서 작품상, 스털링 브라운(Sterling K. Brown)이 <디스 이즈 어스>로 남우 주연상을 차지하였다.

▲ <그림 1> 넷플릭스의 에미상 노미네이트와 수상 현황

넷째,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에미상 시상식 중계방송의 시청률이 계속 하락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시청자수가  1,140만명으로 지난해 1,130만명보다 증가했으나, 18~49세 성인 시청률은 지난해 2.8%에서 2.5%로 감소하고, 시청자수도 359만명에서 322만명으로 10%가 하락했다. 그나마 지난해 22%하락보다는 폭이 낮다.[5] 이것은 Hulu나 넷플릭스의 드라마가 기존 방송사의 인기 드라마를 압도한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이다. 드라마 시리즈 대상 작품중 시청률 1위는 서울드라마 어워즈에서도 대상을 받은 <디시 이스 어스>(This is Us)였다.[6] 시청률이 감소한 것은 네트워크에서 인기있는 것을 보고 싶었는데 익숙하지 않은 작품들을 봐야하는 약간의 실망도 작용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요인은 그 시간에 다른 방송사에서 중계한 미식 축구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방송대상의 경우 낮 시간에 해서 그런지 AGB닐슨의 수도권 기준으로 2014년 1.6%이고, 2015년과 2016년은 1.1%로 하락하였다. 그나마 올해는 중계도 하지 않았다. 방송대상이 미국처럼 모두의 잔치가 될 수 있도록 개선하여야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표현의 자유이다. 시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패러디하는 것이 유독 많았다. 사회자 콜베어는 "도널드 트럼프가 에미상을 받았다면 그는 결코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지난 7월 경질된 숀 스파이서 전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 스타일의 연단을 밀고 나와에 "이번이 에미상을 지켜보는 청중이 가장 많은 시상식이다", <애틀랜타>로 최우수 코미디 남우주연상을 받은 흑인 배우배우 도널드 그로버는 "흑인을 가장 억압받는 사람들 명단에서 1등으로 만들어줘서 트럼프에게 감사하다" 등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어 많은 풍자를 이어갔다.

한국의 ‘블랙리스트’ 사태를 보면서 한국에서 이러한 표현을 했다면 모두 지방 발령을 받거나 스케이트장 근무를 받았을 것이다. 이제 한국도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며 방송에서 보여 줄 수 해학과 풍자에 관대해 져야 밝은 사회가 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1]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original_programs_distributed_by_Hulu
[2]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original_programs_distributed_by_Netflix
[3]http://thegear.co.kr/15004
[4]https://www.statista.com/chart/11114/netflixs-nominations-and-wins-at-the-emmys/
[5]http://adage.com/article/media/emmys-ratings-drop/310502/?utm_source=daily_email&utm_medium=newsletter&utm_campaign=adage&ttl=1506424728&utm_visit=1173237
[6]http://tvbythenumbers.zap2it.com/more-tv-news/2017-emmy-winners-by-the-numbers-how-ratings-and-awards-comp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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