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드라마 제작 환경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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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드라마 제작 환경 개선해야
드라마 산업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 열려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7.09.2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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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두 편의 드라마를 방영하기 위해 방송업계 스태프들은 일주일을 쏟아 붓는다. 끝이 없는 즐거움 뒤엔 디졸브 되는 스태프들이 있다. 생방송 촬영, 쪽 대본에 지친 배우들의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회자되지만 카메라 뒤에서 그들을 기록하고, 제작을 도맡는 스태프들의 노동은 기억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죽음이 있을 때만, 사고가 있을 때만 ‘안타까움’으로 소환될 뿐이다.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PD저널=구보라 기자] 故 이한빛 PD의 1주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지난 20일 국회에서는 드라마 산업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가 열렸다.

tvN 사망사건대책위 방송제작환경개선 연구모임이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한정애 국회의원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카메라 뒤’에 있는 방송 스태프들의 노동 환경 개선하기 위해 현재 현황을 짚어보며 대안을 모색해 나갔다.

이날 토론회에서 연구모임은 드라마 제작환경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100여 명의 현장 노동자들로부터 제보를 받고, 13명의 심층면접을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발제자로 나선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다수의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이같은 계약관계 속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스태프의 자율성은 존중되지 않았고, 드라마 제작 환경 특성상 노동시간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휴식과 수면시간도 보장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tvn-사망사건대책위> 방송제작환경제도개선 연구모임에는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청년유니온, 희망을 만드는 법이 함께하고 있다.

안 상임활동가는 또한 “장시간, 고강도 노동이 일상화되고 있는데, 이는 결국 근로기준법 59조 노동시간 특례. 무제한 노동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밖에도 권위적인 군대식 조직문화, 언어적‧신체적 폭력과 비인격적 대우에 대한 사례 발표를 이어갔다.

▲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 토론회 
▲ ⓒ<tvn-사망사건대책위> 방송제작환경제도개선 연구모임 보고서 
 

안은정 상임활동가는 “심층면접조사 결과 △불안정한 고용환경 △장시간 노동 △권위적 문화 △부차적 노동으로 인한 자존감 하락 등을 확인했다”며 “이것이 결국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 생존권 위협하고 있었다. 이들의 선택은 ‘떠나거나 혹은 살아남거나’였다. 떠나면 나약한 개인이 되고, 살아남은 이들은 내가 그토록 싫었던 선배 스태프들의 모습을 나에게 발견하게 된다. 인간에 대한 존중, 존엄이 사라진 노동현장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드라마의 탄생을 보고 있다. 이는 관행적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저희가 만난 스태프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혹시나라는 기대감이 ‘역시나 바뀌지 않아’로 되지 않길 바란다. 이 토론회와 연구 보고서가 의미있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심과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송제작 종사자 노동인권 관련 법제의 현황과 문제에 대한 발제를 맡은 김동현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는 드라마 제작 종사자들이 구조적으로 장시간 노동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이같은 반인권적 노동관행이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노동자의 근로시간은 1주간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근로기준법상 규제가 적용된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에 따라 예외적인 경우가 발생한다.

김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근로시간 규제제도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지만 예외적으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에 대한 특례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따르면 특례제도가 규정되기 위해서는 법령이 정한 대상 사업이어야 하고, 근로자대표와 사용자 간의 서면합의가 필요하다. 특례에는 방송제작업종(드라마)도 대상 업종에 포함되어있다.

그는 “근로시간 특례제도가 51년째 재검토 없이 적용되고 있어서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특례제도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전체 근로자 1/3 넘는 근로가자가 대상이 되기에 일반에 적용되는 제도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며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규제를 아무런 제한 없이 허물어뜨리는 근로기준법 제59조는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안병호 영화산업 노동조합 위원장과 최영기 방송사불공정행위청산과 제도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전 독립PD협회장)도 “근로기준법 제59조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요건 합의라는 게 있기 때문에, ‘근로자 대표가 서면 합의를 거부하면 근로 시간 연장을 막을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광범위한 프리랜서 고용형태 속에서 이 조항은 제 기능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모임 조사 결과, 방송업계 프리랜서의 경우엔 일부 작가나 연출자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사용종속 관계에 있었으며,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지만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관계에 있었다.

