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세월호 학생 휴대폰 영상 금지' 영상지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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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영상편집부장, 부원 상대로 ‘제3노조’ 가입 종용 정황도

▲ 언론노조 MBC본부가 31일 서울 상암MBC에서 권태일 영상편집부장, 김장겸 당시 보도국장 등의 영상보도지침 등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PD저널

[PD저널=이혜승 기자] 김장겸 MBC 사장이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재임하던 시절 세월호 실종자 학생의 ‘휴대폰 영상’ 사용을 금지하는 등 영상편집에 보도지침을 내린 정황이 폭로됐다. 더불어 MBC 경영진이 영상편집부 구성원들의 언론노조 탈퇴와 제3노조 가입을 종용한 내용이 추가로 알려졌다.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는 31일 오전 서울 상암MBC에서 김장겸 사장이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불공정 보도영상을 지시했던 정황을 폭로했다.

MBC본부에 따르면 권태일 영상편집부장은 △세월호 실종자 학생 ‘휴대폰 영상’ 사용 금지 △추모 집회와 정치적 집회 판단해 ‘팻말, 리본 글 내용’ 편집시 참고할 것 △세월호 1주년 보도 당시 ‘임의적인 화면조작이나 음악 사용’ 부장과 반드시 상의할 것 △고 백남기 농민 관련 민중 총궐기대회 영상은 회사 원본만 사용할 것(외부자료 사용금지) 등을 영상편집부원들에게 지시했다. 해당 내용은 권 부장이 부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일을 통해 공개됐다.

▲ 언론노조 MBC본부가 공개한 권태일 영상편집부장이 부원들에게 지시한 사내 메일 내용. ⓒ언론노조 MBC본부

MBC본부는 김장겸 당시 보도국장이 영상편집부를 보도국장 직속 부서로 만들었던 상황을 밝히며, 해당 지시들이 권태일 부장 선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김장겸 당시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에 의한 지침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세월호 실종자 학생 ‘휴대폰 영상’ 사용 금지에 대한 공지 메일에는 ‘보도국장(지시)’라는 점이 명시돼있다.

MBC본부는 “(백남기 농민 영상 같은 경우) 사회부에서 확보를 했는데 편집부에서 못쓰게 하는 건 우리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다”며 “(권태일 부장이) 자의적으로 한 것이 아니란 것은 이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MBC본부가 공개한 실제 보도 내용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이 찍은 영상은 소수의 영상만이 반복적으로 사용됐다. 영상취재부원들은 당시 사내 디지털망에 해당 영상 외에 다수의 학생 촬영 영상이 존재했음에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밝혔다.

반면 권 부장은 세월호 유가족 중 일부가 대리기사를 폭행했던 사건은 CCTV 영상만을 48초 동안 반복해서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본부에 따르면 당시 취재기자가 현장 촬영 영상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권 부장은 CCTV 영상만을 고집했다. 당시 MBC는 관련 보도를 13일 동안 14번 리포트하며 타 방송사에 비해 2배 이상 보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언론노조 MBC본부가 공개한 권태일 영상편집부장이 부원들에게 지시한 사내 메일 내용. ⓒ언론노조 MBC본부

뿐만 아니라 영상취재부원들에 따르면 권 부장은 태극기 집회 보도 당시에는 출처가 불분명한 인터넷 영상을 직접 추출해 15초 이상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상편집부원들은 “권태일 부장 이전까지는 편집이 모두 완성된 후 방송을 보며 앞으로 이런 그림은 쓰지 말아라 등의 말은 있었어도, 편집 전부터 직접적으로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다”며 “권태일 부장은 편집 전부터 ‘이 그림은 쓰면 안 된다’, ‘이 문구를 꼭 써야 한다’ 등의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MBC본부에 따르면 권태일 부장은 영상에 사용될 팻말, 글 내용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보도지침을 내렸다. 권 부장은 메일을 통해 “예를 들어 장례식장에 붙여진 글귀들 중에 ‘미안해’, ‘사랑해’ 등등을 편집하다가 ‘세상을 바꾸겠습니다’ 등 색채가 뚜렷한 영상은 사용하면 안됩니다”라며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

이들은 이어 MBC 경영진이 자신들의 뜻과 맞지 않는 영상을 사용한 영상취재부원들은 인사 조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MBC본부에 따르면 영상편집 당시 ‘박근혜 대통령 처벌촉구’ 문구를 클로즈업한 편집부원은 3일 후 다른 부서로 인사발령이 났으며, ‘세월호 희생자 추모’ 문구를 부각한 편집부원은 2주 후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다.

MBC본부는 “인사발령도 보도국장 허가가 없으면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가 공개한 권태일 영상편집부장이 부원들에게 지시한 사내 메일 내용. ⓒ언론노조 MBC본부

MBC 경영진, 처우 열악한 영상취재부원 상대로 ‘제3노조’ 가입 종용

MBC본부는 이날 MBC 경영진이 영상취재부원들을 상대로 특정 노조 가입을 종용한 부당노동행위 사실도 추가로 폭로했다.

MBC본부에 따르면 권태일 영상편집부장은 김태형 MBC 정책홍보부장이 동석한 자리에서 영상취재부원들을 향해 2013년 새롭게 설립된 MBC노동조합(위원장 김세의)에 가입하면 처우에 있어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MBC 영상편집부원들은 정규직이 아닌 업무직, 연봉직, 무기계약직 등으로 구성돼있어 처우가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태일 부장은 메일을 통해 ‘대외비 (혼자만 읽어보세요)’라고 명시하며 “며칠 전 우리 회사에 또다른 노조가 생겼습니다. 이름하여 ‘MBC노동조합’(김세의 임시위원장)입니다”라며 “우리 부서의 제일 큰 염원은 계약직에서 업무직, 나아가 연봉직. 연봉직에서 차장대우의 직급 상승입니다. 본부노조나 회사는 전혀 관심이 없거나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이지요”라고 실질적으로 MBC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을 종용했다.

▲ 언론노조 MBC본부가 공개한 권태일 영상편집부장이 부원들에게 지시한 사내 메일 내용. ⓒ언론노조 MBC본부

권 부장은 이틀 후 ‘현상금 100만원’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통해 “배신자를 찾습니다. 엊그제 그토록 부탁했건만 벌써 기밀이 누설되어 노조쪽에서 몇몇 부서원에게 확인이 들어오고 있습니다”라며 해당 내용을 공개한 사람을 찾아나서는 행태까지 보였다.

이후 실제로 영상취재부원 전체 30여 명의 구성원 중 4명을 제외한 이들이 언론노조 MBC본부를 탈퇴하고 집단으로 MBC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안광희 영상취재부원은 “당시 권 부장이 제3노조(MBC노동조합)가 다양하게 얽힌 영상편집부의 복지, 직계 등을 지금보다 좋아지게 만들 거라고 하는 말에 구성원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며 “대부분의 부서원들이 언론노조를 탈퇴하고 제3노조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당시 MBC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았던 김민호 영상취재부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후 제3노조(MBC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됐다. 지금까지도 그런 시선으로 저를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본부는 향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업무방해죄 등으로 권태일 영상편집부장 등 관련자들을 고발할 예정이다.

MBC본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81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특정 노조 가입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안 되고, 근로자가 노조를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영상지침 역시 범법 행위”라며 “김장겸 사장이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지내는 동안 내려진 지침이다. 권태일 부장은 지시에 따라 충실하게 영상지침을 작용시켰다. 부장이라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편집권을 압박하고, 자체 징계를 내리는 등 위협을 해 다른 부원들이 정상적인 영상편집업무를 하지 못하게 했다. 이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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