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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 복수자들’과 적폐 청산

- 최근 드라마 속 여성들, 무엇이 달라진 걸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11.08 13: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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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은 아예 대놓고 ‘복수’를 내걸었다. 그렇다면 누구에 대한 복수이고 그 복수를 위해 모인 이들은 누구인가.

불륜으로 떡하니 다 큰 고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들어온 남편 이병수(최병모), 사회적으로는 명망 있어 보이는 교육자지만 술만 마시면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편 백영표(정석용) 그리고 입만 열면 성희롱, 술자리에선 성추행을 일삼고 갖가지 여성 비하 발언을 입에 달고 다니는 교장 홍상만(김형일)이 그 복수의 대상이다.

그들에 대한 복수를 위해 모인 인물들은 이병수의 아내인 재벌가의 서자 김정혜(이요원), 백영표의 아내인 평범한 현모양처 이미숙(명세빈) 그리고 홍상만이 교장인 학교에 다니는 아들 희수(최규진)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무릎 정도는 쉽게 꿇을 수 있다는 생선가게 주인 홍도희(라미란)다.

▲ tvN <부암동 복수자들> ⓒtvN

복수의 대상은 남성들이고 그들은 함께 모여 출세를 위한 모의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대척점에서 ‘복수’라는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며 여성들이 있다. <부암동 복수자들>은 이처럼 비뚤어진 남성 사회의 권력구도와 평등 관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성 의식을 대변하는 이들을 세워놓고, 그 반대쪽에 그들에게 당해온 여성들의 연대, ‘복자클럽’을 만들어낸다.

물론 이들이 모여 하는 복수라는 것이 너무나 소소하다. 교육감 선거에 나선 백영표를 닭싸움으로 무너뜨리거나, 행사를 하는 홍상만의 의자에 접착제를 발라놓고 그가 마시는 물에 설사약을 타서 곤욕을 치르게 하는 식이다. 이들의 행위는 거의 범죄에 가깝지만 그에 대응하는 복자클럽의 복수가 사회적 함의를 담고 있는 ‘적폐적 행태’들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이 드라마가 가진 여성들의 연대만큼은 강력한 판타지를 제공한다. 빈부 격차도 크고 사는 모양도 영 다르지만 복수를 위해 모인 이들은 어쩐지 점점 자매처럼 되어간다. 그 끈끈함은 적폐 대상의 홍상만-백영표-이병수의 남성 사회가 보여주는 위계와 대조되며 훈훈하고 수평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그래서 <부암동 복수자들>은 복수 그 자체보다 이들의 연대가 더 강렬한 비판의식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부암동 복수자들>을 포함해 최근 들어 드라마가 다루는 여성들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우수지(이솜) 같은 인물은 직장 내에 만연한 성희롱과 성추행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가 결혼 따위는 하지 않으려 하는 건 이런 현실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함이다. 결혼을 도피처로 삼지 않기 위해서.  

KBS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은 성추행, 성폭력 같은 사건들만 전담하는 검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 법정에 올라오는 사건들은 우리 사회에 얼마나 여성들에 대한 범죄가 넘쳐나는가를 보여준다.

tvN 토일드라마 <변혁의 사랑>에서 가장 주체적인 인물은 다름 아닌 백준(강소라)이라는 여성이다. 그는 정규직이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삶을 시시하다 여기며 채용을 거부한다. 그리고 변혁(최시원)을 이름처럼 변혁시키는 인물이다. 평강이 온달을 장수로 만든 것처럼 말이다.

▲ tvN <부암동 복수자들> ⓒtvN

물론 드라마 속 여성상이 과거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변화가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건 현실 속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져서가 아니라,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고 그 버텨내는 삶이 퍽퍽하기 때문에 그걸 깨치는 차원에서 축조된 판타지라고 볼 수 있다. <부암동 복수자들>의 연대는 현실의 그러함을 담는 것이라기보다는 ‘현실이 그러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드라마라는 지대는 판타지와 현실이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다. 즉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혹은 현실만을 보여주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마련이다. 드라마가 선 자리는 현실의 결핍으로서의 판타지가 필요한 공간이다. 따라서 그 판타지는 우리 사회가 지금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드러낸다.

최근 드라마들 속에서 그 여성들의 면면이 다르게 느껴지고, 또 무엇보다 여성들의 문제를 전격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건 그만큼 현재 우리 사회가 추구하고 있는 성 평등의 가치를 담아낸다. <부암동 복수자들>은 그 성 평등의 가치를 연대로서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복수 대상이 ‘적폐의 대상’이라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결국 성 평등한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길이라는 걸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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