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KBS 사장 "파업 원인 제공한 적 없다", "법에 따라 대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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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KBS 사장 "파업 원인 제공한 적 없다", "법에 따라 대응할 것"
KBS 구성원들 총파업 돌입 이후 처음 참석한 이사회...다수 이사들 고대영 사장 옹호 발언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7.09.2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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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파업 원인을 제공한 적이 없다”

“사장 취임하고 보도‧제작에 개입한 사례가 없다"

[PD저널=구보라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이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사장 퇴진과 이사회 해체”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지 17일째를 맞던 지난 20일, 파업 이후 처음으로 이사회에 참석한 고대영 사장이 이같이 발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KBS새노조)과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 이하 KBS노조)은 고대영 사장에게 "사퇴를 통해 KBS의 참담한 몰락과 위기에 책임질 것"을 요구하며 각각 지난 4일과 7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0일 오후 4시 KBS 본관 회의실에서 열린 제833차 정기이사회에서 고대영 사장은 “파업 상황이 빚어진 것에 대한 원인에 대해 집행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지”라는 이인호 이사장의 질문에 “저는 파업 원인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파업 현황을 보고하며 “사실상 파업이 거의 4주 차에 접어들었지만 KBS 일부 프로그램 제외하고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파업이 장기화 될 가능성 있지만 노사 간 갈등을 불식시키기 위해 최선 다하겠다. 현재 회사는 대표노조와 파업사태를 끝내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내일 집중 회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고 사장은 소수 이사(구 야권 추천)들이 파업 원인과 대책에 대해 질문하자 ”(국정원 문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청와대로부터 인사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 “보도‧제작에 개입한 적 없다”, “파업은 사실상 불법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KBS 구성원들이 4일 총파업을 시작한 이후로 ‘파업 해결 대책 보고 및 방송 정상화 촉구’ 안건을 논하기 위한 이사회가 6일과 13일 두 차례 열렸다. 하지만 고대영 사장은 갑작스레 평창올림픽 일정을 이유로 6일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13일 이사회에도 마찬가지로 참석하지 않았다. 

▲ 고대영 KBS 사장 ⓒ뉴시스

장주영 이사는 “KBS에 대한 신뢰도와 영향력 줄고 광고수입도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공영방송으로서 수신료 얘기는 말도 못 꺼내는 상황”이라며 “그 원인은 고대영 사장의 운영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금 KBS 기자들이 밖에 나가면 ‘기레기(쓰레기 기자)’라는 말 듣는다. 구성원들은 하루라도 제대로 보도해서,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기 위해 파업하는 거다. 국민들도 KBS 파업에 대해 60% 이상 지지한다는 결과가 있다.(리얼미터, 7일 결과) 그런데 고 사장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용퇴할 생각이 있느냐, 본인이 사장으로 있으면서 계속 있어야 할 명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고대영 사장은 “지금 장 이사님 발언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할 명분은 장 이사님이 더 잘 알 것으로 안다. 모르시면 생각해보라”며 사퇴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권태선 이사가 “2010년도 국정원 문건이 있다고 했는데 그 당시에도 그랬고 박근혜 정권 때도 그랬고 (청와대가) KBS에 대한 여러 요구했고, 고대영 사장이 인사를 할 때도 다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질문하자 고대영 사장은 “아는 바 없다. 권력으로부터 인사 청탁받은 적도 없다. KBS 사장은 청와대에서 지시받는 사람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업 대책이 없냐는 김서중 이사의 질문에 대해서도 “무슨 뜻으로 물어보시는지 모르겠지만 KBS가 만성적자다. 저는 경영인이다. 회사의 경영 효율을 위해서 일한다”며 “제가 보도제작에 개입했다고 하는데 취임하고 보도‧제작에 개입한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김서중 이사는 “공정 보도를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파업하고 있다. 국정원 문건도 나왔다. 적어도 KBS 사장으로서 이 정도까지 온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고 사장은 “저는 제 입장을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 법과 원칙에 따라 행동할 거라고. 파업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 외부로펌에 의뢰를 해두었다.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파업은 사실상 불법이다. 대표노조와 협의 중이다. KBS가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사들이 여론조사까지 거론하며 북핵과 KBS 파업 사태는 관계없다고 하셨는데, KBS는 국가기간방송이다. 국가위기상황에서 KBS가 해야 하는 것은 민영방송과 완전히 다르다. KBS는 국민에 대한 책무가 있다. 그 책무를 져버리지 말아야 한다. 아마 제 생각에는 다른 무엇보다도 구성원들이 그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며 ‘국민의 방송 KBS의 책무’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권태선 이사는 “파업하고 있는 노조원들 국민에 대해 책무가 있다고 했는데 근데 노조도 국민의 방송으로 KBS 만들기 위해 파업한다고 얘기한다. 그동안에 국민을 외면하는 방송이었기 때문에. 책무에 대해 KBS 어떤 구성원보다도 고대영 사장의 책무가 가장 클 것이라 생각한다. 북핵 위기상황에서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으로 내몬 것이 고대영 사장의 지난 2년 경영의 결과”라며 “그런 의미에서 국민에 대한 책무는 고 사장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고대영 사장과 파업에 돌입한 구성원들 간의 인식 차이만 확인한 채 KBS 이사회가 끝났다. 이인호 이사장은 “최종 책임이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인 것 같다. 앞으로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통해 대화를 계속하고 사장에 대한 얘기에 대해 이사들이 잘 판단해서 현명한 생각을 하면서 처신하는 것이 우리로서 중요하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진실한 방송을 해서 국민의 신뢰도를 높여서 방송은 정치에 종속되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이사회를 끝냈다.

