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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청와대 KBS 개입 정황 문건 드러나

이병기 당시 비서실장 "KBS를 국정 과제 추진 수단으로"...KBS새노조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훼손" 구보라 기자l승인2017.10.11 22: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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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초 KBS에서 방영된 <뿌리 깊은 미래>는 건국 가치를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KBS에서 어떻게 이런 다큐를 제작할 수가 있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재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병기 비서실장, 2015년 3월 23일 수석비서관들과의 회의에서)

[PD저널=구보라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015년 KBS1TV에서 방영된 광복 7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뿌리깊은 미래>에 대해서 이처럼 방심위 징계를 지시한 정황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새노조) 파업뉴스팀의 보도로 밝혀졌다. 이외에도 박근혜 정부는 역사 국정교과서, 누리과정 예산안에 대해서도 "KBS를 적극 활용하라"는 지시를 내리며, KBS의 뉴스와 프로그램에 개입하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KBS새노조 파업뉴스팀은 11일 오전 <‘청와대 캐비닛 문건 단독 확인!’ KBS 활용해 비판세력 제어하라>’ 보도에서 “지난 7월 박근혜 정부 때 작성된 문건들이 무더기로 발견된 가운데, 파업뉴스팀은 이 중 KBS와 관련된 문건 일부를 확인했다"며 "해당 문건의 내용을 보면 박근혜 정부가 공영방송 KBS를 국정 과제 추진의 수단으로 활용했으며, KBS 프로그램의 제작 자율성도 심각하게 침해당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KBS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 적극 개입하려고 했던 정황을 포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 KBS새노조 파업뉴스 10탄 ''청와대 캐비닛 문건 단독 확인!' KBS 활용해 비판세력 제어하라' ⓒKBS새노조 파업뉴스 화면캡처

이병기 비서실장이 2015년 3월 23일, KBS <뿌리 깊은 미래> 1부(2월 7일 방송)에 대한 방심위 징계를 청와대 홍보수석과 미래전략수석에 지시한 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당시 위원장 박효종)는 4월 23일 회의에서 <뿌리깊은 미래>에 대해 법정 제재 ‘경고’ 조치(벌점 2점이 부과)를 내렸다.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1항과 제14조(객관성)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KBS새노조 파업뉴스팀은 “박근혜 정부의 지시를 받은 방심위가 사실상 ‘징계’ 방침을 정해 놓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2015년 4월 1일에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뿌리깊은 미래>를 연출한 김형석 PD는 “당초의 기획 의도는 ‘대한민국의 초상’이라는 콘셉트로 국민들이 광복 이후 폐허에서 번영된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어떻게 시작했나를 다루자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생략된 내용이 있어 정보 불균형으로 오해를 산 것 같다. 의도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제작진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다수의 방심위원들은 “한국 전쟁이 일어난 원인이 ‘남침’이라고 명확히 적지 않았다.”, “서울 수복 후 뚜렷한 증거 없이 북한군에 부역한 혐의자를 처벌했다고 표현한 것은 ‘역사 왜곡’이다”, “흥남 철수 당시 부두 폭파 영상을 보여주면서 ‘민간인들이 남아 있었다’고 표현한 건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했다. 결국 2015년 4월 23일에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정 제재 ‘경고’ 조치가 결정됐다. 

이인호 KBS 이사장(2014년 9월~) 또한 <뿌리 깊은 미래> 1부가 나간 이후 열린 KBS 임시 이사회에서 “내용이 편향적이라는 항의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 “이런 식으로 방송을 하면 앞으로 KBS 수신료를 어떻게 인상하겠느냐는 항의도 받았다"며 공정성 등을 문제 삼으며 프로그램을 비난해 논란이 일었다.

(▷관련기사 2015.04.01. ‘KBS 역사다큐 ‘뿌리깊은 미래’, 한국전쟁 ‘남침’ 표현 빠지면 역사왜곡? [심의 On Air] KBS ‘뿌리깊은 미래’ 공정성·객관성 위반?)

(▷관련기사 2015.04.24. KBS ‘뿌리깊은 미래’, 제작진의 잘못된 역사관? [심의 On Air] 방심위, 중징계 결정…“한국전쟁 남침 표현 미사용 심의 대상”)

▲ KBS새노조 파업뉴스 10탄 ''청와대 캐비닛 문건 단독 확인!' KBS 활용해 비판세력 제어하라' ⓒKBS새노조 파업뉴스 화면캡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KBS를 활용하라”

누리과정 논란…“KBS 등 활용해 교육청 잘못 인식시켜라”

KBS새노조에 따르면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공식 발표하고 국정 추진 과제로 강력히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이병기 비서실장은 2015년 9월 30일 회의에서 “교과서 국정화 성공 위해 국민을 설득하고 비판세력을 제어해야 한다. 정교한 추진전략과 디테일한 상황 진전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국민 홍보 강화를 위해 KBS, EBS 등 매체를 활용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뿐만 아니라 ‘누리과정 예산 논란’에서도 이병기 실장은 KBS 등을 활용하라고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당시 KBS는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된 뉴스에서 이병기 실장의 지시를 이행했다. 

KBS새노조 파업뉴스팀은 “당시 만 3세~5세 누리과정 아동들의 보육 예산을 누가 부담하느냐를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 교육청이 갈등을 빚자 KBS 등을 활용해 정부에 유리한 보도를 하도록 지시한 것”이라며 “고대영 체제의 KBS는 왜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중앙정부와 교육청의 논란이 되풀이 되는지 본질적인 문제점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속 타는 학부모’, ‘유치원 대란’ 등 현상만 집중적으로 부각한 뒤 교육청이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상을 줬다. KBS를 활용해 이번 사태가 교육청의 잘못이란 인식을 심으라는 이병기 실장의 지시가 구현됐다”고 설명했다.

이병도 전 KBS 기자협회장은 KBS새노조 파업뉴스팀과의 인터뷰에서 "결과적으로 쟁점은 회피하고 정부 시책은 홍보하고 시청자들의 무관심이랄지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를 양산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KBS새노조는 “이병기 비서실장이 2015년 3월 23일 회의에서 한 발언(“KBS에서 어떻게 이런 다큐를 제작할 수가 있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재가 필요한 사안이다”)은 명백한 사후 규제에 해당한다. 청와대의 핵심 권력자가 방심위 법정제재를 유도해 추후 KBS에서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이 편성되지 못하도록 억압적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유린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누리과정에 대해 KBS를 활용하라고 지시한 대목도 방송법 위반 소지가 크다"며 "이병기 비서실장의 KBS 프로그램 편성에 대한 규제와 간섭에 대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KBS새노조 엄경철 파업뉴스팀장은 11일 오후 2시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총파업 집회에서 “오늘 보도한 파업뉴스에서 주목할 만한 게 있다”며 “당시 비서실장이 ‘KBS에서 어떻게 저런 다큐가 나갈 수 있느냐'라고 한 부분이 있다. 그건 '이전 정권에서 방송장악이 된 줄 알았는데, 아직도 장악이 안 된거야?'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해 8월, KBS 이사진이 다 바뀐다. 이인호 이사장을 제외한, 강규형, 차기환 이사 등 이른바 ‘적폐이사’들이 들어왔다. 11월에 아마 청와대에 맹성을 서약을 한 사람이 들어오게 된다. 그게 지금의 고대영 사장이다. 그리고 그 이후의 과정은 여러분이 보셨던 것처럼 KBS의 처참한 몰락, 그리고 오늘 여기까지 왔다"고 지적했다.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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