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콘서트 “인생에 더 빛나는 기록을 만들어 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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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현장] 이용마·문지애 등 ‘반가운 얼굴들’ 함께 한 MBC 파업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

▲ 언론노조 MBC본부가 26일 오후 4시간에 걸쳐 MBC 파업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를 열어 시민들과 함께 했다. ⓒ언론노조

[PD저널=이혜승 기자] 김장겸 MBC 사장-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의 퇴진을 눈앞에 둔 MBC 구성원들이 시민들과 함께 모였다. MBC 파업은 50일을 넘어 장기화되고 있지만, ‘곧 끝날 싸움’에 파업콘서트는 축제의 장이 됐다.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는 26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파업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를 열었다. MBC본부 조합원 1000여 명을 포함한 7천여 명(연인원)의 사람들이 장장 4시간에 걸친 파업콘서트를 함께 즐겼다.

이날 콘서트에는 바버렛츠, 밴드 혁오, 장기화와 얼굴들, DJ DOC, 전인권 밴드 등 MBC를 지지하는 많은 뮤지션들과 ‘반가운 얼굴들’이 자리를 빛냈다.

▲ 언론노조 MBC본부가 26일 오후 4시간에 걸쳐 MBC 파업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를 열어 시민들과 함께 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017년 버전 ‘MBC프리덤’ 뮤직비디오를 이날 처음 공개하는 등 여러 영상을 준비해오기도 했다. 특히 배칠수, 전영미가 이명박과 박근혜 목소리를 연기해 내놓은 풍자 콘텐츠가 나오는 동안 사람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마냥 희망에 부푼 마음만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MBC 기자, PD 등이 돌아가며 시민들이 달아놓은 ‘악플’을 무거운 목소리로 읽어 내려가는 영상이 나올 때는 시청광장에 무거운 침묵이 번졌다. MBC본부는 이명박 정부 당시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김미화 진행자를 초청해 시민들의 의견을 읽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가 26일 오후 4시간에 걸쳐 MBC 파업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를 열어 시민들과 함께 했다. ⓒ언론노조

반가운 얼굴들 “나는 언제나 마봉춘”

이날 파업콘서트에는 특히 암 투병 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함께해 뭉클한 감동을 남겼다.

“민주주의가 파괴된 시절을, 독재 시절을, 지난 9년 우리가 겪었다. 그 과정에서 MBC, KBS 공영방송은 나팔수로 전락해 지금 현재 ‘기레기’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이 사실을 모르겠나? 알면서도 끊임없이 인내한 것이다. 참다 못해 드디어 지난해 촛불항쟁에 나섰던 것이고, 박근혜 정부를 임기 4년만에 끌어내렸다.

도둑이 쫓겨난 거다. 도둑이 쫓겨났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주인 찾아서 돌려줘야 한다. MBC, KBS 공영방송 누구 것인가? 국민의 것이다. 국민에게 돌려줘야 하지 않겠나. 그걸 돌려주자고 하니까 언론장악이라고 얘기한다. 이 상황을 보면서 기가 차더라. (중략) 공영방송은 이제 국민들에게,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 언론노조 MBC본부가 26일 오후 4시간에 걸쳐 MBC 파업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를 열어 시민들과 함께 했다. ⓒ언론노조

파업콘서트 현장에는 또 다른 반가운 얼굴들이 등장해 힘찬 박수를 받았다. “우리는 언제나 마봉춘 아나운서”라고 말한 박혜진, 문지애, 김소영 아나운서가 MBC 부당전보 아나운서 11인과 함께 무대에 오른 것이다.

