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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은 처음이라’

tvN<이번 생은 처음이라>, 결혼 포기한 시대의 블랙 로맨틱코미디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10.30 17: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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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아이를 갖고 함께 가정을 꾸려 살아나가는 삶은 어찌 보면 많은 생명들의 본태적인 삶이라고 볼 수 있다. 굳이 ‘종족 보존’ 같은 차가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삶이 주는 인간적인 가치는 시대를 불문하고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당연한 삶’이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일이 되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아이 한 명을 낳아 키우는 데 드는 비용만 수억이다.

결혼을 하려면 같이 살 전셋집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걸 얻는데도 억대의 돈이 들어가고, 어디든 취직을 해서 돈이라도 잘 벌어야 하는데 구직난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제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와도 스펙이 없거나 집안의 든든한 ‘빽’이 없으면 번듯한 직장이란 불가능한 현실이다. 이러니 아예 이 모든 본태적인 삶의 시작 자체를 포기해버린다. 이른바 ‘삼포세대’의 탄생은 과장된 수사가 아니라 현실이 되어버렸다.

▲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 스틸컷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이런 결혼포기시대를 그린 블랙 로맨틱코미디다.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상경해 갖가지 굴욕적인 현실을 버텨내며 살아가는 윤지호(정소민)는 어느 날 임신한 여자 친구를 데리고 들어와 새살림을 차린 동생 때문에 집에서 나와, 함께 살 하우스메이트를 찾는다. 한편 집은 갖고 있지만 대출금을 평생 갚아나가야 하는 남세희(이민기)는 빚 갚는 데 일조하고 싶어 하우스메이트를 구한다.

중간에 생긴 착오로 서로 동성일 것이라 착각하며 한 집에서 살게 된 이들은 결국 ‘사랑’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일종의 계약결혼을 하게 된다. 한 명은 지낼 집이 필요하고 한 명은 결혼 독촉하는 집안의 눈치를 보지 않고 월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이런 상황은 실제로 일어나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일종의 블랙코미디 형태의 과장을 담고 있다. 남세희와 윤지호가 결혼을 준비하며 하나하나 ‘합의’해가고 또 ‘계약’을 해나가는 과정들은 너무나 무미건조하기 때문에 웃음이 난다. 결혼이라는 거창한 사안이 너무 사무적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양가 부모님의 마음을 얻기 위해 던지는 ‘닭살 돋는 맹세’들은 그래서 일종의 전략이 된다.

그런데 이처럼 그 상황들이 빵빵 웃음을 터트리지만 그 당사자들인 남세희와 윤지호는 결코 웃는 일이 없다. 이 모든 것이 다 진지하다. 그것이 더 장면들은 우습게 한다. 하지만 그 진지함이 남기는 씁쓸함도 긴 여운으로 남는다. 그것은 다름 아닌 결혼 포기 시대의 청춘들의 절절한 초상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 tvN <이번생은 처음이라> 스틸컷.

흥미로운 것은 그 블랙코미디가 동시에 알콩달콩한 멜로적 상황으로도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것은 남세희와 윤지호가 모두를 속이며 하고 있는 이 계약결혼에 공조하면서 갖게 되는 어떤 공감대 때문이다. 다른 이들은 이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걸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이 두 사람만은 공조를 통해 서로를 깊이 알게 된다.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결혼식에서 늘 퉁퉁대던 엄마가 사위에게 남긴 편지를 읽고는 딸을 생각하는 마음을 알게 된 윤지호가 펑펑 눈물을 흘릴 때 남세희가 손을 내밀며 “울어도 좋으니 같이 걸어가자. 옆에 있어주겠다”고 말하는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이 처절한 현실 속에서 결혼조차 필요에 의해 하게 된 남녀가 이제 그 현실을 동시에 공감하는 동지가 되고 그 바탕 위에서 ‘특별한 사랑’이 싹틀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그래서 우리가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비록 드라마적 판타지를 통해서라도 그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청춘들을 위로하려 한다. 그것이 당신만의 일이 아니라고, 그런 포기 선언을 하는 당신을 우리 모두가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현실은 처음이라’ 누구도 정상적일 수 없는 그 선택이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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