▲ 지난 20일 오후 4시에 열린 KBS 정기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KBS 본관 2층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강규형 이사(구 여권 추천)는 "강규형 이사는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KBS새노조 조합원들을 향해 웃어보이며 구호에 맞춰 리듬을 타기도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페이스북 라이브 화면 캡처
▲ KBS새노조 조합원들은 KBS 정기이사회가 열리기 전 KBS본관 2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KBS 이사회 해체"를 외치며 피케팅을 이어갔다. ⓒPD저널 

한편, 이날 이사회에서는 그동안 ‘고대영 사장 체제’를 옹호해왔던 KBS 다수 이사들(이인호, 변석찬, 조우석, 이원일, 차기환, 강규형)은 여전히 고대영 사장을 옹호하거나 KBS새노조를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회의에 김경민 이사는 불참했다. 

조우석 이사는 또한 “이사진 해체하고 경영진 퇴진시키려는 불법 파업이라는 걸 잊지 않았다. 민주당 방송장악 문건 사실상 그대로 흘러가고 있다”며 “지금 한반도 최악의 위기, 이런 아찔한 상황에서 KBS 구성원들이 국민이 주인인 KBS 내에서 이사진을 해체하기 위해 파업하는 것 용납이 안 된다. 법과 원칙의 서슬 퍼런 맛을 보여줘야 한다. 필요할 때는 직장폐쇄도 하고 KBS가 원칙을 보여줘야 한다. KBS가 너무 느슨하게 대응하고 있고 조합원들은 민노총의 똘마니가 돼 천둥벌거숭이로 날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사회 참석을 위해 KBS 본관 2층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 KBS새노조 조합원로부터 "강규형은 물러나라"라는 항의 피케팅을 본 강규형 이사는 “이게(KBS새노조) 양아치 집단이지!”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오늘은 도가 넘었다. 2층에서 들어왔는데 아주 심한 육체적인 육탄전을 하질 않나 가방을 뺏질 않나. 대체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방송을 만들었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규형 이사는 지난 6일에 열린 KBS 임시이사회에서도 안건이었던 파업 대책 논의 흐름을 끊으며 “대치상황에서 시큐리티 직원들이랑 조합원들이 에워쌌다. 제가 이리저리 밀리다가 허리와 다리에 무리가 왔다”며 “사실 그게 폭력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상당히 위험한 상황인 건 사실이다. 제가 나쁜 마음 먹으면 전치 몇 주 끊으면 못 끊겠냐”고 조합원들을 비판했다.

KBS새노조가 20일 공개한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에 따르면 강 이사는 조합원들의 구호에 맞춰, 웃음을 띤 채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KBS새노조는 20일 오후 해당 페이스북 라이브 게시물에서 강규형 이사에 대해“공영방송 정상화를 원하는 KBS 구성원들의 진심을 이런 식으로 조롱하는 강규형 교수, 이런 사람이 KBS 이사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치욕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KBS 이사회는 사장 선임 및 해임 등 주요 정책을 심의, 결정하는 KBS 최고 의결 기관이다. KBS 이사의 임기는 3년으로, 현재 이사들의 임기는 2018년 8월까지다.

▲ KBS새노조는 이번주를 '식물사장 포위주간'이라고 밝히며, "고사 직전의 식물 사장 고사장!, 고대영 체제는 이미 붕괴됐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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