“파업을 겪고 올라간 2012년 아나운서국은 대부분의 선배들이 신천교육대로 발령났다. 그때 제가 힘들었던 건, 방송을 하지 못한다는 것보다 옆에서 힘이 되는 선배들 모두 떠나고 혼자 남아있다는 공포, 두려움, 그런 게 저를 많이 짓눌렀다. 그들에게 보란 듯이 나 이정도로 무너지지 않는다, 아무렇지 않다 웃으면서 쿨하게 넘어가고 있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잠을 잘 못자는 날도 있었고, 자고나면 악몽을 꾸는 날도 있었다. 정신적으로 무너져 내리는 시간들이었다. 고민 끝에 퇴사를 결정했다. 저의 결정이 많은 동료들에게 더 큰 짐을 지어준 것 같아 무겁고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이번 파업도 지켜보고 있었다.” (문지애 아나운서)

“작년 6월 즈음 광화문 광장에서 공정언론바로세우기 콘서트를 YTN 해직기자와 함께 진행을 했던 기억이 잠시 난다. 시간이 벌써 1년 여 지났다. 그 사이 노종면 선배를 비롯한 해직기자들이 복직하고 지금 YTN은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지금 그때보다 좀 희망적인 것 같다. MBC만 남았다. 앞에 앉아있는 존경하는 우리 해직선배님들 다시 복직되고, 그리고 정말 가족과도 같은 우리 아나운서 선후배들이 다시 제자리로 가서 멋지게 방송하는 날이 오기를 소원한다. 또 다른 부서에 계신, 저와 함께 일을 했거나 하지 않았어도 동질감을 느낀 선후배 여러분 또한 다시 제자리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으로 방송에서 만나뵈면 좋겠다.” (박혜진 아나운서)

“언론이 망가지던 지난 9년,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의 인생도 많이 바뀌었다. 여기 서계신 선배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제 인생도 원래 계획과는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슬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많은 시민분들과 지난 9년 싸워온 많은 동료들이 이제는 승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게 인생에 더 빛난 기록을 만들어 줄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 계신 많은 선후배 동료 여러분 자랑스럽다. 결국 바뀔 거라고 믿는다. 고맙다.” (김소영 아나운서)

▲ 언론노조 MBC본부가 26일 오후 4시간에 걸쳐 MBC 파업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를 열어 시민들과 함께 했다. ⓒ언론노조

이어 김미화 진행자가 함께 한 시간에는 시민들이 올려준 다양한 의견들을 함께 나눴다.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방송이 되어라!”

“제가 취업을 준비할 때 MBC가 신입을 뽑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신입공채 꼭 필요합니다.”

“정부나 외부세력이 간섭할 수 없도록 사장 선출제도 개선해야 한다.”

“가장 낮은 곳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세요.”

“잘못을 반성하고 MBC를 재건하라!”

시민들의 메시지를 들은 김연국 위원장은 “MBC 구성원들이 가장 트라우마가 있는 건 2014년 4월 16일 그날이다. 어제 세월호 유가족 분들이 상암 MBC 파업 집회 현장을 찾아주셨다. 그분들도 굉장히 감회가 새로우셨다고 한다. MBC를 이렇게 다시 찾게 될 줄 몰랐다고 하더라.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낼 프로그램을 꼭 만들어달라고 당부하셨다”고 일화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그 자리에 모인 몇 백 명 조합원 다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다시는 용서받지 못할줄 알았는데 우리에게 기회가 있구나 싶었다. MBC가 왜 이렇게 쉽게 무너졌고, 방송이 무너짐으로써 방송이 왜 국민들에게 이렇게 아픔을 드리게 됐는지...반성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한편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에 현여당 추천 2인이 선임되면서 방문진 이사진 구성이 여야 5:4 구도로 재편됐다. 이에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불신임안과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 가결이 가능하게 됐다.

▲ 언론노조 MBC본부가 26일 오후 4시간에 걸쳐 MBC 파업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를 열어 시민들과 함께 했다.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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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노조 MBC본부가 26일 오후 4시간에 걸쳐 MBC 파업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를 열어 시민들과 함께 했다. ⓒPD저널
▲ 언론노조 MBC본부가 26일 오후 4시간에 걸쳐 MBC 파업콘서트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를 열어 시민들과 함께 했다.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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