김 변호사는 프리랜서의 근로자성에 대해 정확한 해석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언론보도를 통해 간접고용 인원이나 프리랜서 기존의 통계에서 파악되지 않았던 제작인력과 스태프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최소 휴식시간 보장제도 도입’ 검토를 강조했다. ‘최소 휴식시간 보장제도’란 작업의 종료시점과 시작 시점 사이에 최소한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방안이다. 관련하여 유럽연합(EU)은 하루 24시간 중 최소 11시간의 휴식시간 보장을 지침으로 삼고 있다.

이밖에도 tvN 사망사건대책위 방송제작환경제도개선 연구모임은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 △드라마 제작현장 노동인권 가이드라인의 마련 및 적용 △방송제작 관련 정부 지원 시 노동인권 관련 평가기준 도입 및 반영 △방송통신발전기금을 통한 방송제작 노동자 인권센터의 설치 및 운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 故 이한빛 PD의 사망 1주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지난 20일 국회에서는 드라마 산업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가 열렸다. ⓒ<tvn-사망사건대책위> 방송제작환경제도개선 연구모임

신종철 방송통신위원회 편성평가정책과장은 9월부터 고용노동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민권익위원회 총 5개 합동부처가 합동으로 실태조사와 시스템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 대통령 업무 보고 시간에 이 건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다. ‘근로조건에 대한 것도 봐야 하지 않겠나’라는 지시사항이 내려왔다. 그래서 노동부, 방통위, 문체부, 과기부, 권익위가 함께 실태점검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이며 향후 어떤 정책방향을 내놓을 것인지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임승순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장시간 근로의 원인으로 꼽은 특례제도가 담긴 근로기준법 59조가 문제가 많다는 거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국회에서도 개정안이 논의 중“이라고 밝히며 “당초 법 제정 당시 취지처럼 주 근로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들어있어서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과장은 “포괄임금제에 대해서는 현 실태가 자세히 조사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입장에서는 그동안 대법원 판례를 반영한 지침을 제정할 예정”이라며 “근로감독을 할 때에도 장시간 노동에 따른 최저임금 위반 여부 등 불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프리랜서는 특수고용노동자라고들 한다. 그런데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의 프리랜서의 경우에는 특수고용노동자가 아니라 대부분이 근로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며 “故이한빛 PD사건 이후 드라마 제작 관련해 기획감독 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다른 여타 분야별 감독하느라 늦어지고 있지만, 10월에는 시작을 할 거다. 근로자인데 프리랜서 계약을 했는지,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었는지 등. 필요하다면 사법처리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들의 발언이 끝난 후, 토론을 듣던 이은규 전 MBC PD는 “방송사와 협상을 할 때 어려워지는 경우가 상대편(방송사)이 예를 들어 ‘그렇게 하면 드라마 펑크난다’고 할 수 있다. 원만하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경과되는 시간이 1년 정도 필요하다. 지금 결단을 내리면 1년 이후면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제가 드라마 현장을 경험한 바로는 가능하다고 본다. 할 수 있다”며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에 대한 강한 바람을 드러냈다.

(▷관련기사: 2017.06.28.“노동시간 보장 못할 산업이라면, 없어져야 하는 산업” [라운드 테이블] 고 이한빛 PD를 잊지 않겠습니다-드라마 제작현장에서 생각하고 실천할 일들)

이밖에도 근로기준법 특례제도,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과 같은 시스템 개선 외에 권위적인 군대식 조직문화, 언어적‧신체적 폭력과 비인격적 대우 등이 일상화된 드라마 제작환경 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안은정 상임상임활동가는 임승순 과장에게 “드라마 제작 환경 문화 자체를 바꾸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는지” 질문했다. 이에 임 과장은 “물론 많은 반발도 예상되지만, 제일 좋은 건 노사가 문화 개선하는 운동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참고

-‘혼술남녀 조연출 사망사건 이후, 드라마 산업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 ▷링크

-‘혼술남녀 조연출 사망사건 이후, 드라마 산업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 자료집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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