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하수영 기자] 13일 김장겸 MBC 사장 해임 결의안이 처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언론학회(학회장 문철수)‧한국방송학회(학회장 강형철)‧한국언론정보학회(학회장 문종대) 등 3개 언론학회가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김 사장에게 언론‧방송학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3개 언론학회 소속 언론‧방송학자 467명은 13일 오전 ‘언론・방송학자의 명예와 양심을 훼손한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사과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김 사장은 지난 8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제출한 사장 해임 사유 소명서에서 학자들이 지난 9월 6일 발표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공동성명’을 ‘문재인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사전에 기획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학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학자들은 김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한편 김 사장이 즉각 언론‧방송학자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방문진 여권 추천 이사 5인은 지난 1일 방문진에 제출한 ‘김장겸 사장 해임 결의의 건’에서 ‘다수의 언론학자들이 MBC는 더 이상 공영방송이 아니며 정상적인 언론사도 아니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언론‧방송학자 467명이 9월 6일 발표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언론‧방송학자 공동 성명’의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학자들은 이 성명서에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언론자유 훼손의 책임을 물어 KBS‧MBC의 사장 및 이사장 사퇴를 촉구했다.
김 사장은 지난 8일 방문진에 제출한 ‘사장 해임 사유에 대한 소명서’에서 “정파적 성향이 강한 진보 언론학자 467명이 사퇴를 촉구한 것이 공영방송 사장의 해임 사유가 될 수는 없다”며 “언론노조의 총파업은 물론 진보 언론학자들의 성명서는 ‘민주당 문건’에서 적시된 내용으로 오히려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사전에 기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방송학자들은 김 사장의 이러한 의견이 학자들의 명예와 양심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조선일보>가 9월 8일 ‘민주당 언론장악 로드맵’을 보도하면서 9월 6일 3개 언론학회 공동 성명이 민주당의 지시를 받아 작성됐다고 허위 사실을 적시했는데 김 사장은 그걸 가지고 467명 학자들에게 ‘정파적 성향이 강한 진보 언론학자’라며 낙인찍기를 서슴지 않았다”며 “이는 성명에 동의한 467명 언론‧방송학자들의 명예와 양심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김 사장이 문제 삼고 있는 공동성명은 지난 8월 16일 각 학회 학회장과 총무이사 등이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문진 조사권 발동에 대한 적절성 논의를 진행하던 중 처음 제기된 것으로, 3개 학회는 상호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소속 학회원들의 연명을 통해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라며 “8월 20일부터 초안 작성, 학회별 검토와 수정, 학회원 공지와 서명 취합이라는 쉽지 않은 절차와 과정을 거쳐 9월 6일 성명을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방송학자들은 김 사장의 주장에 적극 반박하며 성명 발표가 소속 학회원들의 순수하고 자발적인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성명에는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장의 즉각 퇴진에 대한 요구뿐만 아니라, 관찰자로만 남아 있었다는 학자들의 자기반성과 권력의 공영방송 침탈에 관여했다고 비판받고 있는 일부 언론‧방송학자들에 대한 지적 또한 포함돼 있다”며 “이런 성명서를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사전에 기획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사실 왜곡을 넘어 467명 학자들의 명예와 양심까지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학자들은 김 사장이 해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 소명’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들은 “김 사장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거짓으로 소명을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해임 사유가 된다”며 “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는 공영방송 MBC의 몰락에 공동 책임이 있는 김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며, 김 사장이 언론‧방송학자에게 즉각적으로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방문진은 13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김장겸 사장 해임 결의의 건’을 표결에 붙일 예정이다. 여권 추천 이사 5인(이완기‧유기철‧최강욱‧김경환‧이진순)과 야권 추천 김광동 이사의 참석이 예고된 가운데, 김 사장 해임 결의안이 이날 가결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해임안이 가결되면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김연국)는 즉각 총파업을 풀고 현업에 복귀할 예정이다.