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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내 인생’, 흙수저가 금수저 되면 큰일이라도 나나

<황금빛 내 인생>, 출생의 비밀 뒤집어 수저계급론 건드리기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10.11 08: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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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이 금도끼가 네 도끼냐”하고 묻는 <금도끼 은도끼>라는 동화 속에서는 낡은 쇠도끼밖에 없는 농부가 “그 금도끼는 내 도끼가 아닙니다”라고 말해 금도끼도 은도끼도 또 쇠도끼도 다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같은 현실에서는 내 것이 아니라고 해도 일단은 그 금도끼가 내 것이라고 말하기라도 해야 할 심정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평생 낡은 쇠도끼만 쥐고 살아가며 금도끼는 언감생심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주말드라마라는 틀로 끌어안은 작품이 바로 KBS <황금빛 내 인생>이다. 이 드라마에는 본래 금도끼의 주인공인 서지수(서은수) 대신 쇠도끼를 쥐고 태어난 서지안(신혜선)이 재벌가 딸로 둔갑한다. 어린 시절 잃어버린 딸을 찾던 재벌가에 두 사람을 키운 엄마 양미정(김혜옥)이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엄마가 거짓말을 한 이유가 기가 막힌다. 한 때는 그래도 건실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남편과 함께 단란한 가정이었으나 사업이 망하고 힘겨워지자 죽어라 현실과 부대껴 살아가는 자신의 친딸 서지안이 너무나 가여워서란다. 힘들게 인턴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친구에 밀려 정직원이 되지 못한 채 쫓겨나게 된 걸 알게 된 엄마는 시쳇말로 눈이 돌아버리고 그것이 범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한다.

▲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인생>(연출: 김형석. 극본: 소현경) 2017년 9월 2일 첫방송. ⓒKBS

이쯤 되면 우리가 흔히 막장드라마라고 부르는 자극적인 코드를 활용하는 드라마들을 떠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 어딘가 이런 드라마들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그 ‘출생의 비밀’이라는 코드를 활용하는 방식이 그렇다. 보통 출생의 비밀 코드는 흙수저인 줄 알았는데 금수저라는 게 밝혀지면서 하루아침에 신분상승을 하게 되는 주인공을 통해 신데렐라적인 판타지를 목적으로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황금빛 내 인생>에서 그 신데렐라의 주인공이 된 서지안은 어찌 된 일인지 재벌가에 들어가게 돼서도 그리 행복해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는 오빠가 된 최도경(박시후)이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길은 회사를 물려받아 오너가 되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안됐다”고 말한다. 제 아무리 금도끼를 들고 태어난 인생이라도, 다른 인생을 꿈꾸거나 살아볼 기회조차 없이 정해진 대로 살아가는 삶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갑작스럽게 재벌가로 들어와 그 달라진 삶을 사는 게 영 어색하고 불편하다. 밥 먹을 때 입안에 음식물이 있으면 말을 하면 안 되고, 집안일을 돕는 도우미들에게도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해서도 안된단다. 약간은 고압적이고 사무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그들 위에 군림하는 것. 그것이 이른바 ‘품위’란다.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는 코웃음이 터지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형식적인 예절과 어찌 보면 갑질처럼 여겨지는 행동들이 품위라니. 품위란 그런 폼을 잡는데서 나오는 게 아니고 그 사람의 따뜻한 인성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이 아니었던가. 돈 걱정 없이 살아가는 삶이 우아해 보이고 행복해 보였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는 걸 서지안은 알게 된다.

흥미로운 건 입만 열면 “내 핏줄이 어디 가냐”는 식의 핏줄 우월의식을 드러내는 그들이 이 뒤바뀐 흙수저와 금수저의 삶을 통해 보여주는 허위의식이다. 사실상 친부모도 아닌 흙수저로 태어난 서지안은 의외로 이 재벌가에서 잘 적응해가고, 미술을 꿈꾸던 때 배워둔 지식으로 재벌가 사모님들을 놀래킨다. 또 정직원으로 그 회사에 들어간 그는 인턴 시절 자신이 기획한 기획안을 통해 능력을 발휘한다. 그가 그렇게 잘 해나가는 걸 보며 이 재벌가 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내 핏줄”이기 때문에 그렇게 잘 하는 것이라고. 이미 뒤바뀐 운명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로서는 이런 상황이 하나의 블랙코미디가 된다. 뭐가 핏줄 때문이라는 건가.

결국 서지안이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건 그저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지 않아서다. 그러니 누군가의 행복을 만들어주는 건 금수저도 금도끼도 아니다. 그것보다는 누구에게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다. <황금빛 내 인생>은 그래서 흙수저가 금수저가 되면 마치 큰일이라도 나는 듯 공평한 기회를 주지 않는 우리네 현실에 대한 날선 비판이 깔려 있다. 게다가 이건 금수저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다. 어디 황금을 쥐고 있다고 그 인생이 ‘황금빛’이 될까. 공평한 기회 속에서 그들 스스로 성취해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게 ‘황금빛 내 인생’이니.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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